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내용 가운데 미래에셋 부분은 빼주셨으면 합니다.”
“금융 분야의 혁신을 얘기할 때 미래에셋 없이는 곤란한데요. 왜 그런가요?”
“사장과 임원들이 싫어합니다. 미래에셋이 언급되면 분명 불호령이 떨어질 겁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서 ‘창조경영’을 주제로 강의 의뢰를 받은 한 컨설팅회사 K 사장은 사전에 강의 원고를 보냈다가 뜻하지 않은 딜레마에 빠졌다. 한마디로 ‘미래에셋이 좋은 인력을 빼내가 임원들이 격앙돼 있다’는 반응이었다.
이미 미래에셋은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공공의 적’으로 부각됐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미래에셋이 자금과 인력을 무한정으로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것과 ‘리딩 자산운용회사’로서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의 근거 없는 시기라 볼 수 있지만, 후자는 한국의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자금 쏠림 현상부터 살펴보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 수탁액은 11월26일 현재 33조5589억원으로 전체 주식형 펀드(104조6697억원)의 32%에 이른다. 게다가 10월31일부터 판매된 인사이트 펀드 수탁액은 4조4628억원으로 한 달도 안 돼 5조원 가까이 몰렸다.
미래에셋의 독주는 개인의 금융자산을 예금에서 펀드(투자)로 이동시킴으로써 주식형 펀드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식형 펀드 증가액의 절반 이상이 미래에셋으로 옮겨가면서 업계의 견제를 받고 있는 것.
인력의 쏠림도 무시할 대목이 아니다. 미래에셋증권 지점은 지난해 말 70개에서 최근 120개를 넘어섰다. 경쟁업체 처지에서는 공들여 키운 영업인력을 빼앗긴 것이다. 나아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까지 당연하다는 듯 미래에셋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 점은 비난하기 어렵다.
“선행매매로 수백억 차익” 루머로 몸살
“인력이 왜 이동하는지를 생각하고 대응해야지 미워한다고 해결될 일이냐. 미래에셋 연수원에 가보면 다른 금융회사와 커리큘럼이 완전히 다르고 연수받는 직원들의 눈빛도 다르다. 미래에셋이 잘나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한 컨설팅회사 K 사장)
미래에셋이 공공의 적이 된 두 번째 이유는 1등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점. 미래에셋은 설립 초기부터 투자자들에게 장기투자를 권해왔다. 여기에 단기투자가 국내 자산운용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하지만 미래에셋의 운용 패턴을 살펴보면 장기투자와 거리가 먼 경우도 적지 않다. 미래에셋 주식형 펀드의 매매 회전율과 수익률, 변동성이 업계 평균보다 높다는 것은 시장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억울한 설화(舌禍)에 시달리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금요일이던 11월23일, 증시는 허무맹랑한 루머로 몸살을 앓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한 펀드매니저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주식을 사기 전 차명계좌로 주식을 사두는 선행매매로 수백억원대 차익을 챙겼다’는 소문이었다. 루머는 한발 더 나아가 ‘회사는 그 매니저를 해고하고 검찰에 고소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정황까지 제시했다.
미래에셋은 즉시 “증시 일각에서 일고 있는 내부자의 선행매매 의혹 관련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까지 직접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창립 후 지금까지 한 번도 고객 앞에 부끄러운 행동을 한 기억이 없다”며 정직과 투명성이라는 미래에셋의 덕목을 개진해줄 것을 당부했지만,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11월5일 장중에 20만65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이 소문의 여파로 장중 하한가를 기록하며 13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던 많은 종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개장 직후 1820선까지 오르던 코스피지수는 1745까지 폭락했다.
