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두바이 에어쇼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한국항공)이 내놓은 고등훈련기 T-50이 대단한 인기를 끈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은 과연 전투기급 항공기를 수출하는 국가가 될 수 있을까. UAE 말고 한국이 뚫을 수 있는 시장은 어디인가. 최근 한국항공은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되는 한국형헬기(KHP) 체계개발 업체로 선정되었다. 한국항공의 정해주 사장을 만나 한국 항공산업의 현주소를 점검해보았다.
-UAE 측이 도입하려고 하는 고등훈련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UAE는 미국 록히드마틴사로부터 F-16 중에서도 최신형인 블록 60을 80대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재 20대를 도입하고 있다. UAE는 이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40~60대 정도의 고등훈련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우리는 T-50을 들고 도전하는데, 경쟁자는 영국 BAE사의 슈퍼 호크와 이탈리아 아에르마치사의 M346이다. 그러나 두 회사는 이제 시험비행을 하는 시제기를 제작한 단계이고, 우리는 완제기를 만들고 있다. 아에르마치사는 M346 시제기를 두바이 에어쇼에 참가시켰으나 BAE사는 슈퍼 호크를 들고 오지도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두 대의 양산기를 참여시켜 에어쇼 중 시험비행을 펼쳤고 에어쇼가 끝난 뒤 2주일 동안 알 민하드 공군기지에서 UAE 공군조종사를 태우고 15차례 비행을 했다. T-50은 초음속이지만, M346과 슈퍼 호크는 아음속기이다.”
-UAE 공군 측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UAE 공군사령관인 칼리드 소장은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T-50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훈련기는 UAE 공군의 요구 조건을 만족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2월 그는 한국을 방문해 우리 공장을 둘러보고, T-50 양산기를 두바이 에어쇼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T-50을 수송할 수 있는 안토노프 수송기를 보내줘 우리는 이 수송기의 기름값만 부담하고 T-50을 두바이 에어쇼에 참여시켰다.
알 민하드 공군기지에서는 UAE 공군의 훈련부장이자 고등훈련기 사업 평가단장(준장)이 우리 훈련기에 탑승했다. UAE 측에서는 성능에 대해서는 이의 제기가 없고 가격 협상의 문제만 남아 있다. 내년 중에 기종 결정이 이뤄진다면 T-50이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쟁사들이 양산기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빨리 결정될수록 우리가 유리하다.”
-판매가는 어느 정도인가. T-50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것이 약점인데.
“우리에 앞서 F-16 블록 60을 계약한 록히드마틴 측은 ‘반으로 깎은 가격을 제시해도 그들은 더 깎아달라고 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웃음). 국제적으로는 최초 구입자에 대해서는 좋은 가격으로 계약하는 것이 관례인데, 칼리드 사령관은 이를 의식해 가격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 공군에서도 T-50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안다.
“12월13일 그리스는 록히드마틴사와 한국 공군이 갖고 있는 것과 같은 F-16 블록 60을 30대 확정 도입하고 50대를 더 도입할 수 있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스 공군은 구형 F-16도 많이 갖고 있어 고등훈련기 도입이 시급하다. 그리스는 T-50과 M346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그런데 그리스는 아드리아 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탈리아와 외교 관계가 많아 현재로서는 M346이 조금 더 유리한 상태다.
이탈리아는 UAE 시장을 놓칠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리스 측에 M346을 그리스에서 공동 제작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도 그리스 항공회사와 그리스에서 T-50을 공동 제작할 수 있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것으로 맞서고 있다. 그리스 공군은 M346이 아음속인 데다 그들이 원하는 시기에 개발이 완료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눈치다.”
-그리스와 터키는 앙숙인데, 한국은 터키에 9억 달러어치의 K-9 자주포 사업을 수출했다. 그런데 그리스에 T-50 공동제작권을 준다면 터키가 반발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외교적으로는 우리가 불리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T-50은 전투기가 아닌 훈련기이므로 터키에는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
-독일도 마코라는 이름의 초음속훈련기를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독일은 독일, 영국 등 4개국이 공동 개발한 유러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한 고등훈련기로 쓰기 위해 마코를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T-50이 먼저 출시되는 바람에 사실상 이를 포기했다. 4개국 회사가 연합한 유럽 최대의 항공기 제작사인 EADS는 T-50을 유러파이터 타이푼용 훈련기로 생산하는 문제를 우리와 논의하고 있다. T-50에는 미국 엔진과 레이더가 달려 있는데 이를 떼어내고 유럽 회사가 제작한 엔진과 레이더를 넣어 유럽형 T-50을 만들자는 것이다. 원칙적인 면에서 우리는 찬성하고 있다.”
