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밀로 건강쿠키를 만드는 ‘위캔’의 장애인 직원들.
2005년 3월 이씨는 우연히 알게 된 (재)실업극복국민재단(이하 실업재단)이 운영하는 사회적 일자리 ‘교보다솜이 케어서비스’(이하 교보다솜이)에 소속돼 간병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저소득층 환자를 돌본다. 일반 간병사에 비해 월급은 적지만 이씨는 자신의 일에 매우 만족한다.
“일반 간병사와 달리 4대 보험 혜택을 받고 있어 든든해요. 또 환자에게 봉사하는 일이라 보람도 크고요. 환자들이 퇴원 후에 ‘고맙다’며 전화를 걸어올 때 가장 기뻐요.”
교보생명의 후원을 받고 있는 교보다솜이는 현재 154명의 차상위계층 여성가장들에게 간병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마땅히 일할 곳을 찾기 어려운 여성가장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간병 비용을 댈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무료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생의 사회적 서비스다. 2004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한 교보다솜이는 올 하반기 실업재단에서 독립해 어엿한 ‘기업’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7월부터 시행되는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을 계획인 것.
그렇다면 아직까지 낯설게 들리는 ‘사회적 기업’이란 무엇일까. 사회적 기업은 소외계층에게 일자리를, 시민에게 사회적 서비스를, 그리고 기업에 이윤창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일반 취업시장에서는 채용 기회가 적은 빈민층이나 장애인 등을 고용함으로써 국가가 공급하기에 한계가 있는 사회적 서비스(육아, 간병, 가사, 방과후 교실 등)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또 창출한 이윤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사회적 기업은 이윤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
이미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일을 통한 복지(workfare)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대 조영복 교수(경영학부)는 “영국에는 전국적으로 5만5000개의 사회적 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총매출액이 50조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사회적기업육성법이 7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 법안의 핵심은 정부가 일정 요건을 갖춘 사회적 기업을 인증해 세제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것.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유급 근로자 고용 △사회적 서비스 제공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에 사용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노동부 사회서비스일자리정책팀 노길준 서기관은 “이윤을 사회적 목적에 사용하라는 요건은 기부 등을 통해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취약계층을 고용하거나 사회적 서비스를 늘리는 등 기업의 목적사업에 재투자하라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고용 업체들 인증에 큰 기대
경기 고양시에 자리한 근로복지센터 ‘위캔’ 또한 사회적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위캔은 정신지체장애인 40명을 고용해 우리 밀로 만든 쿠키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이 생산한 위캔쿠키는 매년 매출이 향상돼 지난해에는 5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동주 실장은 “마케팅과 판로 개척 등 전문적인 경영정보와 지식에 목말라 있다”면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게 되면 세제 혜택은 물론, 판로 개척과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에 각종 지원과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시장경제 왜곡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조 교수는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정부가 각종 지원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사회적 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므로 정부예산을 한층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숭실대 정무성 교수(사회사업학)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사회적 기업 모델을 찾는 일이 절실한데, 개인적으로는 국가보다 시민단체와 기업 주도의 미국형 사회적 기업이 우리 현실에 더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이 제구실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이윤을 사회적 활동에 제대로 쓰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일도 필요하다. 하지만 법안에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회계보고서를 매년 정부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외국 사례에서 사회적 기업이 성공을 거두면 이윤만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질하는 문제가 보고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감시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용배 씨는 뒤늦게 발견한 자신의 ‘천직’을 60세 넘어서까지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교보다솜이가 사회적 기업으로 탈바꿈한 뒤 계속해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유료간병시장도 많이 개척해 덕분에 월급이 좀더 오른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웃음)
7월부터 시작되는 사회적 기업 관련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관련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에 대한 전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자리만한 복지는 없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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