이날 파동은 미래에셋이 이미 자본시장의 권력자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돈의 권력(Power of Money)을 장악한 자는 고급 투자정보를 다른 운용회사보다 먼저 얻을 수 있다. 주식거래 시 ‘첫 번째 납입(First Call)’을 받는 것은 물론, 상장회사의 사장이나 재무담당 임원(CFO)을 더 자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는 격언은 자본시장에도 예외가 아니다. 돈의 권력도 금융당국이나 시장 참여자 등으로부터 건전한 통제를 받지 못하면 독선과 오만에 빠지게 마련이다.
또한 미래에셋이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해 주가를 끌어올림으로써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막역한 사이인 한 자산운용회사 사장은 미래에셋의 자산운용 행태에 대해 이렇게 안타까워한다.
“특정 종목을 지나치게 편입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반면, 삼성전자 국민은행 등 시가총액 비중이 큰 우량주를 제외함으로써 다른 운용회사들에게 욕을 먹고 있다.”
실제 미래에셋이 운용하고 있는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추이를 보면 이 같은 지적이 사실무근이라고 할 수 없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67.6%에 이른다. 이는 38개 자산운용회사 가운데 1등이며, 운용회사 주식형 평균수익률(58.0%)은 물론 코스피지수 상승률(43.7%)보다도 높은 수익률이다.
그러나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선 11월 이후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11월1일부터 27일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은 -12.5%로, 41개 운용회사 가운데 하위권인 31등으로 추락한 것. 특히 운용사 평균수익률(-10.8%)은 코스피지수 하락률(-10.1%)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반면, 미래에셋은 더 나쁜 운용 성적을 냈다.
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 넘게 보유하고 있는 35개 종목(11월27일 현재)의 주가가 11월 들어 급락한 탓이다. 동양제철화학 신라호텔 경남기업 등이 30% 이상 폭락한 것을 비롯해 평균 14.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9.9% 떨어진 것보다 충격이 더 컸다.
“특정 종목 지나치게 편입,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률”
펀드로 자금이 유입될 때는 유입된 돈으로 주식을 사면 주가가 오르고, 수익률도 높아져 다시 돈 유입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그러나 증시가 조정을 보여 수익률이 멈칫하면 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주식을 더 살 수 없거나 팔게 되면 주가는 하락하고 수익률은 더 떨어져 자금이 이탈하는 악순환을 보여준다. 연못에 있는 고래가 작을 때는 별다른 충격이 없지만 덩치가 커짐에 따라 빠져나올 수 없어 곤란을 겪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미래에셋은 이런 사태를 예견했을지 모른다. 10월31일에 인사이트 펀드를 선보였고, 11월26일에는 ‘미래에셋아내사랑글로벌이머징 주식형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잘 버텼던 중국 증시가 조정 국면을 보이면서 중국 펀드 환매가 늘어났다. 이 여파로 국내 증시도 조정을 보이면서 이익이 많이 난 기존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우려됐을지 모른다.
만일 환매가 늘어난다면 주식 매도물량을 받아줄 저수지가 필요하다. 인사이트 펀드와 아내사랑 펀드가 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인사이트 펀드를 낸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고 말한다. “중국 증시가 쓰러지면 미래에셋은 어려움에 빠진다. 미래에셋 자산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펀드는 이런 리스크를 줄이고 자산을 유럽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이 인사이트 펀드에 쏟아지는 비판에도 10조원을 목표로 삼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인사이트 펀드는 국내외에서 비슷한 펀드를 찾기 어려운 ‘전례 없는 펀드’다. 수익률을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도 없고 구체적인 투자전략도 제시되지 않았다. 미래에셋이 제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모펀드는 주식 100% 이하, 채권 100% 이하, 어음 100% 이하로 운용한다. 유망한 투자대상에 100% 투자할 수 있는, 이른바 ‘몰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망한 곳 유연하게 100% 투자 조항 ‘몰빵’ 가능
