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의 기적’의 무대는 1954년 서독. 제목이 말하는 ‘베른의 기적’은 베른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전에서 서독 축구팀이 헝가리팀과 싸워 역전승한 사실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월드컵 축구 경기의 재현으로 구성된 스포츠 영화일까. 만약 그런 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엘 간다면 십중팔구 실망할 것이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마지막 결승전에 도달할 때까지 경기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베른의 기적’은 스포츠 영화를 넘어서고 싶어하는 스포츠 영화다. 영화는 단순히 승패의 대결을 보여주는 대신, 월드컵과 축구가 전화(戰禍)의 잔해 속에서 살아남으려 애를 쓰던 패전국 서독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이야기한다. 물론 영화는 ‘베른의 기적’을 그 뒤에 이어진 ‘라인의 기적’과 연결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아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영화의 진짜 주인공들은 축구팀에서 멀어져간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유일하게 의미 있는 캐릭터로 묘사된 축구 선수인 헬무트 란이 아니라, 그를 우상처럼 따르는 소년 마티아스의 가족이다. 영화가 시작될 무렵 11년 동안 소련 포로 수용소에 갇혀 있던 마티아스의 아버지가 돌아오지만, 완전한 가족이 되기를 원했던 그들의 희망과 달리 전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남아 있던 가족의 갈등은 커져만 간다. 거의 파국으로 흐르던 이들 가족을 연결해주는 것은 가족들 축구 사랑과 베른월드컵이다. 영화는 심지어 이런 가족이 품기 시작한 희망과 사랑이 축구 경기에서의 서독의 승리와 연결돼 있다는, 조금 낙천적인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
굉장히 낙천적이고 기분 좋은 이 비전은 ‘베른의 기적’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기적을 강조하는 수많은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이 영화 역시 피가 흐르는 드라마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대신 영화는 가족영화 장르의 익숙한 클리셰(판에 박은 듯한 문구나 진부한 표현)를 모아 드라마로 위장한 뒤 추억이라는 달콤한 당의정을 입혀 내놓는다. 사람들을 진력나게 기다리게 했다가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축구 경기 역시 스포츠 영화의 클리셰에서 많이 떨어져 있지 않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연출한 클리셰처럼 보이는 역전의 드라마가 사실은 실화였다는 것이겠지만. 스포츠 팬이 아닌 난 궁금한 점이 하나 있다. ‘베른의 기적’은 독일에서 전국적인 히트작이었고 그건 충분히 이해가 갈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서독이라는 나라가 헝가리라는 나라를 극적으로 이긴 사건이 국민들에게 국가 건설의 희망을 품게 했다는 이야기가 과연 우리나라 관객에게도 같은 수준의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축구는 보편적인 드라마인가, 아니면 이들의 드라마 역시 어쩔 수 없는 국가주의의 벽 속에 갇힐 수밖에 없는가. 개봉 뒤의 반응을 한번 구경해볼 일이다.
‘베른의 기적’은 스포츠 영화를 넘어서고 싶어하는 스포츠 영화다. 영화는 단순히 승패의 대결을 보여주는 대신, 월드컵과 축구가 전화(戰禍)의 잔해 속에서 살아남으려 애를 쓰던 패전국 서독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이야기한다. 물론 영화는 ‘베른의 기적’을 그 뒤에 이어진 ‘라인의 기적’과 연결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아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영화의 진짜 주인공들은 축구팀에서 멀어져간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유일하게 의미 있는 캐릭터로 묘사된 축구 선수인 헬무트 란이 아니라, 그를 우상처럼 따르는 소년 마티아스의 가족이다. 영화가 시작될 무렵 11년 동안 소련 포로 수용소에 갇혀 있던 마티아스의 아버지가 돌아오지만, 완전한 가족이 되기를 원했던 그들의 희망과 달리 전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남아 있던 가족의 갈등은 커져만 간다. 거의 파국으로 흐르던 이들 가족을 연결해주는 것은 가족들 축구 사랑과 베른월드컵이다. 영화는 심지어 이런 가족이 품기 시작한 희망과 사랑이 축구 경기에서의 서독의 승리와 연결돼 있다는, 조금 낙천적인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
굉장히 낙천적이고 기분 좋은 이 비전은 ‘베른의 기적’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기적을 강조하는 수많은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이 영화 역시 피가 흐르는 드라마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대신 영화는 가족영화 장르의 익숙한 클리셰(판에 박은 듯한 문구나 진부한 표현)를 모아 드라마로 위장한 뒤 추억이라는 달콤한 당의정을 입혀 내놓는다. 사람들을 진력나게 기다리게 했다가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축구 경기 역시 스포츠 영화의 클리셰에서 많이 떨어져 있지 않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연출한 클리셰처럼 보이는 역전의 드라마가 사실은 실화였다는 것이겠지만. 스포츠 팬이 아닌 난 궁금한 점이 하나 있다. ‘베른의 기적’은 독일에서 전국적인 히트작이었고 그건 충분히 이해가 갈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서독이라는 나라가 헝가리라는 나라를 극적으로 이긴 사건이 국민들에게 국가 건설의 희망을 품게 했다는 이야기가 과연 우리나라 관객에게도 같은 수준의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축구는 보편적인 드라마인가, 아니면 이들의 드라마 역시 어쩔 수 없는 국가주의의 벽 속에 갇힐 수밖에 없는가. 개봉 뒤의 반응을 한번 구경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