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세 직장인 K(서울 양천구 목동)씨. 그는 요즘 혼란스럽다. 어금니 하나를 못 쓰게 돼 인공치아를 이식하는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려는데, 문의해본 치과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어느 곳을 찾아가야 할지 종잡을 수 없어서다. K씨는 “임플란트 1개당 100만원대에서 최대 400만원까지 부르는 판이니 솔직히 치과 진료비 자체에 불신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사는 회사원 J(42)씨 역시 치과진료에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 2005년 12월 서대문구의 한 치과의원에서 썩은 오른쪽 위 어금니 하나를 빼고 양옆 치아를 갈아낸 뒤 3개의 세라믹 보철 치료를 받은 그는 당시 진료비로 90만원을 냈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출혈이 생기고 치아에 통증을 느껴 같은 치과에서 다시 진찰을 받아야 했다.
치과 원장의 답변은 보철 치료를 새로 받으라는 것. J씨는 부실한 보철 치료에 대해 따졌지만, 원장은 세라믹 보철물이라 염증이 재발할 수 있다며 금니로 바꿀 것을 권했다. 결국 J씨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시 90만원을 지불하고 금 보철물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치료할 때도 진료비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여겼다. 물론 염증이 재발한 데는 평소 나의 치아관리가 부실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치과의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진료 행태에 대한 못마땅함이 앞섰다.”(J씨)
치료과정에 수반되는 통증과 공포심 때문에 어린아이는 물론 어른들조차 좀처럼 가기를 꺼리는 곳. 그럼에도 평생 누구나 몇 번씩은 찾을 수밖에 없는 곳. 바로 치과의료기관(치과 병·의원)이다. 이런 치과진료의 부당성에 대한 환자들의 하소연이 비단 K씨와 J씨만의 것일까?
의료소비자들의 다양한 불만이 폭주하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사이트의 ‘국민자유게시판’을 한번 들여다보자.
‘남편의 치아가 안 좋아서 진료비 견적을 냈는데 1000만원 이상 나오더군요. 하루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왜 치과는 건강보험이 안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병원 측이 하는 말, ‘현금으로 결제하면 할인이 된다.’ 이 무슨 말입니까? 이런 치과가 많이 있을 거라 생각되네요.’(2007년 9월5일 이○○)
‘친구가 ○○치과에서 치료받는데 금으로 안을 메운 어금니랑 치아 몇 개 치료하는 데 160만원이 나왔답니다. 그런데 금으로 메운 가짜 어금니(비용 1개당 38만원)를 박을 때 우연히 그 안을 보게 됐는데, 금색이 아니고 은색이라 간호사에게 물었더니 백금이라 색이 그렇다고 그러더랍니다. 그래도 이상해 자꾸 물어보면서 급기야 샘플하고 비교하자 그제야 의사가 오더를 잘못 내려 그렇다며 죄송하다고 했대요.’(2007년 4월24일 문○○)
“치아 하나 200만원이라니요? 칼 안 든 도적 따로 없어요”
‘칼 안 든 도적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치과에 가면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좀더 쓸 수 있는 치아인데도 임플란트를 권합니다. 좋은 의술이 나왔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의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치아 하나에 200만원이라니요? 종합병원 가면 외제라고 400만원까지 받아먹습니다. 과연 이들이 의사입니까? 어차피 세상 모든 사람들은 나이 들면 이가 빠집니다.’(2007년 4월10일 이○○)
이와 같은 치과 환자들의 불만은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차고 넘친다. 이들의 분노가 정점을 이루는 지점은 단연 값비싼 진료비 문제. 그렇다면 근원적인 의문 하나를 던져보자. 왜 치과 진료비는 이렇듯 비싸야만 하는가?
주지하듯 치과진료를 받을 때 진료비는 웬만하면 기본이 몇십만원, 임플란트 같은 시술엔 몇백만원 단위가 든다. 때로는 10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보철비용 또한 각양각색이다.
