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계류와 노란 산수유꽃의 조화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산동면 대평마을의 3월 풍경.
둘째 날) 07:30~08:30 기상 후 산책`→`08:30~09:20 아침식사`→`09:20~11:00 산동면 대평리, 위안리 일대의 산수유꽃 구경`→`11:00~12:00 산동면 소재지를 경유해 산동면 현천, 계척마을 산수유 군락 감상`→`12:00~12:30 19번 국도를 이용, 밤재터널을 경유해 남원시내 도착`→`12:30~13:20 점심식사`→`13:20~14:20 남원(17번 국도, 전주 방면)~전주 우회도로를 경유해 호남고속도로 전주IC 진입
바야흐로 봄이다. 하지만 봄의 문턱에서 때늦은 눈보라가 몰아치고 엄동설한보다 더 싸늘한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살짝 머리를 내민 봄이 찬바람에 한순간 움찔한다. 그래도 성큼성큼 다가오는 새봄의 기세를 막을 수는 없다. 남녘 섬진강변에는 이미 봄의 시작을 알리는 매화가 만개했다. 예년에는 대체로 3월15일 이후에야 절정기를 구가하던 섬진강 매화가 올해에는 무려 열흘에서 보름 정도나 일찍 피었다. 봄볕이 따사로운 섬진강 언덕에 앞다투어 핀 매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지금 당장 길을 나서야 한다.
백설 같은 매화가 만발한 청매실농원의 매화밭.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세트장으로, 전통 방식에 따라 지었다는 초가도 보인다(왼쪽).<br>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오산 정상 아래의 가파른 암벽에 자리잡은 사성암.
한국 최고 강변 드라이브코스 빼어난 풍광 자랑
매화는 시각보다 후각을 먼저 매혹한다. 몇 송이만 피어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릴 만큼 진한 향기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매화꽃에 에워싸인 섬진마을의 이곳저곳을 찬찬히 걷노라면, 머릿속까지 스며드는 매향에 정신마저 혼몽해질 지경이다.
섬진마을에서 가장 풍광이 빼어난 곳은 청매실농원이다. 이 마을에 매화나무를 처음 심었던 고(故) 김오천 씨의 며느리 홍쌍리 씨가 대를 이어 매화농사를 짓는 곳이다. 푸른 섬진강과 듬직한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자리잡고 있어 그림처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수 만 평에 이르는 이 농원의 매화밭에는 싱그럽고 풋풋한 느낌을 주는 보리도 심어져 있다. 하얀 매화꽃과 잿빛의 매화나무 가지, 그리고 초록빛 보리가 어우러져 담백하고 격조 있는 수묵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3, 4월의 섬진강변은 봄꽃의 경연장이다. 매화꽃이 절정에 이를 즈음이면 산수유꽃이 앞다투어 피기 시작하고, 산수유꽃이 시들해지면 벚꽃이 뒤를 잇는다. 그리고 벚꽃이 모두 자취를 감추면 다시 배꽃이 만발한다. 운이 좋으면 매화와 산수유꽃, 벚꽃과 배꽃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도 있다.
광양 매화마을에서 구례 산수유마을로 가려면 861번 지방도와 19번 국도를 타고 섬진강 물길을 거슬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변 드라이브코스로 손꼽히는 이 길에서는 마음을 붙잡는 풍경을 잇따라 만나게 된다.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가수 조영남이 ‘고운 정 미운 정 주고받는’ 곳이라 노래했던 화개장터도 이 길가에 자리잡고 있다. 조선 3대 명당 중 하나를 차지한 운조루(중요민속자료 제8호,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와 지리산 제일의 명찰 화엄사, 섬진강 물길과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조망되는 사성암도 이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우리나라 산수유(열매)의 절반가량이 생산된다는 구례군 산동면은 거대한 산수유마을이다. 산수유꽃이 피는 3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산동면의 여러 마을은 샛노란 꽃세상으로 탈바꿈한다. 길가와 집 주변은 말할 것도 없고 산기슭과 골짜기, 논두렁과 밭둑 등 눈길 닿는 곳곳마다 온통 황금빛의 꽃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지리산 봉우리에는 겨우내 쌓인 눈이 아직도 희끗희끗한데, 그 산자락에 등을 기댄 마을들은 눈부시게 화사한 꽃마을을 이룬다.
꽃이 활짝 핀 봄날에는 아무리 모진 꽃샘추위에도 심신이 위축되지 않는다. 무르익은 봄기운이 사람의 몸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기를 북돋워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른 봄에 남녘으로 떠나는 꽃구경은 몸과 마음을 튼실하게 다지는 ‘참살이 여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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