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여행하다 보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조물을 여기저기서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풍차. 하지만 사진에서 흔히 보던 예쁘고 낭만적인 모습의 풍차가 아니라, 거대한 하얀 기둥에 큰 바람개비가 달려 있는 지극히 간단한 구조의 풍차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매장량이 한정된 석유를 대신할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은 전 인류의 관심사였다. 세계 각국은 태양열·수력·풍력 등 고갈되지 않으며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자연에너지 개발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는데, 독일은 그중에서도 풍력 발전 연구에 특별한 비중을 두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지역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미 독일에서는 바람의 힘을 이용한 전력 생산이 상용화되었다. 현재 독일 전역에는 1만5000여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2004년 통계에 따르면 풍력발전은 석유를 제외한 각종 에너지원 전력생산에서 5%의 비중을 차지한다. 풍력발전 분야에서만큼은 덴마크 스페인 미국 등을 멀리 따돌린 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셈. 독일 정부는 앞으로도 풍력발전을 더욱 지원한다는 자세로 2010년까지 발전기의 수를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 보호하려다 환경 파괴
풍력발전이 갖는 장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다. 자연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배출되는 공해물질의 처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가장 큰 매력이다. 풍력발전 이용이 더 많이 확산될수록 석유나 천연가스 등은 지금보다 덜 수입해도 된다. 최신 첨단기술이 응용된 풍력발전 사업을 개발, 육성함으로써 일자리를 새로이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 사민당-녹색당 정부는 독일이 환경보호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모범국가이며, 산업과 환경 문제가 서로 대립되지 않고 절묘한 조화를 이룬 보기 드문 사례임을 만방에 과시하려는 욕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많은 장점을 지닌 풍력발전을 비판적으로 보는 독일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정부의 풍력발전 육성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해, 풍력발전 반대운동을 위해 각 지역 단위로 조직된 시민단체가 벌써 수백개에 달한다.
도대체 이들은 왜 풍력발전을 반대할까.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독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흉한 풍차 때문에 망가진다”고 외친다. 또 “풍력발전이 독일의 전 국토를 아스파라거스 밭으로 만들고 있다”고 조롱한다. 넓은 대지 여기저기에 우뚝 솟은 풍차의 길쭉한 흰 기둥이 아스파라거스를 닮았음을 빗댄 말이다.
베를린 북쪽 우커마르크(Uckermark) 마을에는 현재 223기의 풍차가 가동되고 있으며 앞으로 280기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처음 마을에 풍력발전 단지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주민들은 환영 일색이었다. 토질이 척박하여 농사가 잘되지 않는 곳이기에 첨단기술을 가득 담은 풍력발전 단지 건설 소식은 신의 축복으로까지 여겨졌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풍차의 날개가 힘차게 돌아가면서부터 급격하게 반전됐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풍차들이 평온한 전원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마을은 마치 풍차에 포위된 격이 되어 사방 어디를 돌아봐도 지평선을 찾아볼 수 없다. 기계가 돌아가면서 내는 소음 역시 작은 문제가 아니다. 어두운 밤 비행물체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달아놓은 깜빡거리는 경계등은 디스코테크를 연상케 할 정도다. 이러한 이유로 주민들은 풍차의 추가 건립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풍력발전 사업체와 추가 건립 계약이 체결된 상태여서, 그 사이에 낀 지방관청 공무원들만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
우커마르크 마을과 같은 사정은 풍력발전 단지가 들어선 다른 지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환경보호를 위해 추진된 풍력발전이 또 다른 형태의 환경문제를 낳고 있다는 묘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풍력발전이야말로 독일이 미래를 위해 선택해야 하는 확실한 대체에너지라 여기고 이에 향후 10년간 막대한 재정을 지원해 힘을 실어주려 했던 독일 정부는 예기치 못한 주민들의 강력 반발에 부딪히자 다소간의 궤도 수정을 해야 했다. 게다가 풍력발전이 가능할 만큼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은 주로 독일 북부지역인데, 이곳에서는 더 이상 풍차를 세울 만한 땅을 확보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바다에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것. 이는 덴마크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시행했고, 경관 훼손이나 소음, 생태계 파괴 같은 문제점을 피해갈 수 있는 묘수로 여겨졌다. 게다가 북해 바다의 바람은 육지에서보다 두 배가량 더 강하게 불기 때문에 더 많은 양의 전력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따라서 독일 정부는 향후 몇 년 안에 독일 연안 41개 지점에 700여개의 풍차를 세워서, 4만Mw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해상 풍력발전 단지도 난관
북해 연안의 유명한 휴양지인 쥘트섬 앞바다에 설치될 예정인 해상 풍력발전 단지에는 ‘부텐디크’란 이름이 붙여졌다. 정부와 민간 투자가들은 금년 초부터 이곳에 80기의 풍차를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시도는 곧바로 쥘트섬 전 주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들이 부텐디크 건설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섬에서 수평선 조망권이 침해된다는 것. 연구조사 결과 아무리 해안에서 34km나 떨어진 바다에 발전시설을 설치한다 해도 섬에서 풍차가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혹 지나가던 유조선이 풍차에 부딪히는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관광에 의존해 사는 이 섬을 누가 찾아오겠는가 하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또한 그곳 바다에도 고래와 물개 등이 살고 있고, 겨울이 되면 각종 희귀 철새들이 찾아오는 자연보호 지역인데, 풍차 건설로 인한 바다 생태계 파괴는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그들은 묻고 있다.