정체를 규명할 수 없는 펀드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허용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마디로 미래에셋을 편애한다는 것. 한 투자자문회사 사장은 “인사이트 펀드는 사실상 헤지펀드로 현행 법규상으로는 인가받을 수 없는 펀드인데도 판매가 허용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이트 펀드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아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이트 펀드의 총 보수비용은 연 3.29%(종류 A, 선취판매 수수료 1% 포함하면 4.29%)~4.19%(종류 C)에 이르러 펀드 가운데 가장 높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우리는 펀드가 법과 규정에 맞게 약관이 작성됐는지만 확인했고, 인사이트 펀드에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사이트 펀드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자 결국 금감원은 인사이트 펀드 약관을 수정토록 지시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박 회장은 11월14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박 회장은 “인사이트 펀드는 ‘몰빵 펀드’가 아니며 자산배분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품을 판매하는 곳에서도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변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이런 해명도 인사이트 펀드에 대한 오해를 가라앉히지는 못하고 있다. 세간에는 아직도 ‘인사이트 펀드는 자산운용 철학과 투자원칙이 불분명한 묻지마 펀드’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인사이트 펀드 열기는 빠르게 식어버렸다. 판매 사흘째인 11월5일 5266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데 이어 6일째에는 5945억원이 몰리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3622억원(7일), 2368억원(12일)으로 줄었고, 15일에는 809억원이 유입되면서 1000억원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당초 목표인 펀드규모 10조원을 달성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익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자산운용회사로서 미래에셋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에셋이 지속 성장하기 위한 토양을 만드는 일이며, 한국인들이 올바른 투자를 통해 중산층으로 발돋움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시중자금과 전문인력이 미래에셋으로 몰리는 ‘미래에셋 신드롬’이 지나쳐 ‘미래에셋 리스크’로 연결되는 것은 미래에셋 스스로에게는 물론 한국 자본시장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박 회장은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앞으로 뛰어나가는 것”이라는 카네기의 말을 즐겨 인용한다. 박 회장의 이런 전략이 미래에셋을 창업 10년 만에 한국에서 일등 자산운용회사로 키우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자전거는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쓰러지게 마련이다. 미래에셋이 업계의 시기와 당국의 견제를 뚫고 계속 바람개비를 돌릴 수 있을까. 시장은 아직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금융 분야의 혁신을 얘기할 때 미래에셋 없이는 곤란한데요. 왜 그런가요?”
“사장과 임원들이 싫어합니다. 미래에셋이 언급되면 분명 불호령이 떨어질 겁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서 ‘창조경영’을 주제로 강의 의뢰를 받은 한 컨설팅회사 K 사장은 사전에 강의 원고를 보냈다가 뜻하지 않은 딜레마에 빠졌다. 한마디로 ‘미래에셋이 좋은 인력을 빼내가 임원들이 격앙돼 있다’는 반응이었다.
이미 미래에셋은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공공의 적’으로 부각됐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미래에셋이 자금과 인력을 무한정으로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것과 ‘리딩 자산운용회사’로서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의 근거 없는 시기라 볼 수 있지만, 후자는 한국의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자금 쏠림 현상부터 살펴보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 수탁액은 11월26일 현재 33조5589억원으로 전체 주식형 펀드(104조6697억원)의 32%에 이른다. 게다가 10월31일부터 판매된 인사이트 펀드 수탁액은 4조4628억원으로 한 달도 안 돼 5조원 가까이 몰렸다.
미래에셋의 독주는 개인의 금융자산을 예금에서 펀드(투자)로 이동시킴으로써 주식형 펀드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식형 펀드 증가액의 절반 이상이 미래에셋으로 옮겨가면서 업계의 견제를 받고 있는 것.
인력의 쏠림도 무시할 대목이 아니다. 미래에셋증권 지점은 지난해 말 70개에서 최근 120개를 넘어섰다. 경쟁업체 처지에서는 공들여 키운 영업인력을 빼앗긴 것이다. 나아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까지 당연하다는 듯 미래에셋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 점은 비난하기 어렵다.
