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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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VS 행정부처 ‘수사권 줄다리기’

부패방지위·정통부·국가인권위 등 자체 권한 확보 노력 … ‘전문성’ 강조하며 검찰 압박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4-05-27 1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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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VS  행정부처 ‘수사권 줄다리기’

    수사권 확보를 위해 검찰을 압박하고 있는 경찰(경찰청)

    학자적 양심을 걸고 얘기하는데, 대한민국 검찰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과도한 권한을 누려왔다.”(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수사권이 검찰이 아닌 행정부처로 분산되는 일은 절대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대검찰청 중견간부 K씨)

    검찰이 최근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자 이제는 일부 행정부처들이 검찰의 수사권 독점 그늘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수사권을 확보하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물밑 다툼은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수성’을 하고 있다면 이들 부처들이 ‘공격’에 나서고 있는 판세다.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 곳은 부패방지위원회(이하 부방위). 지난 3월 검찰의 대표적 특수수사통인 김성호 검사장(사시 16회)을 사무처장으로 영입한 부방위는 이미 여권 핵심부로부터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과 감사원 등에 대한 감시ㆍ감찰 기능을 부여받는다는 확약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이후 법적인 수사권한(피의자 소환이나 계좌추적권 등)이 없어 활동에 제약을 받아왔다고 주장해온 부방위가 공직자 부패에 대한 일정 정도의 ‘조사권’을 확보할 경우 검찰에 의해 독점된 사정 권력의 판도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정치권이 애써 ‘국정원과 감사원 감시용’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여권의 노림수는 권력의 통제를 벗어난 검찰권 견제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할 정치권이 검찰의 반발을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국정원도 “산업스파이 분야는 우리가”

    수사권과 무관해 보였던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 역시 새로운 논란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해킹과 바이러스 유포 등 사이버 범죄가 폭증하자 전문성을 갖춘 정통부가 ‘사이버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특이한 점은 정통부의 주장이 수사권 확산을 반대해온 검찰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이뤄졌다는 사실. 이는 사이버 범죄 분야에서 검찰과 국정원을 제치고 독보적인 역량을 쌓아온 경찰을 견제하기 위한 검찰의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게 검찰 안팎의 해석이다. 그러나 정통부의 주장은 전문성 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반발과 함께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반발 때문에 당장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방위나 정통부뿐만이 아니다. 한정된 조사권 문제로 논란을 빚어온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역시 권한 확대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정치권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금융감독위원회(계좌추적권)와 환경부(환경오염) 보건복지부(공중위생) 식품의약품안전청(의약품 및 부정식품) 등의 부처 역시 지방자치단체와의 권한 조정을 비롯해 검찰권과의 새로운 관계 모색을 위한 고민에 빠져 있다.

    검찰  VS  행정부처 ‘수사권 줄다리기’

    국가정보원

    국정원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몸을 낮춰온 국정원이 최근 산업스파이와 대테러 작전 분야에서 수사권 확보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기업이나 해당 기관의 협조를 받을 수 없어 이로 인한 애로가 너무 크다”며 “산업스파이 분야는 국정원이 쌓은 독보적인 분야로 수사권 확보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수사권이란 말 그대로 공소(公訴)를 제기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범인과 증거를 찾고 수집하는 국가의 사법 활동이다. 그러나 수사권은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각종 법률에서 권한과 한계를 명확히 규정해놓고 있다.

    검찰  VS  행정부처 ‘수사권 줄다리기’

    국가인권위원회

    대륙법 계통의 형사소송법을 지닌 대한민국은 검찰 중심이다. 검찰이 기소독점권은 물론 수사권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때문.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불과 1000여명의 검사가 10만명이 넘는 경찰조직을 수족 부리듯이 ‘지휘’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마약과 외사 분야, 여기에 사이버 범죄까지 직접 수사를 지휘할 정도로 대한민국 검찰의 파워는 막강하다.

    그러나 이런 추세는 언제까지 계속되기 힘들다는 게 법조인들의 견해다. 우선 최근 들어 수사의 ‘전문성’이 부쩍 강조되면서 50년을 지속해온 검찰 중심의 수사권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 이종화 경찰대 교수는 “사회의 전문화 다원화 추세에 맞춰 검·경 간 관계도 변화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전망한다. 이런 사회 변화에 맞춰 경찰이 일반사법경찰과 전문성을 지닌 특별사법경찰로 분화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경찰, 특히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검찰의 태도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검·경 수사권 싸움은 매번 검찰 우세승

    검·경은 사실 오래 전부터 수사권을 둘러싸고 물밑 전쟁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때마다 검찰이 경찰에 우세승을 거둬왔다. 경찰대 출신의 한 경감은 “최근 들어 검찰은 경찰이 이미 독보적인 역량을 축적한 사이버 분야는 정통부를 통해 견제하고, 부방위에 의해 고위 공직자 수사 독점이 흔들리자 이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VS  행정부처 ‘수사권 줄다리기’

    부패방지위원회

    법무부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법무부의 이런 계획은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갈수록 커지면서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인권 침해 시비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말하자면 ‘검찰의 경찰화’ 경향에 대한 비판을 일정 부분 수용, ‘경찰 수사 지휘’라는 검찰의 고유 권한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결국 수사권 논란은 각 기관이 가진 전문성이 존중되는 선에서 마무리되겠지만 더 중요한 점은 결국 어떤 공권력이 국민들한테서 더욱 높은 신뢰성을 획득하느냐의 문제로 모아진다. 최근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국정원의 자기 혁신 노력은 바로 이러한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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