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부딪혔을지라도 코에 이상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면서 등산이나 조깅, 인라인스케이트 등 야외운동을 하다 코에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 지난 겨울 스키, 스노보드 등을 즐겼던 사람들 중 시간이 지나면서 코 모양에 변화가 생기거나 원인 모를 코 막힘 현상을 겪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 대부분은 스키장에서 크고 작은 코 부상을 당하고도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거나, 부상 당시 적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코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코피가 멈추고 부기만 가라앉으면 괜찮다는 안이함이 결국 코의 변형과 코 질환을 불러온 셈.
코뼈 재건수술 20~30대가 약 70%
직장인 현모씨(31)가 바로 그런 경우다. 현씨는 최근 오랜만에 만난 동창한테서 예전과 달리 코가 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코로 숨쉬기가 힘들어 불편해하던 터였다. 그래서 성형외과를 찾은 현모씨에게 의사는 어디에 코를 부딪힌 적이 없었냐고 물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현씨는 2년 전 겨울, 스키장에서 다른 사람과 세게 부딪쳤던 일을 기억해냈다. 당시 코피도 금방 멈추고, 심하게 부풀러 올랐던 부기도 며칠 지나자 가라앉아 현씨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았다.
그 후 2년 동안 현씨의 콧속은 심하게 뒤틀렸고, 그 결과 코 모양도 변하고 만성 코막힘 증상까지 생긴 것이다.
코는 우리 얼굴의 기관 중 밖으로 튀어나와 있어 어디에 부딪혔을 때 가장 상처를 많이 입으며, 얇은 뼈로 구성되어 있어 손상받기도 쉬운 부위다. 실제로 코 전문 성형외과 전문의 김형준 박사(김형준 성형외과 원장)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코 성형수술을 받은 남자 환자 10명 중 7명이 크고 작은 코 부상 때문에 수술을 받는다고 한다. 김박사가 자신의 성형외과 클리닉에서 최근 3년간 치료받은 남성 코 성형 환자 13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충격으로 인해 변형된 코뼈를 바로잡기 위한 재건수술이 89명(68%)으로 가장 많았으며, 단순 미용 차원의 수술이 39명(30%), 기타 코 재수술이 2명(2%)인 것으로 조사됐다. 코 부상으로 인한 재건수술 환자 89명 중에는 충격을 받은 후 콧등이 튀어나온 경우 66명(74%), 코뼈가 휘어진 경우 18명(20%), 비강 내 구조가 심하게 바뀐 경우가 5명(6%)으로 나타났다. 또 수술을 받는 연령으로는 20~30대가 63명(71%)으로 가장 많았다.
이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코 부상은 남성, 그중에서도 젊은층에서 많이 일어나는 편이다.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활동량이 많은 데다 싸움이나 군 생활 중, 또는 음주 후 코 부상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연령대보다 스포츠와 레저활동이 활발한 10대와 20대는 코 부상에 가장 쉽게, 그리고 많이 노출되어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는 축구, 농구 같은 경기 중에 공이나 사람과 부딪치거나, 차 급정거시 코 부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김형준 박사는 “남자 성형수술 환자는 전체 성형 환자의 약 15%를 차지하고, 남자 성형수술 중에는 변형된 코를 바로잡는 코 재건 수술이 가장 많다”며 “코 재건 수술을 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코 부상을 당하고도 잊고 지내다가 코 모양이 바뀌거나 코 막힘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면 그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때문에 코 부상을 당했을 때는 초동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가벼운 부딪침으로 인한 부기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얼음찜질이 가장 효과적. 하지만 코뼈 모양을 바로잡는다며 손으로 콧등이나 코 끝을 누르는 등 자꾸 만지는 것은 코에 심각한 변형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절대 삼가야 한다. 코를 세게 부딪쳤을 경우엔 먼저 X-Ray 등을 찍어 뼈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는지 검사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하게 주저앉거나 한쪽으로 치우치고 금이 갔을 때는 2주 이내에 바로잡는 수술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부상 후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수술을 받게 되면 변형이 심해져 수술이 복잡해지고 비용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 하지만 18세 미만의 경우에는 뼈를 바로잡아주는 기본수술을 먼저 받고, 18세 이후에 완전한 미용교정 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 재건수술 전과 후(오른쪽)의 모습.
코 모양이 변화하는 과정을 방치하면 미용의 문제뿐만 아니라 코의 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특히 콧구멍을 둘로 가르는 비중격연골이 휘어지면 휘어진 쪽 콧구멍이 좁아져 코로 숨쉬기가 불편해지고, 이로 인한 산소 유입량 감소는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등을 초래한다. 학업과 업무 능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또 콧속 손상과 구조의 변화는 만성비염과 축농증에 걸릴 가능성도 매우 높이는 요인이다.
코 재건 성형에는 코 모양에 따라 각각 다른 방법이 이용된다. 코가 매부리코처럼 중간이 튀어나온 경우에는 딱딱한 뼈와 물렁뼈 사이에 기형적으로 자란 뼈를 깎고 좌우를 똑같이 해 가운데로 모아준다. 아래로 향한 코끝은 코끝 연골을 서로 묶은 뒤 오똑하게 세워주고, 코가 휜 경우에는 코뼈와 물렁뼈를 잘라서 가운데로 똑바로 모은다. 비중격연골까지 휘었을 때는 휜 비중격연골을 바로잡거나 제거해주어야 코 막힘 등 기능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코 수술의 모든 과정은 무통마취로 이루어지므로 통증이나 마취의 위험성이 적고, 콧구멍 안쪽에서 절개하므로 흉터 걱정도 없다. 5일 후면 세수 및 메이크업이 가능하고, 2주일이 지나면 부기도 거의 가라앉는다. 일반적인 코 성형에 비해 코 부상으로 인한 수술은 뼈를 깎고 맞추고 거기에 비중격연골까지 바로잡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코 재건수술 경험이 풍부한 의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