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의 소설 ‘나비야 청산 가자’는 엉뚱한 일로 화제가 됐다. 출판사 측이 책 홍보를 위해 ‘김정일 감금사태 발생’이라는 제목의 호외를 발행했는데, 일부 시민이 이것을 신문 호외로 착각한 것이다. 또 이 책은 또 선거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여당이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영입하는 것이 가장 경쟁력 있는 시나리오라고 묘사한 점이 문제가 됐다.
어쨌든 이런 해프닝을 겪은 책의 초반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용은 기대에 못 미친다. 김진명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에 대한 신뢰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전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 대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일까?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구성은 치밀하지 못하다. 지나친 우연과 조금은 황당한 설정이 거슬린다. 김정일을 밀폐된 방호방에 120시간 동안 감금한 채 굶기는 것이라든지, 정치범수용소 출신의 젊은 여자를 비행기에 태워 중국으로 출국시킨 뒤 다시 편지 한 장으로 미국으로 망명시키는 것, 북한의 망나니 오렌지족에게 납치되다시피 한 여인을 낯선 이방인이 금세 찾아내 구하는 것 등등.
책은 별개로 보이는 세 이야기로 시작한다. 첫째,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여학생 유니스와 그 친구 라일리의 실종사건. 둘째, 한국에서 선거 대행사를 운영하는 노을이 정체가 모호한 회사 ‘앙가주망’의 초청으로 프랑스를 방문한 일. 셋째, 북한에 체류 중인 재미과학자 윤문선과 정치범수용소 출신의 가난한 부녀의 만남. 따로 노는 것 같은 이 세 이야기는 조금씩 연관성을 갖게 된다.
유니스의 실종사건을 캐는 인물로 그녀의 오빠 조셉과 한국계 친구 샨 리가 등장한다. 샨 리는 김진명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천재적인 추리력과 직관력의 소유자. 그리고 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돕기 위해 북한으로 간 윤문선의 친구로 연결된다.
유니스가 실종된 것은 그녀가 쓴 북-미 관계에 관한 논문 때문이다. 유니스는 샨과 조셉 덕분에 아무 탈 없이 돌아오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펠리칸 브리프’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대법관 살해사건 배후에 관한 가상 보고서를 썼다가 정보기관의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여주인공.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낯익은 내용은 감점 요인임이 틀림없다.
이후 미국과 중국 간에 한반도를 둘러싼 밀약이 이뤄진다. 이 음모를 알아차린 샨은 문선을 통해 김정일을 만나고 미-중의 음모를 분쇄할 방안을 제시한다. 김정일은 이에 동의하고 이 작전에 고시조 구절을 빌린 ‘나비야 청산 가자’라는 이름을 붙인다. 뒤이어 미국의 대선과 북한의 핵폐기 문제 등이 어우러지면서 이야기는 종국으로 치닫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북한 핵을 민족의 핵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됐으며 즉시 폐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993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민족 자존을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했던 주장과는 딴판이다. “지도자가 핵 개발에 몰두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절망하며 죽음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는 문선의 절규는 마치 저자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문제점에도 일단 손에 쥐면 쉽게 읽혀나간다. 김진명의 소설이 갖고 있는 추리력, 극적 반전, 긴박한 상황 전개 등 필요조건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강도가 저자의 이름값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저것 깊이 따져가며 읽지 않는다면 충분히 재미있다는 점이다.
김진명 지음/ 대교베텔스만 펴냄/ 1권 256쪽, 2권 264쪽/ 각 권 8900원
어쨌든 이런 해프닝을 겪은 책의 초반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용은 기대에 못 미친다. 김진명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에 대한 신뢰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전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 대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일까?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구성은 치밀하지 못하다. 지나친 우연과 조금은 황당한 설정이 거슬린다. 김정일을 밀폐된 방호방에 120시간 동안 감금한 채 굶기는 것이라든지, 정치범수용소 출신의 젊은 여자를 비행기에 태워 중국으로 출국시킨 뒤 다시 편지 한 장으로 미국으로 망명시키는 것, 북한의 망나니 오렌지족에게 납치되다시피 한 여인을 낯선 이방인이 금세 찾아내 구하는 것 등등.
책은 별개로 보이는 세 이야기로 시작한다. 첫째,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여학생 유니스와 그 친구 라일리의 실종사건. 둘째, 한국에서 선거 대행사를 운영하는 노을이 정체가 모호한 회사 ‘앙가주망’의 초청으로 프랑스를 방문한 일. 셋째, 북한에 체류 중인 재미과학자 윤문선과 정치범수용소 출신의 가난한 부녀의 만남. 따로 노는 것 같은 이 세 이야기는 조금씩 연관성을 갖게 된다.
유니스의 실종사건을 캐는 인물로 그녀의 오빠 조셉과 한국계 친구 샨 리가 등장한다. 샨 리는 김진명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천재적인 추리력과 직관력의 소유자. 그리고 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돕기 위해 북한으로 간 윤문선의 친구로 연결된다.
유니스가 실종된 것은 그녀가 쓴 북-미 관계에 관한 논문 때문이다. 유니스는 샨과 조셉 덕분에 아무 탈 없이 돌아오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펠리칸 브리프’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대법관 살해사건 배후에 관한 가상 보고서를 썼다가 정보기관의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여주인공.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낯익은 내용은 감점 요인임이 틀림없다.
이후 미국과 중국 간에 한반도를 둘러싼 밀약이 이뤄진다. 이 음모를 알아차린 샨은 문선을 통해 김정일을 만나고 미-중의 음모를 분쇄할 방안을 제시한다. 김정일은 이에 동의하고 이 작전에 고시조 구절을 빌린 ‘나비야 청산 가자’라는 이름을 붙인다. 뒤이어 미국의 대선과 북한의 핵폐기 문제 등이 어우러지면서 이야기는 종국으로 치닫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북한 핵을 민족의 핵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됐으며 즉시 폐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993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민족 자존을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했던 주장과는 딴판이다. “지도자가 핵 개발에 몰두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절망하며 죽음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는 문선의 절규는 마치 저자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문제점에도 일단 손에 쥐면 쉽게 읽혀나간다. 김진명의 소설이 갖고 있는 추리력, 극적 반전, 긴박한 상황 전개 등 필요조건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강도가 저자의 이름값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저것 깊이 따져가며 읽지 않는다면 충분히 재미있다는 점이다.
김진명 지음/ 대교베텔스만 펴냄/ 1권 256쪽, 2권 264쪽/ 각 권 8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