-미국은 훈련기를 개발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럽이 유럽형 T-50을 공동 제작하겠다고 한다면, 한국은 세계 고등훈련기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본은 군수품 수출을 하지 않으니 유럽이 T-50을 채택한다면 M346 등 경쟁 기종이 쇠퇴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록히드마틴사를 통해서 T-50 개발에 참여했으니 T-50 수출이 잘되면 그들도 덕을 본다. 유럽 시장만 장악하면 T-50은 BAE사의 호크에 이어 세계 고등훈련기 시장의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기본훈련기인 KT-1을 개조한 통제기 KO-1의 남미 수출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12월14일 과테말라 국회 국방위원장 등이 한국에 와 만났는데, 그들 말로는 내년도 예산에 통제기 사업 예산을 세웠다고 한다. 과테말라에서는 8~10대 정도의 통제기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우리의 경쟁자는 스위스 필라투스사의 PC-9이다. 처음엔 우리가 앞서다 스위스가 앞질렀고 다시 우리가 뒤집은 상태다. 과테말라 정부가 KO-1을 선호하는 공군참모차장을 퇴역시켰다가 다시 현역으로 복귀시켜 총장에 임명한 것이 그 증거다. 과테말라 국회도 우리를 선호하는데 정치권은 스위스제를 선호하고 있다.
멕시코는 20~24대 정도의 통제기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시험평가에서는 우리의 KO-1이 1등을 했다. 그러나 멕시코는 예산이 준비되지 않아 통제기 사업을 밀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 해외 파트너로 유럽콥터사가 선정된 것은 적절한가.
“미국 회사들은 우리가 원하는 크기의 헬기를 만들 의지가 없었다. 하지만 유럽콥터사는 우리와 공동 개발할 한국형헬기를 그들이 생산하는 헬기 중의 하나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우리와 T-50을 공동 개발한 후 T-50을 그들의 생산 품목 중 하나로 여긴 것과 마찬가지다.
T-50을 개발할 때 우리는 록히드마틴사에 주익(主翼) 개발과 생산권을 주면서 가격 문제는 논의하지 않는 실수를 범했다. 그러나 유럽콥터사와 협상할 때는 이 경험을 살려 가격 문제까지도 분명히 한 후 계약을 맺을 생각이다. T-50은 비어 있는 니치 마켓(niche market)을 보고 도전해 성공을 거둬가는 과정에 있는데, 한국형헬기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니치 마켓을 공략할 계획이다. 포니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부흥을 상징한다면, T-50 골든이글은 한국 항공기 제작산업의 상징이 될 것이다.”
-UAE 측이 도입하려고 하는 고등훈련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UAE는 미국 록히드마틴사로부터 F-16 중에서도 최신형인 블록 60을 80대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재 20대를 도입하고 있다. UAE는 이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40~60대 정도의 고등훈련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우리는 T-50을 들고 도전하는데, 경쟁자는 영국 BAE사의 슈퍼 호크와 이탈리아 아에르마치사의 M346이다. 그러나 두 회사는 이제 시험비행을 하는 시제기를 제작한 단계이고, 우리는 완제기를 만들고 있다. 아에르마치사는 M346 시제기를 두바이 에어쇼에 참가시켰으나 BAE사는 슈퍼 호크를 들고 오지도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두 대의 양산기를 참여시켜 에어쇼 중 시험비행을 펼쳤고 에어쇼가 끝난 뒤 2주일 동안 알 민하드 공군기지에서 UAE 공군조종사를 태우고 15차례 비행을 했다. T-50은 초음속이지만, M346과 슈퍼 호크는 아음속기이다.”
-UAE 공군 측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UAE 공군사령관인 칼리드 소장은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T-50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훈련기는 UAE 공군의 요구 조건을 만족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2월 그는 한국을 방문해 우리 공장을 둘러보고, T-50 양산기를 두바이 에어쇼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T-50을 수송할 수 있는 안토노프 수송기를 보내줘 우리는 이 수송기의 기름값만 부담하고 T-50을 두바이 에어쇼에 참여시켰다.
