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의 로맨스’(감독 박제현)는 ‘노팅 힐’의 한국 버전이다. 지나친 속단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조차도 툭하면 ‘노팅 힐’과 휴 그랜트를 언급하니 말이다.
하지만 두 영화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내 남자의 로맨스’의 주인공은 영화배우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아니라, 그 남자의 여자친구라는 점이다. 이 간단한 전환만으로 ‘내 남자의 로맨스’는 홀로 설 수 있는 구실을 얻는다. 따지고 보면 이 설정은 ‘노팅 힐’보다 더 좋다. 거의 신데렐라 이야기 같은 이상적인 동화였던 ‘노팅 힐’과 달리, ‘내 남자의 로맨스’의 설정은 관객들이 충분히 자신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에 한쪽 발을 깊숙이 담그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 현주(김정은)는 29살에 괜찮은 외모와 안정된 직업을 가진 직장 여성이다. 그녀에게는 7년 동안 사귀어온, 곧 결혼할 남자친구도 있다. 이 정도면 남들 앞에서 꿀리지 않을 만큼은 되는 것 같고, 현주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주의 남자친구 소훈(김상경) 앞에 갑자기 영화배우 은다영이 나타나면서 현주의 단단해 보이던 세계는 순식간에 망가져간다. 지금까지는 ‘그냥 이렇게 살고 말지…’ 하고 안주해오던 모든 것들이 허상처럼 망가져가는 동안 현주는 은다영과 정면대결을 시도한다. 대부분은 낯뜨거운 소동으로 끝나지만….
제목은 ‘내 남자의 로맨스’지만 ‘현주의 남자’ 소훈의 로맨스는 영화에서 가장 덜 중요한 요소다. 영화는 사실 소훈의 감정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별달리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지금까지 브라운관과 영화 스크린 뒤에서 안전한 이미지로만 존재했던 연예인이 갑작스럽게 현실세계로 들어와 주인공의 안전한 세계를 파괴해가는 과정이다. 물론 해피 엔딩이 보장되는 로맨틱 코미디니, 결과는 보기만큼 나쁘지만은 않다. 이 영화의 파괴 과정은 주인공에게 자기 삶을 돌이켜보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 남자의 로맨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교하게 쌓아놓은 주제와 설정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화려한 연예계와 초라한 현실의 충돌을 그리면서도 영화는 두 세계의 충돌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있다. 연예계를 대표하는 은다영은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연예정보 프로그램 리포터와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깔끔하기만 하다. 현실세계를 대표하는 현주는 과장되어 있긴 해도 그나마 이해가 되는 인물이지만, 현주 주변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지나칠 정도로 인심 좋은 친구네 집에 공짜로 얹혀 지내는 현주와 현주의 친구들은 사실적인 고민을 담은 세계보다는 ‘논스톱’과 같은 시트콤의 세트에 사는 것 같다. 지나치게 멀끔한 인테리어와 이상할 정도로 현실의 무게가 결여된 그들의 삶은 이런 설정이 요구하는 콘트라스트(대조)를 반 이상 지워버린다.
‘내 남자의 로맨스’는 적당히 달콤하고, 한두 번은 요란하게 웃기며, 가끔 현실의 무게에 대해 생각케 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이 정도만 해도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이 영화의 기능적인 요소들은 여전히 기본 설정과 김정은의 고정된 스타 이미지에 의지하고 있다. 설정이 품고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Tips | 박제현 감독
1968년생. ‘단적비연수’와 ‘울랄라 씨스터즈’를 연출한 박감독은 ‘내 남자의 로맨스’가 ‘노팅힐’과 ‘브리짓존스의 일기’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말한다. 김정은은 ‘무얼 해도 귀여운’ 르네 젤위거의 벤치마킹이라고.
하지만 두 영화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내 남자의 로맨스’의 주인공은 영화배우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아니라, 그 남자의 여자친구라는 점이다. 이 간단한 전환만으로 ‘내 남자의 로맨스’는 홀로 설 수 있는 구실을 얻는다. 따지고 보면 이 설정은 ‘노팅 힐’보다 더 좋다. 거의 신데렐라 이야기 같은 이상적인 동화였던 ‘노팅 힐’과 달리, ‘내 남자의 로맨스’의 설정은 관객들이 충분히 자신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에 한쪽 발을 깊숙이 담그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 현주(김정은)는 29살에 괜찮은 외모와 안정된 직업을 가진 직장 여성이다. 그녀에게는 7년 동안 사귀어온, 곧 결혼할 남자친구도 있다. 이 정도면 남들 앞에서 꿀리지 않을 만큼은 되는 것 같고, 현주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주의 남자친구 소훈(김상경) 앞에 갑자기 영화배우 은다영이 나타나면서 현주의 단단해 보이던 세계는 순식간에 망가져간다. 지금까지는 ‘그냥 이렇게 살고 말지…’ 하고 안주해오던 모든 것들이 허상처럼 망가져가는 동안 현주는 은다영과 정면대결을 시도한다. 대부분은 낯뜨거운 소동으로 끝나지만….
제목은 ‘내 남자의 로맨스’지만 ‘현주의 남자’ 소훈의 로맨스는 영화에서 가장 덜 중요한 요소다. 영화는 사실 소훈의 감정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별달리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지금까지 브라운관과 영화 스크린 뒤에서 안전한 이미지로만 존재했던 연예인이 갑작스럽게 현실세계로 들어와 주인공의 안전한 세계를 파괴해가는 과정이다. 물론 해피 엔딩이 보장되는 로맨틱 코미디니, 결과는 보기만큼 나쁘지만은 않다. 이 영화의 파괴 과정은 주인공에게 자기 삶을 돌이켜보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 남자의 로맨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교하게 쌓아놓은 주제와 설정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화려한 연예계와 초라한 현실의 충돌을 그리면서도 영화는 두 세계의 충돌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있다. 연예계를 대표하는 은다영은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연예정보 프로그램 리포터와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깔끔하기만 하다. 현실세계를 대표하는 현주는 과장되어 있긴 해도 그나마 이해가 되는 인물이지만, 현주 주변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지나칠 정도로 인심 좋은 친구네 집에 공짜로 얹혀 지내는 현주와 현주의 친구들은 사실적인 고민을 담은 세계보다는 ‘논스톱’과 같은 시트콤의 세트에 사는 것 같다. 지나치게 멀끔한 인테리어와 이상할 정도로 현실의 무게가 결여된 그들의 삶은 이런 설정이 요구하는 콘트라스트(대조)를 반 이상 지워버린다.
‘내 남자의 로맨스’는 적당히 달콤하고, 한두 번은 요란하게 웃기며, 가끔 현실의 무게에 대해 생각케 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이 정도만 해도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이 영화의 기능적인 요소들은 여전히 기본 설정과 김정은의 고정된 스타 이미지에 의지하고 있다. 설정이 품고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Tips | 박제현 감독
1968년생. ‘단적비연수’와 ‘울랄라 씨스터즈’를 연출한 박감독은 ‘내 남자의 로맨스’가 ‘노팅힐’과 ‘브리짓존스의 일기’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말한다. 김정은은 ‘무얼 해도 귀여운’ 르네 젤위거의 벤치마킹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