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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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으로 압축한 100년의 세계 역사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5-02-03 18: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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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권으로 압축한 100년의 세계 역사
    20세기의 역사를 책 4권으로 압축했다면 그 내용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100년 동안 일어난 수많은 일과 그 가운데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 4권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20세기 박물관’(도서출판 부키 펴냄) 시리즈는 그런 한계를 우회적으로 극복했다. 잡다한 내용을 광범위하게 다루는 대신 특정 주제를 설정해 살을 붙여가는 식의 ‘짧고 굵은’ 전략을 택했다. 역사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역사책은 아닌 듯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독특한 색깔을 지닌 책이다.

    시리즈 4권 가운데 1권 ‘유예된 유토피아, 공산주의’(필립 뷔통 지음)와 2권 ‘인류의 영원한 굴레, 전쟁’(프랑수아 제레 지음)이 먼저 나왔다. 제목이 다소 딱딱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내용은 쉽게 다가온다. 다양한 사진이 곁들여져 있어 시각적으로도 지루하지 않다.

    1권은 연도별로 구성돼 있다. 1917년 ‘10월 혁명’을 시작으로 24년 레닌의 죽음과 권력 승계, 39년 스탈린과 히틀러의 연합, 66년 중국의 문화대혁명, 89~91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한 세계의 종말 등 총 19개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다뤘다. 우리에겐 가슴 아픈 6·25전쟁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레닌, 스탈린, 트로츠키, 모리스 토레즈, 체 게바라 등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중간을 장식하고 공산주의의 21세기 전망으로 끝을 맺었다.

    2권은 제목만 보면 20세기의 전쟁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연도별로 ‘전쟁’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보다 분쟁의 유통, 전쟁과 평화 간의 역학관계, 제국들의 순환 주기, 세계화의 추세를 중심축으로 하고 있다. 총칼이 필요 없는 경제, 과학, 자원 등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과 각종 무기 개발 이야기들을 담았다.

    20세기 현대사를 ‘누더기’나 다름없다고 혹평하는 사람도 많다. 내셔널리즘과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위해 도색되고 변형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디어의 발달로 사실은 파편화·단편화되는 경향마저 보인다. 그러나 ‘20세기 박물관’은 도색되고 변형된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원상태로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신화는 ‘신화’라고, 허구는 ‘허구’라고 분명히 못박는 식이다. 1, 2권을 읽은 사람이라면 3권 ‘과속과 저속의 부조화, 페미니즘’과 4권 ‘최초의 세계 제국, 미국’의 발간을 손꼽아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3, 4권은 7~8월에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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