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타발’이란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TV 드라마 ‘주몽’을 통해서다. 여기서 연타발은 졸본의 대군장이자 상인으로 등장해 주몽의 고구려 건국을 돕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드라마 내용이 사실이라면 고대에도 상업이 발달했고 상인의 사회적 지위도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조선시대와 달리 매우 높지 않았을까 생각하던 터였다.
‘한국 상인’은 그런 물음표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이 책은 상업과 상인을 중심축으로 고·중대의 역사를 자세하게 기술했다. 책은 1, 2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고대, 2부는 고려시대를 다루고 있다.
조선시대에 관한 기술이 거의 없는 점이 아쉬우면서도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연구 부족’을 고백했지만 조선시대를 제외하고도 6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대신해주었다. 책 집필에 5년이 걸렸다고 하니 충분히 힘이 달릴 만도 했을 것이다. 더욱이 역사학자도 아닌 관료(경상남도 행정부지사) 신분으로 직업적·시간적 제약 속에서 고서들과 씨름했을 저자의 수고가 절로 느껴졌다.
1부는 연타발을 비롯한 당시 거상들의 활동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는 연타발을 최초의 대상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환단고기(桓檀古記)’에 기록된 내용을 근거로 한다. “연타발은 졸본 사람이다. 남북의 갈사를 오가면서 재물을 모아 거만금의 부를 이루었다. 주몽을 은밀하게 도와 나라의 기틀을 일으키고 도읍을 세우는 데 공이 많았다.” 연타발은 고기잡이와 소금장사를 하여 부를 축적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한 자신의 딸 소서노와 함께 주몽을 도운 것도 상술이 뛰어난 사업가의 큰 안목으로 평가받았다. 또 한 가지 관심 가는 대목은 고구려가 나라의 기틀을 잡은 뒤 연타발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고향을 떠나게 된 특별한 원인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그는 스스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은 최초의 역사적 인물이 아닐까?
연타발 외에도 김태렴과 장보고가 등장한다. 해상왕 장보고야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김태렴에 더 흥미가 간다. 김태렴은 신라 경덕왕 때 왕자로 752년 700여 명을 이끌고 일본에 사절단으로 갔다. 사절단의 성격을 놓고 역사적으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자는 신라와 일본의 상업세력이 연대한 통상사절단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태렴 일행이 일본 정부로부터 ‘매신라물해(買新羅物解)’라는 물품 구입 신청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적힌 물품에는 사향·침향 등의 향료와 인삼·감초 등 약재, 거울·가위·소반 등 기물(器物)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통해 당시 신라의 토산품 명세를 파악할 수 있다.
고려시대를 다룬 2부는 상인집단과 상업 세력의 면모를 총체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역사를 장식한 개개인에게 더욱 관심이 간다. ‘고려사’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는 상인과 그 자식은 과거에 응시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천시됐다. 그러나 이 같은 사회풍조 속에서도 출세한 상인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런 규정이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은 듯하다. 저자는 고려시대 상인 출신으로 가장 출세한 사람이 한때 정권을 잡은 이의민이라고 적고 있다. 이의민은 경주 사람으로 아버지 이선은 소금과 체를 파는 장사꾼이었고, 어머니는 옥령사(玉靈寺)의 여종이었다. 이의민은 군졸로 근무하다 전통무예 수박(手搏)을 잘해 별장으로 승진했고, 정중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때 큰 공을 세웠다. 그 뒤 정중부와 경대승에 이어 정권을 장악했다.
상인 출신으로 최고 관리가 된 인물로는 손기가 꼽힌다. 손기는 본래 상인이었는데 충숙왕의 시종이 되어 공을 크게 세웠고 훗날 공민왕 때 정승 반열에까지 올랐다. 기자는 주로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거론했지만, 저자는 이 인물들과 얽혀 있는 상업의 역사를 매우 세세히 전하고 있다. 이만한 상업 역사서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다. 한국의 성장을 놓고 해외에서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표현하지만, 이 책에 기술된 옛 상인들의 활약과 상혼을 생각하면 결코 기적은 아닌 듯싶다.
