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에 비유되는 연예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 간의 갈등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스타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기획사의 힘에 가려 연예인이 기(氣)를 펴지 못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들어 연예 매니지먼트사가 크게 늘어나고 기업화·전문화하면서 몇몇 스타급 연예인의 몸값이 치솟았다. 이로 인해 연예인들의 ‘입김’이 커졌고, 양자의 관계도 점점 대등한 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가수 한경일, 탤런트 사강, 영화배우 배용준 등의 최근 사례는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의 역학관계와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한경일(24)은 3월21일 케이블방송 KMTV ‘쇼 뮤직뱅크’ 녹화를 펑크 내고 잠적했다. 6일 만에 돌아온 그는 곧바로 경기 성남시 분당 차병원에 입원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소속사(톰엔터테인먼트)가 생명이 걸린 문제를 돈으로만 생각하는 데 너무 화가 나 우발적으로 연락을 끊고 숨어 지냈다”라고 밝혔다. 그는 “2집 앨범 활동 중 갑상선 기능항진증과 비대증, 성대결절 등 몸에 이상이 왔지만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치료는커녕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최근 3집 앨범 활동을 시작하면서 상태가 악화돼 쉬겠다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소속사에서 3개월만 참으라고 해 갈등을 빚었다. 소속사의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무조건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심정이었다”라고 덧붙였다. 3월16일 모바일 누드 서비스를 시작한 탤런트 사강(24)은 이틀 뒤 “가수 김범수의 성인용 뮤직비디오에 필요한 상반신 누드를 찍었을 뿐인데 소속사(대륭엔터인먼트)와 누드 서비스업체가 사진을 합성 혹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해 노출 수위를 높였다. 이는 명백히 불법이고 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서울중앙지법에 누드 사진 사용금지가처분신청과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사강의 소속사와 누드 서비스업체 측은 “계약서를 통해 누드 동영상 촬영에 합의하고 도장을 찍어놓고 이제 와서 왜 문제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런가 하면 톱스타 배용준(32)은 3월28일 “소속사(한신코퍼레이션)의 경영 부실과 사장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배우 활동에만 전념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양측 합의로 전속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한신코퍼레이션 측과 계약금 5억원에 2년간 활동하기로 계약한 배용준은 남은 계약 기간(1년 6개월)에 대한 해지 합의금을 지급한 뒤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다. 세 사례를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한경일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가요계는 아직도 매니지먼트사에 연예인이 종속되어 있는 편이다. 조용필, 서태지, 김건모, 신승훈 등 몇몇 스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가수는 기획사의 손에 끌려다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하면 TV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탤런트는 점차 매니지먼트사와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양측 간에 법적 소송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이 같은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다. 끝으로 스크린, CF 그리고 한류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배용준, 원빈, 김남주 등은 매니지먼트사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매니지먼트사에 각종 요구를 할 수 있는 데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속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파워’를 가졌다. 연예 매니지먼트업의 발전과 함께 ‘스타=자금 펀딩’이 공식화하고, 수요(연예기획사)가 공급(스타급 연예인)을 과잉 초과하면서 스타들의 위상은 바라보기도 어려울 만큼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