치과 진료비가 비싼 이유 중 하나는 유감스럽게도 치과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대다수 진료행위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비보험) 항목(표 참조)이라는 데 있다. 물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가 없는 건 아니다. 병·의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충치 치료에 쓰이는 아말감 충전은 1만원 이내, 발치도 그 정도 수준이다. 치주염 치료도 보험 적용이 되므로 대개 1만원가량 한다.
그러나 이 정도가 그나마 전부다. 금이나 세라믹으로 치료 부위를 덮는 보철 치료(금의 경우 그 종류나 치료 부위에 따라 비용에 많은 차이가 있는데, 충전일 경우 20만원, 크라운(crown)을 씌울 때는 30만~40만원), 상실된 치아 대신 인공치아를 심는 임플란트(개당 200만~250만원), 치아를 가지런히 바로잡는 교정 치료(총비용 500만~600만원), 변색된 치아를 희게 하는 미백 치료(50만원가량) 등은 100% 환자 부담이다.
이 때문에 치료를 받고 싶어도 돈이 없어 마냥 참아야 하는 환자들이 줄을 잇는다. 이렇게 유독 치과진료에 비급여 항목인 치료가 많은 것은 열악한 건강보험재정 상황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 단적인 예로 이미 대중화된 스케일링(치석 제거)의 경우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45세 이상 성인의 90% 이상이 앓고 있다는 치주염(풍치). 이는 치아를 잃게 하는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스케일링만 정기적으로 잘해도 구강건강을 지킬 수 있다. 그런데도 스케일링은 수술이나 심한 잇몸질환의 치료 전 처치 등 일부 치료 때를 제외하고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6만~7만원이 든다.
스케일링은 한때 보험 적용이 됐으나, 2001년 7월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대책 이후 치료 목적의 스케일링 기준을 앞서 언급한 경우에만 한정함으로써 환자와 치과의사 사이에 시술비용을 둘러싸고 마찰을 불러오는 한 빌미가 되고 있다. 이는 통상 2만원 이내인 치료 목적의 스케일링 기준에 대한 판단이 전적으로 치과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정 의원(열린우리당)이 지난해 4월 ‘치석 제거 보험적용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대구지부에서 스케일링 보험 적용을 위한 대(對)시민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진전된 것이 없다.
복지부에 따르면 2006년 12월 기준으로 치과병원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3.6%, 치과의원은 45.4%다. 이는 모든 진료과목을 포함한 전체 건강보험 보장률 64.3%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런 현상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추진정책의 기조가 암 등 중증질환 중심의 급여 확대로 전개되면서 치과부문의 보장성 확대가 후순위로 밀린 것과 무관치 않다. 여기엔 치과질환이 생명 위기와 직결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인식이 전제로 깔려 있다.
복지부 보험급여팀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는 치과부문에서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필요한 진료행위 리스트를 갖고 있으며, 보장성 확대 시 추가될 소요 재정을 검토하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 스케일링 등 특정 진료행위에 대한 보험 적용 확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극히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인 셈이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등은 치과부문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오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공동대표는 “지난해 11월 정책 워크숍을 통해 치과부문 건강보험 보장성을 2010년까지 50% 수준으로 높이고 이를 위해 충치 예방을 위한 치아 홈 메우기, 예방적 스케일링, 노인 틀니에 대해 우선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해달라는 요구를 복지부에 전달했다”며 “아직 받아들여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만큼 지속적으로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필요 시 건강보험료 인상에 동의할 수도 있다는 게 시민단체로서의 기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노인 틀니에 대한 보험급여 제공은 올 3월부터 구강보건 정책과제 개발에 나선 건치가 10월2일 확정한 ‘구강보건 10대 대선 공약’ 내용에도 들어 있다. 건치의 김철신 정책국장은 “2002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공약 중 치과부문은 노인 틀니 보험급여화 단 한 개뿐이었는데, 그것조차 지금까지 현실화되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복지부 내엔 구강보건행정을 전담하는 부서조차 사라지고 없다. 구강보건이 전체 국민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에 이르고, 금액으로는 4조원이 넘는데도 기존의 구강보건팀은 해체되고 대신 해당 업무를 어이없게도 주로 숙박업과 음식업, 이·미용업 등 공중위생을 관리하는 부서인 생활위생팀에 떠맡긴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 정형근 의원(한나라당)은 10월17일 열린 복지부 국정감사 당시 “구강보건 예방사업은 물론 치과진료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시급히 추진돼야 하는 상황이어서 없는 부서도 만들어야 할 판에, 있는 부서마저 없앤 복지부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독 치과진료에 보험 비급여 항목 많아
건강보험재정 및 구강보건행정의 난맥상 외에도 치과진료의 문턱을 높이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치과 병·의원에 따라 각기 다른 진료비 차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비급여 항목이 주를 이루는 치과 진료비는 상한선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이른바 ‘관행수가’ 방식으로 진료비가 청구된다. 따라서 절대다수의 치과의사가 동의한 적정 가격이라는 게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가격책정 시스템 자체가 투명하지 않다.