쥘트섬 주민들의 반발은 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해상에 발전시설을 건설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문제는 어떻게 생산된 전력을 내륙에까지 운송할까 하는 것인데, 쥘트섬 주민들이 전선 케이블이 섬 위를 지나가는 것을 거부하고 나섰다. 굳이 방법을 찾자면, 섬을 크게 우회하여 전선 케이블을 까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다면 전력이나 비용 손실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큰돈을 들여 해상 발전시설을 건설하는 의미가 퇴색된다.
해상 풍력발전 시설 도입 계획에 힘을 빼놓는 일이 한 가지 더 벌어졌다. 독일보다 먼저 바다에 풍력발전 시설을 지은 덴마크가 별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에 따르면 북해의 거친 파도와 염분이 함유된 바닷물, 그리고 지나치게 강한 바람을 덴마크의 풍차들이 견디지 못해 벌써 대부분 교체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정기적으로 점검과 수리를 한다 해도 별 소용이 없고, 그래서 이제는 보험사들도 이 일 떠맡기를 꺼려한다는 것이다.
풍력발전을 통해 산업과 환경보호의 조화를 꾀해보겠다는 독일의 에너지 정책은 현재 그리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인류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일임은 분명하기에 그 선두에 선 독일의 시도는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또한 독일이 현재 겪고 있는 시행착오가 우리에게도 좋은 교훈이 될 것임은 물론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매장량이 한정된 석유를 대신할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은 전 인류의 관심사였다. 세계 각국은 태양열·수력·풍력 등 고갈되지 않으며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자연에너지 개발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는데, 독일은 그중에서도 풍력 발전 연구에 특별한 비중을 두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지역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미 독일에서는 바람의 힘을 이용한 전력 생산이 상용화되었다. 현재 독일 전역에는 1만5000여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2004년 통계에 따르면 풍력발전은 석유를 제외한 각종 에너지원 전력생산에서 5%의 비중을 차지한다. 풍력발전 분야에서만큼은 덴마크 스페인 미국 등을 멀리 따돌린 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셈. 독일 정부는 앞으로도 풍력발전을 더욱 지원한다는 자세로 2010년까지 발전기의 수를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 보호하려다 환경 파괴
풍력발전이 갖는 장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다. 자연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배출되는 공해물질의 처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가장 큰 매력이다. 풍력발전 이용이 더 많이 확산될수록 석유나 천연가스 등은 지금보다 덜 수입해도 된다. 최신 첨단기술이 응용된 풍력발전 사업을 개발, 육성함으로써 일자리를 새로이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 사민당-녹색당 정부는 독일이 환경보호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모범국가이며, 산업과 환경 문제가 서로 대립되지 않고 절묘한 조화를 이룬 보기 드문 사례임을 만방에 과시하려는 욕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많은 장점을 지닌 풍력발전을 비판적으로 보는 독일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정부의 풍력발전 육성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해, 풍력발전 반대운동을 위해 각 지역 단위로 조직된 시민단체가 벌써 수백개에 달한다.
도대체 이들은 왜 풍력발전을 반대할까.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독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흉한 풍차 때문에 망가진다”고 외친다. 또 “풍력발전이 독일의 전 국토를 아스파라거스 밭으로 만들고 있다”고 조롱한다. 넓은 대지 여기저기에 우뚝 솟은 풍차의 길쭉한 흰 기둥이 아스파라거스를 닮았음을 빗댄 말이다.