공창석 지음/ 박영사 펴냄/ 600쪽/ 3만원
‘한국 상인’은 그런 물음표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이 책은 상업과 상인을 중심축으로 고·중대의 역사를 자세하게 기술했다. 책은 1, 2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고대, 2부는 고려시대를 다루고 있다.
조선시대에 관한 기술이 거의 없는 점이 아쉬우면서도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연구 부족’을 고백했지만 조선시대를 제외하고도 6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대신해주었다. 책 집필에 5년이 걸렸다고 하니 충분히 힘이 달릴 만도 했을 것이다. 더욱이 역사학자도 아닌 관료(경상남도 행정부지사) 신분으로 직업적·시간적 제약 속에서 고서들과 씨름했을 저자의 수고가 절로 느껴졌다.
1부는 연타발을 비롯한 당시 거상들의 활동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는 연타발을 최초의 대상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환단고기(桓檀古記)’에 기록된 내용을 근거로 한다. “연타발은 졸본 사람이다. 남북의 갈사를 오가면서 재물을 모아 거만금의 부를 이루었다. 주몽을 은밀하게 도와 나라의 기틀을 일으키고 도읍을 세우는 데 공이 많았다.” 연타발은 고기잡이와 소금장사를 하여 부를 축적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한 자신의 딸 소서노와 함께 주몽을 도운 것도 상술이 뛰어난 사업가의 큰 안목으로 평가받았다. 또 한 가지 관심 가는 대목은 고구려가 나라의 기틀을 잡은 뒤 연타발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고향을 떠나게 된 특별한 원인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그는 스스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은 최초의 역사적 인물이 아닐까?
연타발 외에도 김태렴과 장보고가 등장한다. 해상왕 장보고야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김태렴에 더 흥미가 간다. 김태렴은 신라 경덕왕 때 왕자로 752년 700여 명을 이끌고 일본에 사절단으로 갔다. 사절단의 성격을 놓고 역사적으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자는 신라와 일본의 상업세력이 연대한 통상사절단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태렴 일행이 일본 정부로부터 ‘매신라물해(買新羅物解)’라는 물품 구입 신청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적힌 물품에는 사향·침향 등의 향료와 인삼·감초 등 약재, 거울·가위·소반 등 기물(器物)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통해 당시 신라의 토산품 명세를 파악할 수 있다.
고려시대를 다룬 2부는 상인집단과 상업 세력의 면모를 총체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역사를 장식한 개개인에게 더욱 관심이 간다. ‘고려사’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는 상인과 그 자식은 과거에 응시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천시됐다. 그러나 이 같은 사회풍조 속에서도 출세한 상인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런 규정이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은 듯하다. 저자는 고려시대 상인 출신으로 가장 출세한 사람이 한때 정권을 잡은 이의민이라고 적고 있다. 이의민은 경주 사람으로 아버지 이선은 소금과 체를 파는 장사꾼이었고, 어머니는 옥령사(玉靈寺)의 여종이었다. 이의민은 군졸로 근무하다 전통무예 수박(手搏)을 잘해 별장으로 승진했고, 정중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때 큰 공을 세웠다. 그 뒤 정중부와 경대승에 이어 정권을 장악했다.
상인 출신으로 최고 관리가 된 인물로는 손기가 꼽힌다. 손기는 본래 상인이었는데 충숙왕의 시종이 되어 공을 크게 세웠고 훗날 공민왕 때 정승 반열에까지 올랐다. 기자는 주로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거론했지만, 저자는 이 인물들과 얽혀 있는 상업의 역사를 매우 세세히 전하고 있다. 이만한 상업 역사서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다. 한국의 성장을 놓고 해외에서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표현하지만, 이 책에 기술된 옛 상인들의 활약과 상혼을 생각하면 결코 기적은 아닌 듯싶다.
공창석 지음/ 박영사 펴냄/ 600쪽/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