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 뉴욕 양키스의 반격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시카고 컵스는 과연 9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86년 동안 한 번도 우승해보지 못한 보스턴 레드삭스는 어떨까. 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신었다면, 올해는 과연 어느 팀이 그 뒤를 이을까.
2004년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박찬호(31·텍사스)로 인해 국내 팬들에게 성큼 다가선 메이저리그는 이제 김병현(24·보스턴) 최희섭(24·플로리다) 서재응(27·뉴욕 메츠) 등이 활약하면서 국내 인기 스포츠 못지않은 관심과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2003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플레이오프 명승부로 전 세계 야구 팬들을 사로잡은 메이저리그는 올해 과연 어떤 볼거리를 제공할까. 올 시즌 메이저리그를 전망해본다.
공룡을 잡아라
뉴욕 양키스는 올 시즌 더욱 강해졌다. 마운드의 ‘텍사스 듀오’ 로저 클레멘스와 앤디 페티트가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했지만, LA 다저스의 에이스 케빈 브라운과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에이스 하비에르 바스케스를 영입해 기존의 마이크 무시나, 호세 콘트라레스, 존 리버와 함께 막강한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게다가 2루수 알폰소 소리아노를 텍사스에 주고 ‘2억5200만 달러의 사나이’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받아들였고 자유계약선수 개리 셰필드마저 사들여 그야말로 빈틈없는 타선을 짰다.
선발 투수 5명의 평균 연봉을 합치면 5000만 달러가 넘는다. 이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플로리다 말린스의 총 연봉 4900여만 달러를 뛰어넘는 액수다. 양키스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가 세운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인 116승도 넘볼 만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양키스 구단주 조지 스타인 브레너가 이처럼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이유는 정규시즌에서 거둘 116승 때문이 아니다. 바로 포스트시즌에서 거둘 11승, 즉 디비전 시리즈 3승, 리그 챔피언십 4승, 월드시리즈 4승 때문이다. 단기전을 예상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양키스는 선발 투수 5명이 모두 오른손 투수로 왼손 타선이 강한 상대를 만나면 어이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저주‘를 풀어라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제패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팀은 역시 디비전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가 꼽힌다. 비록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영입을 추진하다 실패, 양키스한테 일격을 당했지만 결코 전력이 만만치 않다.
특히 페드로 마르티네스-커트 실링-데릭 로우-팀 웨이크필드로 이어지는 선발 마운드는 오히려 양키스를 압도하는 느낌이다. 거기에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받은 마무리에 키스 폴크를 데려와 그야말로 허점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5선발로 예정된 김병현의 갑작스런 부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브론슨 아로요로 공백을 메울 수 있지만 아로요가 선발로 들어오며 생긴 중간계투 공백을 다시 메워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아메리칸리그 최후의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보스턴 레드삭스가 양키스에 뚫린다면 내셔널리그에선 시카고 컵스가 양키스 타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 6차전에서 다 잡은 승리를 놓치며 7차전에서 허무하게 울어버린 컵스는 올해 전열을 다시 가다듬었다. 우선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그레그 매덕스를 사들여 케리 우드-매덕스-마크 프라이어로 이어지는 막강 마운드를 구축했고 주전 1루수로 지난해 플로리다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 데릭 리를 들여놓았다.
1986년 컵스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데뷔, 93년 애틀랜타로 이적한 후 11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매덕스는 혈기방장한 ‘쌍두마차’ 우드(27)와 프라이어(24)의 동료이자 스승으로서 지난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새미 소사-모이세스 알루-데릭 리로 이어지는 타선은 지난해보다 더욱 안정됐다는 평이다. 보스턴은 1918년 이후, 컵스는 190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카고 컵스와 보스턴에도 역시 만만치 않은 디비전 라이벌들이 있고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우선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나름대로 정상을 꿈꾸는 후보들이다.
휴스턴은 뉴욕 양키스의 ‘텍사스 듀오’ 로저 클레멘스와 앤디 페티트를 영입해 심혈을 기울여 키운 젊은 에이스 로이 오스왈트와 트로이카 체제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4선발로 나설 웨이드 밀러 역시 다른 팀이라면 1, 2선발을 다툴 재목이다.