베를린 북쪽 우커마르크(Uckermark) 마을에는 현재 223기의 풍차가 가동되고 있으며 앞으로 280기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처음 마을에 풍력발전 단지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주민들은 환영 일색이었다. 토질이 척박하여 농사가 잘되지 않는 곳이기에 첨단기술을 가득 담은 풍력발전 단지 건설 소식은 신의 축복으로까지 여겨졌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풍차의 날개가 힘차게 돌아가면서부터 급격하게 반전됐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풍차들이 평온한 전원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마을은 마치 풍차에 포위된 격이 되어 사방 어디를 돌아봐도 지평선을 찾아볼 수 없다. 기계가 돌아가면서 내는 소음 역시 작은 문제가 아니다. 어두운 밤 비행물체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달아놓은 깜빡거리는 경계등은 디스코테크를 연상케 할 정도다. 이러한 이유로 주민들은 풍차의 추가 건립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풍력발전 사업체와 추가 건립 계약이 체결된 상태여서, 그 사이에 낀 지방관청 공무원들만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
우커마르크 마을과 같은 사정은 풍력발전 단지가 들어선 다른 지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환경보호를 위해 추진된 풍력발전이 또 다른 형태의 환경문제를 낳고 있다는 묘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풍력발전이야말로 독일이 미래를 위해 선택해야 하는 확실한 대체에너지라 여기고 이에 향후 10년간 막대한 재정을 지원해 힘을 실어주려 했던 독일 정부는 예기치 못한 주민들의 강력 반발에 부딪히자 다소간의 궤도 수정을 해야 했다. 게다가 풍력발전이 가능할 만큼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은 주로 독일 북부지역인데, 이곳에서는 더 이상 풍차를 세울 만한 땅을 확보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바다에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것. 이는 덴마크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시행했고, 경관 훼손이나 소음, 생태계 파괴 같은 문제점을 피해갈 수 있는 묘수로 여겨졌다. 게다가 북해 바다의 바람은 육지에서보다 두 배가량 더 강하게 불기 때문에 더 많은 양의 전력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따라서 독일 정부는 향후 몇 년 안에 독일 연안 41개 지점에 700여개의 풍차를 세워서, 4만Mw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해상 풍력발전 단지도 난관
북해 연안의 유명한 휴양지인 쥘트섬 앞바다에 설치될 예정인 해상 풍력발전 단지에는 ‘부텐디크’란 이름이 붙여졌다. 정부와 민간 투자가들은 금년 초부터 이곳에 80기의 풍차를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시도는 곧바로 쥘트섬 전 주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들이 부텐디크 건설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섬에서 수평선 조망권이 침해된다는 것. 연구조사 결과 아무리 해안에서 34km나 떨어진 바다에 발전시설을 설치한다 해도 섬에서 풍차가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혹 지나가던 유조선이 풍차에 부딪히는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관광에 의존해 사는 이 섬을 누가 찾아오겠는가 하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또한 그곳 바다에도 고래와 물개 등이 살고 있고, 겨울이 되면 각종 희귀 철새들이 찾아오는 자연보호 지역인데, 풍차 건설로 인한 바다 생태계 파괴는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그들은 묻고 있다.
쥘트섬 주민들의 반발은 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해상에 발전시설을 건설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문제는 어떻게 생산된 전력을 내륙에까지 운송할까 하는 것인데, 쥘트섬 주민들이 전선 케이블이 섬 위를 지나가는 것을 거부하고 나섰다. 굳이 방법을 찾자면, 섬을 크게 우회하여 전선 케이블을 까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다면 전력이나 비용 손실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큰돈을 들여 해상 발전시설을 건설하는 의미가 퇴색된다.
해상 풍력발전 시설 도입 계획에 힘을 빼놓는 일이 한 가지 더 벌어졌다. 독일보다 먼저 바다에 풍력발전 시설을 지은 덴마크가 별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에 따르면 북해의 거친 파도와 염분이 함유된 바닷물, 그리고 지나치게 강한 바람을 덴마크의 풍차들이 견디지 못해 벌써 대부분 교체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정기적으로 점검과 수리를 한다 해도 별 소용이 없고, 그래서 이제는 보험사들도 이 일 떠맡기를 꺼려한다는 것이다.
풍력발전을 통해 산업과 환경보호의 조화를 꾀해보겠다는 독일의 에너지 정책은 현재 그리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인류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일임은 분명하기에 그 선두에 선 독일의 시도는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또한 독일이 현재 겪고 있는 시행착오가 우리에게도 좋은 교훈이 될 것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