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진 꽃이 햇볕에 다시 필 것이다.”
2월 특별사면 소식을 전해들은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4년 옥고로 인한 마음속 응어리도 조금은 풀린 듯 입가엔 미소가 흘렀다. 그러나 “비서는 입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어렵사리 던진 한마디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기뻐하실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박 전 실장의 출소와 사면을 가장 기다리고 반긴 사람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었다. 그의 사면 소식은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을 정도로’ DJ에게 큰 기쁨이었다. DJ는 출소 후 그를 찾은 박 전 실장에게 “일본으로 휴가나 떠나세”라며 가족여행을 권했다. 일본 오키나와를 찾은 DJ는 어느 때보다 즐거운 모습이었다고 한다.
사면 직후 DJ는 박 전 실장을 자연스럽게 ‘동교동 비서실장’으로 전진 배치했다. 대선을 앞둔 DJ가 동교동을 ‘전투 대형’으로 재편한 것이다. 이를 지켜본 정치권 주변에선 즉각 ‘박지원을 주시하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의 사면복권에 매달렸던 DJ의 정성이나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모습 등이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대선 국면에서 부활을 꾀하는 동교동계의 ‘핵심’ 구실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리고 이 예측은 얼마 안 가 사실로 드러났다.
비공식 비서실장에 발탁된 박 전 실장은 곧바로 대선에 대한 DJ 의중을 정치권으로, 청와대로 실어날랐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비롯해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그를 통해 DJ와 교통했다. 동교동 인사들과 만나 박상천 민주당 대표의 소통합 구상을 허물기 위한 전략도 짰다. 흩어졌던 동교동 조직도 다시 활기를 띠었고, 조직력도 되살아나고 있다. 동교동 식구들의 역할 문제는 박 전 실장의 손에서 재단된다는 후문이다. 한동안 적막감이 감돌던 동교동이 그의 복귀 이후 정치의 중심으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다.
동교동 인사들, 정치 재개 위해 8·15 사면복권에 큰 기대
그러나 박 전 실장은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사면은 됐지만 복권이 이뤄지지 않은 것. 국민 여론도 문제지만 이 족쇄를 풀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 박 전 실장에게 8·15는 중요한 고비다. 8·15 사면을 통해 복권된다면 그에겐 막후의 정객이 아니라 얼굴을 드러내고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된다. 동교동 주변에서는 그의 복권이 확정되면 내년 총선 출마도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그가 고향인 전남 해남-진도를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예측까지 나온다. 이 지역 사정에 정통한 한 민주당 관계자도 “박지원 씨가 고향인 진도에 좋은 일을 많이 했다. 평판이 아주 좋다. 복권돼 출마를 결심한다면 이 지역을 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8·15에 대한 동교동의 기대는 비단 박 실장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내내 동교동계는 측근들의 연이은 구속, 불법 대북송금 문제 등으로 정치적 거세(去勢)를 당해왔다. 박 전 실장을 비롯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김옥두 이훈평 최재승 조재환 설훈 전 의원과 한광옥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자칭 타칭 동교동계 적자를 자부해온 인사들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나마 권 전 고문이 사면복권된 상태지만 국민 시선 때문에 정치활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나머지 인사들은 대부분 8·15 사면복권을 애타게 기다린다. 여기에 이름을 올리느냐 못 올리느냐가 동교동계, 나아가 범여권 정치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중 대표적인 인사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의원직을 상실한 한화갑 전 대표다. 그는 대선 전 마지막이 될 8·15 특사에 목을 매고 있다. 사면복권만 되면 대선에도 출사표를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현실화될 가능성은 반반이다.
나라종금 사건으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받고 은둔 중인 한광옥 전 실장이나 2004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김옥두 전 의원, 석탄비리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최재승 전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004년 구속된 이훈평 전 의원도 사면복권을 학수고대한다. 그들은 동교동 부활을 위해 필요한 전사들이다. 이들이 빠진 동교동계의 조직력은 과거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총 7차례 특별사면을 단행했지만 동교동계는 큰 수혜를 받지 못했다. 이는 참여정부에 대한 동교동계의 불만 중 하나가 돼왔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DJ와의 협력 화해를 통해 고립에서 벗어나고 범여권 통합의 주도권을 쥐려는 노 대통령이 사면복권이라는 선물을 들고 DJ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교동계 한 인사는 “사면복권을 기다리는 동교동계 인사 중 70% 이상이 8·15를 계기로 사면복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정도라면 일사불란했던 동교동계의 과거 명성도 재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섞인 전망이다. 8·15 특사를 기다리는 동교동, 그들은 DJ를 등에 업고 제2의 정치인생을 재개할 수 있을까.