이런 맹점에 편승해 일부 병·의원들은 상식에서 벗어난 진료비를 환자에게 물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치과재료비 자체가 비싸고, 그중 일부는 저가에서부터 매우 고가인 것까지 종류가 다양한 게 사실이다. 또한 같은 시술이라 해도 환자의 치아 상태, 치과재료의 종류, 치료 소요시간, 치과의사의 숙련도 등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환자들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대표적 고가 치료인 임플란트 시술을 보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치과마다 가격 차이가 커서 환자들이 가장 불신하는 시술법 중 하나다. 일부 언론은 치과 병·의원에 공급되는 임플란트 가격이 10만~15만원인 데 비해 인건비 등을 포함한 전체 진료비는 200만원을 넘는 만큼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보도는 조금 부풀려진 감이 있다.
국내에서 임플란트 재료를 생산하는 업체는 30여 개. 이들 업계를 대표하는 한 업체 직원의 얘기다.
“과거 미국 유럽 등에서 수입하던 임플란트 재료는 2000년대 들어와 국내 업체들에서도 본격적으로 생산되면서 현재 국내 임플란트 재료시장에서 국산 제품 점유율이 75%나 된다. 그런데 국산 임플란트 가격이 15만~20만원이라는 얘기는 와전된 것이다. 실제로는 임플란트 재료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잇몸뼈 속에 심는 인공치근(fixture)의 가격만 그렇다. 물론 외국산은 이보다 훨씬 비싸다. 임플란트 시술엔 인공치근 외에도 잇몸 위에 올리는 각종 재료가 필요하고, 시술장비도 비싸다. 또한 관련 보철물 제작에도 비용이 많이 들므로 이 부분까지 시술비용에 포함시키는 게 마땅하다.”
치과의료는 전문직에 속하므로 시술 가격의 원가 개념을 인건비와 병원유지비 등을 따져보지 않은 채 공산품 가격 매기듯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치과의사들도 없지 않다. 병·의원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진료비를 단순비교해 기계적인 잣대로 재단하지 말라는 얘기다. 일리 있는 항변이다. 그럼에도 이런 항변은 동네마다 치과의사마다 진료비 차이가 심하고, 때로 과잉진료와 덤핑마저 일삼는 행태가 버젓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사실상 일부 병·의원들이 폭리를 취하더라도 환자로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비정상적 진료수가 때문에 비양심 진료행위 성행”
‘주간동아’가 복지부 보험평가팀에 요청해 건네받은 자료는 이를 방증한다. 자료에 따르면, 2006년도의 경우 치과 병·의원의 진료비 허위·부당 청구 금액은 병원급의 경우 6713만원, 의원급은 2억9769만5000원에 이른다(최근 5년간의 증감 추이는 표 참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치과 진료비 허위·부당 청구 적발 사례는 50~51쪽 참조). 이에 대해 치과의사들의 이익단체인 치협 측은 “허위·부당 청구를 해 협회 이미지를 실추시킨 회원까지 보호하지는 않는다는 게 협회 입장이며, 그러한 사례들을 안내책자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 회원들을 대상으로 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양심적인 진료행위가 전적으로 치과의사 개인만의 문제에 기인하는 게 아니라 비정상적인 진료수가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30대 치과의사는 “우리나라 치과진료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적정 수준을 떠나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 예컨대 신경치료처럼 기본적이면서도 난이도가 높고 중요한 치료는 보험 적용이 돼 저가인 반면, 신경치료 후 꼭 필요한 치아를 씌우는 크라운 등의 치료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치과진료는 의료소비자들이 관련 정보를 얻을 만한 통로가 특히 적은 영역이다. 비싼 재료를 사용하는 시술법을 내세우며 과잉진료를 하는 치과를 피해 믿고 찾아갈 수 있는 치과, 도덕성을 갖춘 치과의사를 ‘발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직접적인 대안은 환자 스스로 발품을 파는 것이다(52~53쪽 참조). 다른 하나는 좀더 근원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강릉대 치대 마득상 교수(예방치과)는 “현재의 치과의료는 예방이 아닌 치료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치료가 늦어져 더 많은 치과 진료비를 부담하게 되는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스케일링, 치아 홈 메우기, 불소 도포 등 예방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망가진 치아의 복원보다는 ‘(치아가 남아) 있을 때 잘하라’는 조언인 셈이다.
