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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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결말, 그래서 채널 고정

  • 손주연/ 스카이라이프 기자

    입력2005-08-11 1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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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헷갈리는 결말, 그래서 채널 고정
    시청률이 반드시 프로그램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50%의 시청률을 보이며 ‘대박’을 이뤄내는 동안에도 KBS 2TV 수목 드라마 ‘부활’의 매력을 알아보는 이들이 있었다. 광복 60년 SBS 대기획 ‘패션 70’s’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MBC 미니시리즈 ‘변호사들’도 ‘시청률은 숫자에 불과할 뿐’임을 증명하는 또 다른 작품이다.

    ‘변호사들’은 ‘법무법인 송현’이라는 로펌 변호사들이 벌이는 뜨거운 경쟁,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음모와 처절한 사랑, 선택의 딜레마를 그린 드라마다. 사실 첫 방송이 나가기 전 ‘여비서 김주희(정혜영)와 특수부 검사 출신의 정직한 변호사 서정호(김상경), 김주희의 옛 연인 윤석기(김성수)가 하나의 사건에 얽히면서 벌어지는 욕망과 순수의 줄다리기’가 이토록 재미있을 줄 알았던 이들은 드물었다. 변호사들의 치열한 법정 공방과 삼각관계는 법정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너무 뻔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이를 ‘스포일러(스토리를 미리 공개해 김을 빼는 행위)’라는 대범한 방식으로 풀어갔다. 첫 회에서 주희 부모의 미스터리한 사건, 그 배후 인물, 석기가 악인이 되는 이유 등이 모두 밝혀진다. 매회 실마리만 제공하면서 시청자들과 두뇌싸움을 벌이는 다른 스릴러물들과 매우 다른 방식이다. 하지만 이처럼 처음부터 모든 것이 명백해 보였던 ‘변호사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을 미궁에 빠뜨리는 기묘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건은 다 공개했지만 인물들이 내면에서 겪는 ‘선택의 딜레마’는 철저히 가려놓은 데 따른 것이다.

    ‘변호사들’ 속 캐릭터들은 매 순간 이 딜레마에 시달린다. 사랑하는 연인과 부귀영화 앞에서 갈등하던 석기는 5년이 지난 후 다시 연인과 명예 앞에서 고민하고, 상부의 비자금 사건을 캐다 검사 옷을 벗은 정호는 변호사가 된 뒤에도 비자금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모의 교통사고와 함께 사랑하던 남자도 잃었다고 믿은 주희는 갑자기 나타난 옛 연인과 짝사랑하는 남자 사이에서 다시 갈등한다.

    ‘변호사들’의 클라이맥스는 이 갈등이 과거의 사건과 마주하는 순간 일어난다. 석기에게 흔들리는 주희와 검은돈에 얽힌 비밀 앞에서 주저하는 정호가 모종의 선택을 내리는 순간, 5년 전의 교통사고와 비자금 사건의 연관성이 비로소 드러난다. 석기의 진짜 모습과 그가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역시 그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래서 ‘변호사들’의 결말은 쉽게 예상할 수 없다.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많은 이들이 월요일 밤 ‘변호사들’에 채널을 고정하는 이유다. 보면 볼수록 오히려 궁금하고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불친절한 드라마’. ‘변호사들’은 우리 드라마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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