2월 특별사면 소식을 전해들은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4년 옥고로 인한 마음속 응어리도 조금은 풀린 듯 입가엔 미소가 흘렀다. 그러나 “비서는 입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어렵사리 던진 한마디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기뻐하실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박 전 실장의 출소와 사면을 가장 기다리고 반긴 사람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었다. 그의 사면 소식은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을 정도로’ DJ에게 큰 기쁨이었다. DJ는 출소 후 그를 찾은 박 전 실장에게 “일본으로 휴가나 떠나세”라며 가족여행을 권했다. 일본 오키나와를 찾은 DJ는 어느 때보다 즐거운 모습이었다고 한다.
사면 직후 DJ는 박 전 실장을 자연스럽게 ‘동교동 비서실장’으로 전진 배치했다. 대선을 앞둔 DJ가 동교동을 ‘전투 대형’으로 재편한 것이다. 이를 지켜본 정치권 주변에선 즉각 ‘박지원을 주시하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의 사면복권에 매달렸던 DJ의 정성이나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모습 등이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대선 국면에서 부활을 꾀하는 동교동계의 ‘핵심’ 구실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리고 이 예측은 얼마 안 가 사실로 드러났다.
비공식 비서실장에 발탁된 박 전 실장은 곧바로 대선에 대한 DJ 의중을 정치권으로, 청와대로 실어날랐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비롯해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그를 통해 DJ와 교통했다. 동교동 인사들과 만나 박상천 민주당 대표의 소통합 구상을 허물기 위한 전략도 짰다. 흩어졌던 동교동 조직도 다시 활기를 띠었고, 조직력도 되살아나고 있다. 동교동 식구들의 역할 문제는 박 전 실장의 손에서 재단된다는 후문이다. 한동안 적막감이 감돌던 동교동이 그의 복귀 이후 정치의 중심으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다.
동교동 인사들, 정치 재개 위해 8·15 사면복권에 큰 기대
그러나 박 전 실장은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사면은 됐지만 복권이 이뤄지지 않은 것. 국민 여론도 문제지만 이 족쇄를 풀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 박 전 실장에게 8·15는 중요한 고비다. 8·15 사면을 통해 복권된다면 그에겐 막후의 정객이 아니라 얼굴을 드러내고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된다. 동교동 주변에서는 그의 복권이 확정되면 내년 총선 출마도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그가 고향인 전남 해남-진도를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예측까지 나온다. 이 지역 사정에 정통한 한 민주당 관계자도 “박지원 씨가 고향인 진도에 좋은 일을 많이 했다. 평판이 아주 좋다. 복권돼 출마를 결심한다면 이 지역을 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8·15에 대한 동교동의 기대는 비단 박 실장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내내 동교동계는 측근들의 연이은 구속, 불법 대북송금 문제 등으로 정치적 거세(去勢)를 당해왔다. 박 전 실장을 비롯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김옥두 이훈평 최재승 조재환 설훈 전 의원과 한광옥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자칭 타칭 동교동계 적자를 자부해온 인사들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나마 권 전 고문이 사면복권된 상태지만 국민 시선 때문에 정치활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나머지 인사들은 대부분 8·15 사면복권을 애타게 기다린다. 여기에 이름을 올리느냐 못 올리느냐가 동교동계, 나아가 범여권 정치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중 대표적인 인사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의원직을 상실한 한화갑 전 대표다. 그는 대선 전 마지막이 될 8·15 특사에 목을 매고 있다. 사면복권만 되면 대선에도 출사표를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현실화될 가능성은 반반이다.
나라종금 사건으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받고 은둔 중인 한광옥 전 실장이나 2004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김옥두 전 의원, 석탄비리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최재승 전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004년 구속된 이훈평 전 의원도 사면복권을 학수고대한다. 그들은 동교동 부활을 위해 필요한 전사들이다. 이들이 빠진 동교동계의 조직력은 과거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총 7차례 특별사면을 단행했지만 동교동계는 큰 수혜를 받지 못했다. 이는 참여정부에 대한 동교동계의 불만 중 하나가 돼왔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DJ와의 협력 화해를 통해 고립에서 벗어나고 범여권 통합의 주도권을 쥐려는 노 대통령이 사면복권이라는 선물을 들고 DJ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교동계 한 인사는 “사면복권을 기다리는 동교동계 인사 중 70% 이상이 8·15를 계기로 사면복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정도라면 일사불란했던 동교동계의 과거 명성도 재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섞인 전망이다. 8·15 특사를 기다리는 동교동, 그들은 DJ를 등에 업고 제2의 정치인생을 재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