‘주간동아’는 이번 취재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출자로 치과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전국의 의료생활협동조합들도 취재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언론 보도 이후 갖게 될 긍정적 효과보다는 기존 제도권 의료계의 부정적인 시선이 더 따가울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만큼 치과 진료비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얼마 전 미국에서 비싼 진료비와 차별적인 진료행위로 치과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매번 인상된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면서도 치과에 가면 보험 혜택은커녕 비싼 진료비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 이게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돈이 많지 않아 치아까지도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이앓이의 통증보다 더한 아픔이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사는 회사원 J(42)씨 역시 치과진료에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 2005년 12월 서대문구의 한 치과의원에서 썩은 오른쪽 위 어금니 하나를 빼고 양옆 치아를 갈아낸 뒤 3개의 세라믹 보철 치료를 받은 그는 당시 진료비로 90만원을 냈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출혈이 생기고 치아에 통증을 느껴 같은 치과에서 다시 진찰을 받아야 했다.
치과 원장의 답변은 보철 치료를 새로 받으라는 것. J씨는 부실한 보철 치료에 대해 따졌지만, 원장은 세라믹 보철물이라 염증이 재발할 수 있다며 금니로 바꿀 것을 권했다. 결국 J씨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시 90만원을 지불하고 금 보철물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치료할 때도 진료비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여겼다. 물론 염증이 재발한 데는 평소 나의 치아관리가 부실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치과의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진료 행태에 대한 못마땅함이 앞섰다.”(J씨)
치료과정에 수반되는 통증과 공포심 때문에 어린아이는 물론 어른들조차 좀처럼 가기를 꺼리는 곳. 그럼에도 평생 누구나 몇 번씩은 찾을 수밖에 없는 곳. 바로 치과의료기관(치과 병·의원)이다. 이런 치과진료의 부당성에 대한 환자들의 하소연이 비단 K씨와 J씨만의 것일까?
의료소비자들의 다양한 불만이 폭주하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사이트의 ‘국민자유게시판’을 한번 들여다보자.
‘남편의 치아가 안 좋아서 진료비 견적을 냈는데 1000만원 이상 나오더군요. 하루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왜 치과는 건강보험이 안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병원 측이 하는 말, ‘현금으로 결제하면 할인이 된다.’ 이 무슨 말입니까? 이런 치과가 많이 있을 거라 생각되네요.’(2007년 9월5일 이○○)
‘친구가 ○○치과에서 치료받는데 금으로 안을 메운 어금니랑 치아 몇 개 치료하는 데 160만원이 나왔답니다. 그런데 금으로 메운 가짜 어금니(비용 1개당 38만원)를 박을 때 우연히 그 안을 보게 됐는데, 금색이 아니고 은색이라 간호사에게 물었더니 백금이라 색이 그렇다고 그러더랍니다. 그래도 이상해 자꾸 물어보면서 급기야 샘플하고 비교하자 그제야 의사가 오더를 잘못 내려 그렇다며 죄송하다고 했대요.’(2007년 4월24일 문○○)
10월2일 열린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의 구강보건 대선 공약 관련 토론회.
