주간동아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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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코드 심기 ‘센’ 발언 靑 의도? 평소 생각?

  • 강수진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kang@donga.com

    입력2008-03-17 17: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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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인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철학과 이념, 스타일과 개성을 갖고 계신 분들 아닙니까? 그런 분들이 자신의 철학과 맞는다고 생각하면 계시라고 해도 나가실 겁니다. 그래도 계시겠다면 그건 자신이 여태 살아온 인생이나 철학을 뒤집는 것이니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그렇게라도 계시려면 계시라는 겁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장관이 3월12일 ‘광화문 문화포럼’ 초청으로 열린 ‘이명박 시대의 문화정책’ 강연에서 “이전 정부와 정치철학을 같이한 예술단체장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취지의 ‘센’ 발언을 했다. 유 장관의 발언을 놓고 “자신의 말의 무게를 예상치 못한 순진한 발언”이라는 시각과 “치밀하게 계획된 발언으로 문화부 산하 단체장의 ‘물갈이’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날 유 장관의 발언은 강연이 끝난 뒤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문화부 장관이 된 후 첫 강연에서 유 장관은 연극 등 기초예술과 문화산업, 관광산업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을 예정된 30분을 넘겨 45분 가까이 설명했다. 그가 밝힌 정책 방향은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원론적 차원의 큰 틀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강연 후 질의 답변에서 나온 ‘자진 사퇴’ 발언은 더욱 세게 느껴졌다.

    유 장관은 연극배우로서는 역대 최고의 햄릿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실제 업무 스타일은 어떨까? 일각에서는 우유부단한 햄릿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직관에 따른 과감한 판단을 내리는 스타일에 가깝다는 평가를 한다. 유 장관의 이번 파문도 그런 스타일 때문에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답변하며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계획되지 않은 발언이었고, 이날 발언 이후 하루 종일 기자들이 장관실에 몰려들 만큼 큰 파문을 일으킬지는 장관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유 장관의 발언은 이전 정부의 ‘코드 인사’ 문제에 대해 청와대 측과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진 상태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답변을 시작하기에 앞서 유 장관은 전날 노무현 정권 임명 인사들의 퇴진을 거론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이야기를 꺼냈다. 또 발언 도중 “혹시라도 그분들(이전 정권이 임명한 예술단체 기관장들)이 이 기사를 본다면, (이 정부와) 철학이 다르면 더 계시라고 부탁드려도 나가시지 않겠느냐”고 말해 자신의 발언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유 장관의 측근은 “생각이 다르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평소 장관의 생각”이라고 했다. 유 장관도 과거 이명박 시장에 의해 서울문화재단 대표에 임명됐을 당시 ‘코드 인사’ 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오세훈 시장으로 바뀌자 유 장관은 임기를 4~5개월 남긴 상태에서 사표를 냈다. 노 정권 때 임명된 인사들이 자신처럼 해주기를 바랐던 것일까. 전후 사정이야 어찌 됐든 유 장관은 ‘이명박 코드 심기’를 위한 ‘노무현 코드 뽑기’ 전투의 최전방에 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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