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규(가운데) 씨는 일주일에 서너 번 부천 만화박물관에서 시설안내 자원봉사를 한다.
부천자원봉사센터에서 2002년부터 시작된 ‘사랑의 산타학교’는 지역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산타 교육을 한 뒤 저소득층 가정이나 어린이집, 방과 후 교실, 공부방 등에 방문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아무나’ 산타가 되는 건 아니다. 김 씨는 산타가 되기 위해 자원봉사센터에서 하루 4시간씩 이틀간 교육을 받았다.
“산타클로스의 유래 같은 것도 공부해야 하고, ‘울면 안 돼’나 ‘루돌프 사슴코’ 같은 캐럴도 부를 줄 알아야 해요. 무엇보다 늘 웃는 낯으로 아이들을 대해야죠.”
산타 되려면 이틀간 8시간 교육
그뿐 아니다. 아이들이 집중할 정도로 큰 목소리로 말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잔소리를 하면 안 된다.
활동 중 담배나 술은 절대 금지. ‘산타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또 사진을 찍을 때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듯 의식하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한다.
산타 학교를 담당하는 장경민(25) 사회복지사는 “(참가자들이) 어린 시절 산타를 경험한 적 없어 생소해하시면서도 모두 열의를 가지고 배우신다”면서 “아이들은 진짜 머리가 하얀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고 좋아하고, 어르신들도 손자 손녀 같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하시는 거 같다”고 말했다.
김 씨의 산타 봉사처럼 최근 자원봉사는 ‘봉사대상의 만족’뿐 아니라, ‘봉사자의 만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자원봉사 전문 시민단체인 ‘볼런티어21’의 오영수 국장은 “(자원봉사가) ‘희생을 통해 불쌍한 사람을 돕는다’는 개념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등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익한 활동, ‘볼런테인먼트’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씨는 자신이 하는 자원봉사를 ‘희생’이 아닌 ‘기쁨’으로 받아들인다.
“꼬마 천사 같은 애들이 산타 할아버지라고 좋아서 달라붙고, 한 마디라도 더 들으려고 진지하게 쳐다볼 땐 무척 기분이 좋아요. 도움받는 노인이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는 노인이라는 게 만족스러워요.”
겨울 자원봉사자 다른 계절 비해 적어
‘산타’가 겨울철 자원봉사의 ‘새로운 트렌드’라면 연탄배달은 자원봉사의 ‘고전’이다.
“제가 나른 연탄으로 그분들의 겨울이 좀 따뜻해지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내 마음도 좋죠.”
용산 전자상가에서 자영업을 하는 전상운(57) 씨는 올겨울 상도5동 철거민촌에 연탄을 배달하는 ‘사랑의 연탄 지피기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동작자원봉사은행 소속 자원봉사자들의 연탄배달 모습.
전 씨와 팀을 이룬 14명의 동료들은 가파른 언덕, 100개가 넘는 계단에 줄을 지어 연탄을 전달했다. 당시 전 씨의 팀에 할당된 연탄은 1750장. 50대 후반의 전 씨에게 연탄 나르기는 결코 녹록지 않았을 테다. 그러나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한다.
“다들(봉사 참가자들) 온몸이 뻑적지근하겠죠. 근데 그런 얘긴 별로 안 해요. 몸이 고되어도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니까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6월 행정자치부가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6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20.5%는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1999년 14%, 2002년 16.3%보다 늘어난 수치로 자원봉사에 대한 참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꾸준히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수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겨울철의 경우, 자원봉사자의 수는 더 줄어든다. 동작자원봉사은행의 신현미 사회복지사는 “연말연시가 있는 겨울일수록 도움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지만 다른 계절에 비해 참가자는 적은 편”이라며 아쉬워했다. 신 복지사는 또 “이럴 때일수록 꾸준히 도움을 주는 자원봉사자들의 진가를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설재흥 기획부장은 “점차 자원봉사자의 수가 늘고 있지만 자원봉사자가 전체 인구의 40~50%대인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부족하다”면서 “봉사의 사회적 효용성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에 맡겨진 자원봉사센터 등에 대한 지원을 정부 차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