‘칼 안 든 도적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치과에 가면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좀더 쓸 수 있는 치아인데도 임플란트를 권합니다. 좋은 의술이 나왔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의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치아 하나에 200만원이라니요? 종합병원 가면 외제라고 400만원까지 받아먹습니다. 과연 이들이 의사입니까? 어차피 세상 모든 사람들은 나이 들면 이가 빠집니다.’(2007년 4월10일 이○○)
이와 같은 치과 환자들의 불만은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차고 넘친다. 이들의 분노가 정점을 이루는 지점은 단연 값비싼 진료비 문제. 그렇다면 근원적인 의문 하나를 던져보자. 왜 치과 진료비는 이렇듯 비싸야만 하는가?
주지하듯 치과진료를 받을 때 진료비는 웬만하면 기본이 몇십만원, 임플란트 같은 시술엔 몇백만원 단위가 든다. 때로는 10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보철비용 또한 각양각색이다.
치과 진료비가 비싼 이유 중 하나는 유감스럽게도 치과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대다수 진료행위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비보험) 항목(표 참조)이라는 데 있다. 물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가 없는 건 아니다. 병·의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충치 치료에 쓰이는 아말감 충전은 1만원 이내, 발치도 그 정도 수준이다. 치주염 치료도 보험 적용이 되므로 대개 1만원가량 한다.
그러나 이 정도가 그나마 전부다. 금이나 세라믹으로 치료 부위를 덮는 보철 치료(금의 경우 그 종류나 치료 부위에 따라 비용에 많은 차이가 있는데, 충전일 경우 20만원, 크라운(crown)을 씌울 때는 30만~40만원), 상실된 치아 대신 인공치아를 심는 임플란트(개당 200만~250만원), 치아를 가지런히 바로잡는 교정 치료(총비용 500만~600만원), 변색된 치아를 희게 하는 미백 치료(50만원가량) 등은 100% 환자 부담이다.
이 때문에 치료를 받고 싶어도 돈이 없어 마냥 참아야 하는 환자들이 줄을 잇는다. 이렇게 유독 치과진료에 비급여 항목인 치료가 많은 것은 열악한 건강보험재정 상황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 단적인 예로 이미 대중화된 스케일링(치석 제거)의 경우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45세 이상 성인의 90% 이상이 앓고 있다는 치주염(풍치). 이는 치아를 잃게 하는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스케일링만 정기적으로 잘해도 구강건강을 지킬 수 있다. 그런데도 스케일링은 수술이나 심한 잇몸질환의 치료 전 처치 등 일부 치료 때를 제외하고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6만~7만원이 든다.
스케일링은 한때 보험 적용이 됐으나, 2001년 7월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대책 이후 치료 목적의 스케일링 기준을 앞서 언급한 경우에만 한정함으로써 환자와 치과의사 사이에 시술비용을 둘러싸고 마찰을 불러오는 한 빌미가 되고 있다. 이는 통상 2만원 이내인 치료 목적의 스케일링 기준에 대한 판단이 전적으로 치과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정 의원(열린우리당)이 지난해 4월 ‘치석 제거 보험적용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대구지부에서 스케일링 보험 적용을 위한 대(對)시민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진전된 것이 없다.
보건복지부 사이트에 올라온 치과 환자들의 불만 사연들.