알 민하드 공군기지에서는 UAE 공군의 훈련부장이자 고등훈련기 사업 평가단장(준장)이 우리 훈련기에 탑승했다. UAE 측에서는 성능에 대해서는 이의 제기가 없고 가격 협상의 문제만 남아 있다. 내년 중에 기종 결정이 이뤄진다면 T-50이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쟁사들이 양산기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빨리 결정될수록 우리가 유리하다.”
-판매가는 어느 정도인가. T-50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것이 약점인데.
“우리에 앞서 F-16 블록 60을 계약한 록히드마틴 측은 ‘반으로 깎은 가격을 제시해도 그들은 더 깎아달라고 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웃음). 국제적으로는 최초 구입자에 대해서는 좋은 가격으로 계약하는 것이 관례인데, 칼리드 사령관은 이를 의식해 가격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 공군에서도 T-50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안다.
남미 수출이 추진되는 KO-1 통제기
이탈리아는 UAE 시장을 놓칠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리스 측에 M346을 그리스에서 공동 제작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도 그리스 항공회사와 그리스에서 T-50을 공동 제작할 수 있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것으로 맞서고 있다. 그리스 공군은 M346이 아음속인 데다 그들이 원하는 시기에 개발이 완료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눈치다.”
-그리스와 터키는 앙숙인데, 한국은 터키에 9억 달러어치의 K-9 자주포 사업을 수출했다. 그런데 그리스에 T-50 공동제작권을 준다면 터키가 반발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외교적으로는 우리가 불리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T-50은 전투기가 아닌 훈련기이므로 터키에는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
-독일도 마코라는 이름의 초음속훈련기를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11월24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열린 ‘두바이 에어쇼 2005’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출품한 최초의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이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미국은 훈련기를 개발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럽이 유럽형 T-50을 공동 제작하겠다고 한다면, 한국은 세계 고등훈련기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본은 군수품 수출을 하지 않으니 유럽이 T-50을 채택한다면 M346 등 경쟁 기종이 쇠퇴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록히드마틴사를 통해서 T-50 개발에 참여했으니 T-50 수출이 잘되면 그들도 덕을 본다. 유럽 시장만 장악하면 T-50은 BAE사의 호크에 이어 세계 고등훈련기 시장의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기본훈련기인 KT-1을 개조한 통제기 KO-1의 남미 수출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12월14일 과테말라 국회 국방위원장 등이 한국에 와 만났는데, 그들 말로는 내년도 예산에 통제기 사업 예산을 세웠다고 한다. 과테말라에서는 8~10대 정도의 통제기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우리의 경쟁자는 스위스 필라투스사의 PC-9이다. 처음엔 우리가 앞서다 스위스가 앞질렀고 다시 우리가 뒤집은 상태다. 과테말라 정부가 KO-1을 선호하는 공군참모차장을 퇴역시켰다가 다시 현역으로 복귀시켜 총장에 임명한 것이 그 증거다. 과테말라 국회도 우리를 선호하는데 정치권은 스위스제를 선호하고 있다.
멕시코는 20~24대 정도의 통제기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시험평가에서는 우리의 KO-1이 1등을 했다. 그러나 멕시코는 예산이 준비되지 않아 통제기 사업을 밀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 해외 파트너로 유럽콥터사가 선정된 것은 적절한가.
“미국 회사들은 우리가 원하는 크기의 헬기를 만들 의지가 없었다. 하지만 유럽콥터사는 우리와 공동 개발할 한국형헬기를 그들이 생산하는 헬기 중의 하나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우리와 T-50을 공동 개발한 후 T-50을 그들의 생산 품목 중 하나로 여긴 것과 마찬가지다.
T-50을 개발할 때 우리는 록히드마틴사에 주익(主翼) 개발과 생산권을 주면서 가격 문제는 논의하지 않는 실수를 범했다. 그러나 유럽콥터사와 협상할 때는 이 경험을 살려 가격 문제까지도 분명히 한 후 계약을 맺을 생각이다. T-50은 비어 있는 니치 마켓(niche market)을 보고 도전해 성공을 거둬가는 과정에 있는데, 한국형헬기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니치 마켓을 공략할 계획이다. 포니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부흥을 상징한다면, T-50 골든이글은 한국 항공기 제작산업의 상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