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현장 수업 중인 학생들.
명성만 듣고 미술관을 방문한 사람은 다른 세계적 미술관보다 작은 규모에 실망할 수도 있다. 이 미술관의 자랑거리는 다름 아닌 주니어 미술관이다. 고작 아이들의 체험학습을 위한 공간이 미술관의 얼굴로 부각된 이유는 ‘인스티튜트’라는 이름에서 엿보이는 미술관의 독특한 탄생배경 때문이다.
1866년 시카고의 소규모 미술가 그룹에 의해 설립된 이 미술관의 목적은 미술교육과 전시 기회를 마련하는 것. 시카고 디자인학교라는 이름으로 개교한 뒤 여러 곳의 건물을 빌려 운영되다 1879년 시카고 미술학교와 통합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의 이름으로 정착된 시기는 1882년으로 이후 미술관과 학교를 함께 운영해왔고, 이 같은 이력 덕분에 1964년 어린이들을 위한 주니어 미술관까지 열게 된 것이다.
주니어 미술관의 전시 작품으로는 그림, 조각, 회화, 드로잉, 판화, 도자기, 액세서리, 건축, 사진, 장식미술, 동양미술, 미니어처 등 미술 관련 분야가 총망라될 정도로 방대하다. 때문에 아이들 손을 잡은 부모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장소다.
물론 미국의 대표 미술관답게 소장 목록도 만만치 않다. 미술관에는 15~18세기 유럽의 회화들,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서 보았던 익숙한 그림들이 전시돼 있어 반가운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피카소, 마네, 모네, 고갱, 엘 그레코, 고흐, 쇠라 등의 작품이 한국 관광객에게 인기다.
19~20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화가들의 작품과 미국 작가들의 작품이 시대와 장르별로 전시돼 있다는 점도 관람객들에게 호평받는 요소다. 게다가 시카고 미술관에는 ‘한국관’이 따로 꾸며져 있어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만족감이 배가 된다.
전 세계 유명 미술품 망라 … ‘미니어처 룸’에선 탄성 연발
수작업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미니어처 룸, 시카고의 밤거리, 시카고 미술관 입구(위 부터).
미술관 1층에는 주로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특히 유럽의 무기와 가구, 도자기, 아시아의 조각품, 아프리카의 조각품과 장신구 등이 인상적이다. 지하에는 사진관과 미니어처 룸이 있다. 사진관에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미국의 모습이 개성 있게 담겨 있다.
2층에는 유럽 미술품이 주를 이룬다. 중세 유럽 미술, 인상주의 미술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시카고 미술관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장소는 지하 1층의 ‘미니어처 룸’이다. 이곳에는 유럽 미국 아시아 등 대륙별 중세시대 가옥 형태를 컴퓨터 모니터 크기의 미니어처로 제작해놨다. 침실, 거실, 서재, 부엌 등 각각 미니어처 룸 안의 풍경만 보면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것처럼 정교하게 꾸며져 그 세심한 노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미니어처 룸의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미술관 내에서 인상적인 것은 각층 입구마다 배치된 간이접이식 의자다. 이는 관람객들이 앉고 싶은 곳에 앉아 편하고 자유롭게 미술작품을 감상하라는 박물관 측의 배려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의자를 이용해 미술품과 교감하는지, 이방인의 눈에는 그저 부럽기만 하다. 카메라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는다면 사진도 마음껏 찍을 수 있으니 이런 면에선 유럽의 미술관이나 박물관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특히 인솔 선생님은 대부분 할머니들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미술수업이 무척 여유롭게 느껴졌다. 이들과 동행하면서 슬쩍슬쩍 수업 내용을 들으며 아이들의 맑은 표정을 바라보는 것도 시카고 미술관을 관람하는 즐거움 중 하나다.
시카고에 가면 반드시 시카고 미술관에 들러야 한다. 입장료가 조금도 아깝지 않고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예술세계’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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