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연, 수은, 수진, 수경 자매(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
그들이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한 것은 크리스마스 당일 오후. 기대와는 달리 음악의 도시 빈은 춥고 어둡고 삭막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다가오는 낯선 땅에서 네 자매는 그렇게 고독한 음악세계로의 도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 모두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음악가로 성장했다.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홍수연(31·클라리넷) 씨, 덴마크 국립교향악단 악장 수진(30·바이올린) 씨, 덴마크 왕립 오케스트라 수석 수경(29·첼로) 씨, 대전시향 수석 수은(28·오보에) 씨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중 둘째 수진 씨와 셋째 수경 씨, 그리고 수경 씨의 남편 옌스 엘베게버(피아노)는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이라는 이름으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호평 받고 있다. 이들 트리오는 맏언니 수연 씨가 수석으로 있는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0주년 기념음악회를 7월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었다.
여기에 막내까지 가세해 네 자매가 한자리에 모이면 ‘앙상블 콘 브리오’라는 이름의 4중주단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활동하다 보니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네 자매가 함께 음악회를 연 것은 두 차례 정도.
이들의 부모는 홍경택치과의원 홍경택 원장과 안양대 음악대학 전신주 교수(피아노 전공)다. 홍 원장은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한국남성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할 만큼 음악에 조예가 깊다. 가족 모두가 음악가들인 셈.
네 자매가 각기 다른 악기를 전공하게 된 것은 어머니 전 교수의 영향이 크다.
현악기인 바이올린과 첼로, 관악기인 클라리넷과 오보에는 대학시절 전 교수가 가장 좋아했던 악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네 딸이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는 악기가 됐다.
이들 자매에게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바로 ‘서로’다. 한창 싸울 나이에 외롭고 힘든 유학시절을 보낸 이들은 어떤 형제자매보다 진한 우애를 다졌다.
“인생을 살면서 빈에서 동생들과 같이 공부했던 순간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검은 빵에 치즈와 햄을 싸서 학교에 가 하루 종일 연습하고 늦은 밤 동생들과 집으로 돌아오던 그때가 가장 값진 시간들이었죠.”
수연 씨가 과거 유학시절을 떠올리자 수은 씨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음악을 같이 연주하면서 서로 경쟁도 하고 자극도 받고, 격려도 되고 그랬어요. 현악기는 현악기대로, 관악기는 관악기대로 조언을 주고받기도 했죠.”
그런 과정을 거쳐 모두 빈 국립음대를 졸업한 네 자매는 자신의 악기 특성에 맞는 교육을 더 받기 위해 독일과 미국, 덴마크 등지로 흩어져 모두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이들 자매에게 음악이란 무엇일까? 네 자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모아 말했다.
“음악은 우리에게 절대 떨어져서 살 수 없는 물과 물고기 같은 거죠. 우리들의 일부이자 전부예요. 앞으로 계획도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에요.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