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8일 문을 여는 ITFM의 한국관 전경.
동대문시장에서 30년 가까이 남성의류 사업을 해온 이상수 씨는 6월1일 중국 상하이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상하이에서 북쪽으로 180km 떨어진 장쑤성 우시(無錫) 시에 최근 건립된 패션섬유몰을 둘러보며 진출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엄청난 내수시장을 보유한 중국에서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찾아간 패션섬유몰 ITFM(Inter-national Textile and Fashion Mega-Mall)은 중국 정부와 중국 신세계그룹이 총 4조원을 투자해 설립한 시설이다. 여의도 절반 크기인 65만㎡ 대지에 의류교역시장, 섬유원단 교역시장, 물류창고센터, 국제전람회센터, 호텔, 디자인센터, 아파트 등을 건립해 중국 최대 패션.섬유 공업단지를 구축하려는 게 ITFM의 목표다. 현재 그중 일부인 패션관과 섬유센터가 완공됐으며, 3월부터 일부 점포가 영업을 개시했다.
‘중국 속 동대문시장’ 기대감
ITFM은 총 4개 동의 패션관 중 1개 동을 한국 패션 브랜드 전문몰로 꾸밀 예정으로 현재 한국인을 상대로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한국 측 파트너인 ㈜효원INC는 “한국관은 모두 5개 층으로 1~4층에 3600여 개 의류 점포가 들어오며 5층은 한국 음식점으로 꾸며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 등을 비롯해 ITFM 한국관 참관에 나선 국내 의류상인들은 국내 의류시장의 나빠진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의류업계가 수입명품 시장과 중국산 저가 시장으로 양분돼 중저가 의류가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4~5년 전부터 해외 바이어들이 동대문이나 남대문 시장 대신 중국 광저우,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로 떠나 수출길도 더욱 좁아진 상태다.
이들은 ITFM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을 나타냈다.
광저우에서 의류사업을 하고 있는 정인교 씨는 ITFM의 입지조건에 기대를 보였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비행기로 각각 4시간, 2시간이 걸리는 광저우보다 우시가 중국 대도시 바이어들이 접근하기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목 좋은 점포의 월 임대료가 1000만~2000만원에 이르는 등 광저우는 포화상태”라며 “ITFM이 활성화되면 중국 바이어나 해외 바이어들이 굳이 광저우까지 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ITFM이 한국관을 따로 구성하려는 데서 한국 의류에 대한 중국 시장의 기대감이 읽힌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한국 상인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의류브랜드에서 MD로 일하는 정모 씨는 “한국관에 중국 상인들이 몰려와 디자인을 금세 베껴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상수 씨도 “관건은 한국 상인들이 디자인이나 품질 면에서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속 동대문시장’이라 불릴 만한 ITFM 한국관이 한국 의류상인들에게 돌파구가 돼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