복지부 보험급여팀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는 치과부문에서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필요한 진료행위 리스트를 갖고 있으며, 보장성 확대 시 추가될 소요 재정을 검토하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 스케일링 등 특정 진료행위에 대한 보험 적용 확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극히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인 셈이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등은 치과부문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오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공동대표는 “지난해 11월 정책 워크숍을 통해 치과부문 건강보험 보장성을 2010년까지 50% 수준으로 높이고 이를 위해 충치 예방을 위한 치아 홈 메우기, 예방적 스케일링, 노인 틀니에 대해 우선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해달라는 요구를 복지부에 전달했다”며 “아직 받아들여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만큼 지속적으로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필요 시 건강보험료 인상에 동의할 수도 있다는 게 시민단체로서의 기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노인 틀니에 대한 보험급여 제공은 올 3월부터 구강보건 정책과제 개발에 나선 건치가 10월2일 확정한 ‘구강보건 10대 대선 공약’ 내용에도 들어 있다. 건치의 김철신 정책국장은 “2002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공약 중 치과부문은 노인 틀니 보험급여화 단 한 개뿐이었는데, 그것조차 지금까지 현실화되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복지부 내엔 구강보건행정을 전담하는 부서조차 사라지고 없다. 구강보건이 전체 국민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에 이르고, 금액으로는 4조원이 넘는데도 기존의 구강보건팀은 해체되고 대신 해당 업무를 어이없게도 주로 숙박업과 음식업, 이·미용업 등 공중위생을 관리하는 부서인 생활위생팀에 떠맡긴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 정형근 의원(한나라당)은 10월17일 열린 복지부 국정감사 당시 “구강보건 예방사업은 물론 치과진료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시급히 추진돼야 하는 상황이어서 없는 부서도 만들어야 할 판에, 있는 부서마저 없앤 복지부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독 치과진료에 보험 비급여 항목 많아
건강보험재정 및 구강보건행정의 난맥상 외에도 치과진료의 문턱을 높이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치과 병·의원에 따라 각기 다른 진료비 차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비급여 항목이 주를 이루는 치과 진료비는 상한선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이른바 ‘관행수가’ 방식으로 진료비가 청구된다. 따라서 절대다수의 치과의사가 동의한 적정 가격이라는 게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가격책정 시스템 자체가 투명하지 않다.
이런 맹점에 편승해 일부 병·의원들은 상식에서 벗어난 진료비를 환자에게 물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치과재료비 자체가 비싸고, 그중 일부는 저가에서부터 매우 고가인 것까지 종류가 다양한 게 사실이다. 또한 같은 시술이라 해도 환자의 치아 상태, 치과재료의 종류, 치료 소요시간, 치과의사의 숙련도 등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환자들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대표적 고가 치료인 임플란트 시술을 보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치과마다 가격 차이가 커서 환자들이 가장 불신하는 시술법 중 하나다. 일부 언론은 치과 병·의원에 공급되는 임플란트 가격이 10만~15만원인 데 비해 인건비 등을 포함한 전체 진료비는 200만원을 넘는 만큼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보도는 조금 부풀려진 감이 있다.
국내에서 임플란트 재료를 생산하는 업체는 30여 개. 이들 업계를 대표하는 한 업체 직원의 얘기다.
“과거 미국 유럽 등에서 수입하던 임플란트 재료는 2000년대 들어와 국내 업체들에서도 본격적으로 생산되면서 현재 국내 임플란트 재료시장에서 국산 제품 점유율이 75%나 된다. 그런데 국산 임플란트 가격이 15만~20만원이라는 얘기는 와전된 것이다. 실제로는 임플란트 재료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잇몸뼈 속에 심는 인공치근(fixture)의 가격만 그렇다. 물론 외국산은 이보다 훨씬 비싸다. 임플란트 시술엔 인공치근 외에도 잇몸 위에 올리는 각종 재료가 필요하고, 시술장비도 비싸다. 또한 관련 보철물 제작에도 비용이 많이 들므로 이 부분까지 시술비용에 포함시키는 게 마땅하다.”
