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티에 전시장에 있는 론 뮤엑의 ‘spooning couple’.
파리에도 ‘피악(fiac)’이라는 아트페어가 있지만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나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 비해 규모가 작고, 거래량은 미국 ‘마이애미 페어’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19세기 인상파의 등장으로 세계 미술의 중심지가 됐던 파리의 시대는 저문 것인가.
새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가 집권하면서 프랑스 정부에는 이 물음에 대한 반성 기류가 흐르고 있다. 사립미술관이 많은 미국과 달리 프랑스에는 오르세, 퐁피두, 루브르 등 국립미술관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장 누벨이 건축을 맡아 유명한 브랑리미술관 역시 국립미술관이니, 프랑스 문화는 국가 주도 아래 움직인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제아무리 국립미술관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다 해도 아메바처럼 자유로운 공기에서 증식하는 현대미술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파리에서 손꼽히는 현대미술의 전당들은 카르티에 재단처럼 회사 소유의 전시장이거나 이봉 랑베르처럼 개인 소유의 갤러리다.
결국 답은 갤러리들이 좀더 활성화될 수 있는 법제를 정비하고, 젊은 미술가들이 자유롭게 전시할 수 있는 환경과 미술품이 쉽게 거래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것이다. 좌파 진영의 공격을 받고 있는 우파 대통령 사르코지, 그가 과연 프랑스 미술계에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