“선행매매로 수백억 차익” 루머로 몸살
미래에셋그룹의 여의도 사옥. 최근 금융권 인재들의 미래에셋 쏠림 현상이 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다.
미래에셋이 공공의 적이 된 두 번째 이유는 1등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점. 미래에셋은 설립 초기부터 투자자들에게 장기투자를 권해왔다. 여기에 단기투자가 국내 자산운용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하지만 미래에셋의 운용 패턴을 살펴보면 장기투자와 거리가 먼 경우도 적지 않다. 미래에셋 주식형 펀드의 매매 회전율과 수익률, 변동성이 업계 평균보다 높다는 것은 시장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억울한 설화(舌禍)에 시달리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금요일이던 11월23일, 증시는 허무맹랑한 루머로 몸살을 앓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한 펀드매니저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주식을 사기 전 차명계좌로 주식을 사두는 선행매매로 수백억원대 차익을 챙겼다’는 소문이었다. 루머는 한발 더 나아가 ‘회사는 그 매니저를 해고하고 검찰에 고소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정황까지 제시했다.
미래에셋은 즉시 “증시 일각에서 일고 있는 내부자의 선행매매 의혹 관련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까지 직접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창립 후 지금까지 한 번도 고객 앞에 부끄러운 행동을 한 기억이 없다”며 정직과 투명성이라는 미래에셋의 덕목을 개진해줄 것을 당부했지만,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11월5일 장중에 20만65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이 소문의 여파로 장중 하한가를 기록하며 13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던 많은 종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개장 직후 1820선까지 오르던 코스피지수는 1745까지 폭락했다.
이날 파동은 미래에셋이 이미 자본시장의 권력자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돈의 권력(Power of Money)을 장악한 자는 고급 투자정보를 다른 운용회사보다 먼저 얻을 수 있다. 주식거래 시 ‘첫 번째 납입(First Call)’을 받는 것은 물론, 상장회사의 사장이나 재무담당 임원(CFO)을 더 자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는 격언은 자본시장에도 예외가 아니다. 돈의 권력도 금융당국이나 시장 참여자 등으로부터 건전한 통제를 받지 못하면 독선과 오만에 빠지게 마련이다.
또한 미래에셋이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해 주가를 끌어올림으로써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막역한 사이인 한 자산운용회사 사장은 미래에셋의 자산운용 행태에 대해 이렇게 안타까워한다.
“특정 종목을 지나치게 편입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반면, 삼성전자 국민은행 등 시가총액 비중이 큰 우량주를 제외함으로써 다른 운용회사들에게 욕을 먹고 있다.”
실제 미래에셋이 운용하고 있는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추이를 보면 이 같은 지적이 사실무근이라고 할 수 없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67.6%에 이른다. 이는 38개 자산운용회사 가운데 1등이며, 운용회사 주식형 평균수익률(58.0%)은 물론 코스피지수 상승률(43.7%)보다도 높은 수익률이다.
그러나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선 11월 이후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11월1일부터 27일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은 -12.5%로, 41개 운용회사 가운데 하위권인 31등으로 추락한 것. 특히 운용사 평균수익률(-10.8%)은 코스피지수 하락률(-10.1%)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반면, 미래에셋은 더 나쁜 운용 성적을 냈다.
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 넘게 보유하고 있는 35개 종목(11월27일 현재)의 주가가 11월 들어 급락한 탓이다. 동양제철화학 신라호텔 경남기업 등이 30% 이상 폭락한 것을 비롯해 평균 14.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9.9% 떨어진 것보다 충격이 더 컸다.