치과의료는 전문직에 속하므로 시술 가격의 원가 개념을 인건비와 병원유지비 등을 따져보지 않은 채 공산품 가격 매기듯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치과의사들도 없지 않다. 병·의원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진료비를 단순비교해 기계적인 잣대로 재단하지 말라는 얘기다. 일리 있는 항변이다. 그럼에도 이런 항변은 동네마다 치과의사마다 진료비 차이가 심하고, 때로 과잉진료와 덤핑마저 일삼는 행태가 버젓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사실상 일부 병·의원들이 폭리를 취하더라도 환자로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비정상적 진료수가 때문에 비양심 진료행위 성행”
‘주간동아’가 복지부 보험평가팀에 요청해 건네받은 자료는 이를 방증한다. 자료에 따르면, 2006년도의 경우 치과 병·의원의 진료비 허위·부당 청구 금액은 병원급의 경우 6713만원, 의원급은 2억9769만5000원에 이른다(최근 5년간의 증감 추이는 표 참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치과 진료비 허위·부당 청구 적발 사례는 50~51쪽 참조). 이에 대해 치과의사들의 이익단체인 치협 측은 “허위·부당 청구를 해 협회 이미지를 실추시킨 회원까지 보호하지는 않는다는 게 협회 입장이며, 그러한 사례들을 안내책자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 회원들을 대상으로 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양심적인 진료행위가 전적으로 치과의사 개인만의 문제에 기인하는 게 아니라 비정상적인 진료수가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30대 치과의사는 “우리나라 치과진료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적정 수준을 떠나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 예컨대 신경치료처럼 기본적이면서도 난이도가 높고 중요한 치료는 보험 적용이 돼 저가인 반면, 신경치료 후 꼭 필요한 치아를 씌우는 크라운 등의 치료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치과진료는 의료소비자들이 관련 정보를 얻을 만한 통로가 특히 적은 영역이다. 비싼 재료를 사용하는 시술법을 내세우며 과잉진료를 하는 치과를 피해 믿고 찾아갈 수 있는 치과, 도덕성을 갖춘 치과의사를 ‘발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직접적인 대안은 환자 스스로 발품을 파는 것이다(52~53쪽 참조). 다른 하나는 좀더 근원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강릉대 치대 마득상 교수(예방치과)는 “현재의 치과의료는 예방이 아닌 치료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치료가 늦어져 더 많은 치과 진료비를 부담하게 되는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스케일링, 치아 홈 메우기, 불소 도포 등 예방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망가진 치아의 복원보다는 ‘(치아가 남아) 있을 때 잘하라’는 조언인 셈이다.
‘주간동아’는 이번 취재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출자로 치과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전국의 의료생활협동조합들도 취재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언론 보도 이후 갖게 될 긍정적 효과보다는 기존 제도권 의료계의 부정적인 시선이 더 따가울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만큼 치과 진료비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얼마 전 미국에서 비싼 진료비와 차별적인 진료행위로 치과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매번 인상된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면서도 치과에 가면 보험 혜택은커녕 비싼 진료비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 이게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돈이 많지 않아 치아까지도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이앓이의 통증보다 더한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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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2002년 | 2003년 | 2004년 | 2005년 | 2006년 | |||||||||||||||
요양 기관 수 | 조사 기관 수 | 부당확인 기관 수 | 총 부당확인 금액 | 요양 기관 수 | 조사 기관 수 | 부당확인 기관 수 | 총 부당확인 금액 | 요양 기관 수 | 조사 기관수 | 부당확인 기관 수 | 총 부당확인 금액 | 요양 기관 수 | 조사 기관 수 | 부당확인 기관 수 | 총 부당확인 금액 | 요양 기관 수 | 조사 기관 수 | 부당확인 기관 수 | 총 부당확인 금액 | |
치과병원 | 82 | - | - | - | 106 | 2 | 2 | 10,209 | 112 | 5 | 3 | 82,578 | 127 | - | - | - | 142 | 4 | 4 | 67,130 |
치과의원 | 11,308 | 53 | 48 | 383,539 | 11,703 | 77 | 59 | 338,034 | 12,196 | 58 | 40 | 480,159 | 12,766 | 88 | 66 | 329,847 | 13,240 | 77 | 52 | 297,695 |
허위·부당 금액은 추정 금액으로 추후 정산심사 및 행정처분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