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뮈엘 베케트의 얼굴 초상사진.
그러나 이런 작가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출판사들은 작가 사후에 남겨진 알려지지 않은 원고에 눈독을 들이게 마련이다. 이제 작가들은 미술관 큐레이터도 경계 대상으로 올려야 할 것 같다. ‘고도를 기다리며’로 유명한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전’이 프랑스 최고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에서 열리고 있으니 말이다.
3월14일부터 6월27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손으로 쓴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초본과 당시 주고받았던 편지, 생전 베케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TV 인터뷰 시리즈까지 베케트의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이 공개됐다.
무대장치와 동선을 고민했던 베케트의 착상과 생각의 발전 과정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그 속에서 작가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다. 또 지성적인 남자의 대표라도 되는 듯 남다른 기(氣)를 과시하는 베케트의 초상사진과 그림은 엽서로라도 사고 싶을 정도다.
“과연 미술 전시장에서 극작가에 대한 전시가 가능한가”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이토록 진지하게 한 작가를 다루고, 그의 작품과 인생을 비주얼적으로 보여주는 기회라면 가능하다고. 그리고 세상의 모든 작가들은 이런 영광을 기다린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