“특정 종목 지나치게 편입,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률”
펀드로 자금이 유입될 때는 유입된 돈으로 주식을 사면 주가가 오르고, 수익률도 높아져 다시 돈 유입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그러나 증시가 조정을 보여 수익률이 멈칫하면 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주식을 더 살 수 없거나 팔게 되면 주가는 하락하고 수익률은 더 떨어져 자금이 이탈하는 악순환을 보여준다. 연못에 있는 고래가 작을 때는 별다른 충격이 없지만 덩치가 커짐에 따라 빠져나올 수 없어 곤란을 겪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미래에셋은 이런 사태를 예견했을지 모른다. 10월31일에 인사이트 펀드를 선보였고, 11월26일에는 ‘미래에셋아내사랑글로벌이머징 주식형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잘 버텼던 중국 증시가 조정 국면을 보이면서 중국 펀드 환매가 늘어났다. 이 여파로 국내 증시도 조정을 보이면서 이익이 많이 난 기존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우려됐을지 모른다.
만일 환매가 늘어난다면 주식 매도물량을 받아줄 저수지가 필요하다. 인사이트 펀드와 아내사랑 펀드가 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인사이트 펀드를 낸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고 말한다. “중국 증시가 쓰러지면 미래에셋은 어려움에 빠진다. 미래에셋 자산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펀드는 이런 리스크를 줄이고 자산을 유럽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이 인사이트 펀드에 쏟아지는 비판에도 10조원을 목표로 삼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인사이트 펀드는 국내외에서 비슷한 펀드를 찾기 어려운 ‘전례 없는 펀드’다. 수익률을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도 없고 구체적인 투자전략도 제시되지 않았다. 미래에셋이 제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모펀드는 주식 100% 이하, 채권 100% 이하, 어음 100% 이하로 운용한다. 유망한 투자대상에 100% 투자할 수 있는, 이른바 ‘몰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망한 곳 유연하게 100% 투자 조항 ‘몰빵’ 가능
정체를 규명할 수 없는 펀드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허용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마디로 미래에셋을 편애한다는 것. 한 투자자문회사 사장은 “인사이트 펀드는 사실상 헤지펀드로 현행 법규상으로는 인가받을 수 없는 펀드인데도 판매가 허용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이트 펀드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아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이트 펀드의 총 보수비용은 연 3.29%(종류 A, 선취판매 수수료 1% 포함하면 4.29%)~4.19%(종류 C)에 이르러 펀드 가운데 가장 높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우리는 펀드가 법과 규정에 맞게 약관이 작성됐는지만 확인했고, 인사이트 펀드에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사이트 펀드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자 결국 금감원은 인사이트 펀드 약관을 수정토록 지시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박 회장은 11월14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박 회장은 “인사이트 펀드는 ‘몰빵 펀드’가 아니며 자산배분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품을 판매하는 곳에서도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변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이런 해명도 인사이트 펀드에 대한 오해를 가라앉히지는 못하고 있다. 세간에는 아직도 ‘인사이트 펀드는 자산운용 철학과 투자원칙이 불분명한 묻지마 펀드’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인사이트 펀드 열기는 빠르게 식어버렸다. 판매 사흘째인 11월5일 5266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데 이어 6일째에는 5945억원이 몰리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3622억원(7일), 2368억원(12일)으로 줄었고, 15일에는 809억원이 유입되면서 1000억원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당초 목표인 펀드규모 10조원을 달성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익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자산운용회사로서 미래에셋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에셋이 지속 성장하기 위한 토양을 만드는 일이며, 한국인들이 올바른 투자를 통해 중산층으로 발돋움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시중자금과 전문인력이 미래에셋으로 몰리는 ‘미래에셋 신드롬’이 지나쳐 ‘미래에셋 리스크’로 연결되는 것은 미래에셋 스스로에게는 물론 한국 자본시장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박 회장은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앞으로 뛰어나가는 것”이라는 카네기의 말을 즐겨 인용한다. 박 회장의 이런 전략이 미래에셋을 창업 10년 만에 한국에서 일등 자산운용회사로 키우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자전거는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쓰러지게 마련이다. 미래에셋이 업계의 시기와 당국의 견제를 뚫고 계속 바람개비를 돌릴 수 있을까. 시장은 아직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