단점이라면 마무리 빌리 와그너를 필라델피아에 내주고 마무리 경험이 없는 ‘셋업 전문’ 옥타비오 도텔에게 마무리 중책을 맡겼다는 점이다. 뉴욕 메츠 마이너리그 시절 서재응과 함께 팀내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였던 도텔은 팔꿈치 부상을 당한 서재응 대신 2000년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돼 내셔널리그 정상급 셋업맨으로 활약해왔다.
휴스턴의 또 다른 단점은 이미 노쇠기에 접어든 ‘킬러B’(비지오-벡웰-버크만)의 대안이 없다는 점. 올해 39세의 크레이그 비지오가 여전히 선두타자로 나서야 할 형편이고 제프 벡웰도 지난해 39홈런에 100타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이제 나이 36세로 서서히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있다.
애틀랜타의 내셔널리그 동부조 장기 집권에 주눅이 든 필라델피아도 이제는 어깨를 펼 만하다. 짐 토미가 이끄는 타선에 케빈 밀우드-랜디 울프-비센테 파디야로 이어지는 수준급 선발진을 갖췄다. 게다가 휴스턴에서 영입한 마무리 투수 빌리 와그너는 천군만마와도 같은 존재다. 미네소타에서 영입한 에릭 밀턴이 얼마나 해줄지가 관건.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영건 3인방’의 존재만으로 영원한 ‘신데렐라’가 될 수 있다. ‘죽음의 디비전’으로 꼽히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도 모두 그들 덕분이다. ‘신데렐라’가 12시의 종소리를 극복하지 못한 것처럼 오클랜드는 결정적인 순간 발목을 잡혀 월드시리즈에는 단 한차례도 오르지 못했지만, 아무리 양키스라 해도 단기전에서 오클랜드를 만난다면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선발 투수 바톨로 콜론과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 가운데 최대어로 꼽힌 블라디미르 게레로를 차지한 애너하임 에인절스도 ‘웨스트 코스트’의 뉴 리더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밖에 랜디 존슨이 부상에서 회복하고 브랜든 웹이라는 신예를 발굴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거포 리치 섹슨을 영입해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또 91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내셔널리그 동부조 패권을 차지한 애틀랜타와 최근 내셔널리그 서부조의 간판 노릇을 해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여전히 강팀이기는 하지만 이미 기울기 시작한 태양이다.
주목! 한국인 메이저리거
박찬호에 대한 현지 언론의 올 시즌 기대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2승만 해준다면’이다. 텍사스 레인저스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텍사스가 워낙 강한 아메리칸리그 서부조에 속해 있는 데다 팀 전력은 지난해보다 약해져 박찬호가 12승만 해준다면 충분히 제 몫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오클랜드 시애틀 애너하임과 같은 조에 속한 텍사스가 70승 이상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포스트 시즌 진출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다. 이는 내셔널리그 동부조 소속의 서재응도 마찬가지. 서재응으로서는 팀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이 없는 대신 4선발의 실속을 챙기며 10승 이상에 도전하는 것이 첫째 목표다.
또 최희섭이나 봉중근(24ㆍ신시내티)은 일단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는 게 급선무다. 최희섭은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플로리다의 주전 1루수로 꼽히고 있으나 상황이 언제 변할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처럼 팀이 포스트 시즌 진출을 다투는 상황에서 슬럼프에 빠진다면 구단은 장래보다 당장 전력에 보탬이 될 선수를 기용할 수밖에 없다. 플로리다가 윌 코르데로를 영입해 가능성을 엿보는 것도 그 같은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도 선발 확보가 힘들어 보였던 봉중근은 신시내티로 이적함으로써 선발 진입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신시내티의 선발 투수진이 약하기 때문. 에이스인 코리 라이틀과 폴 윌슨이 시원치 않은 데다 4.5 선발 후보인 호세 아세베도와 애런 하랄 역시 빅리그에서 선발 투수를 해본 경험이 없다.
그밖에 시즌 개막을 부상자 명단에서 시작하는 김병현은 부상 치료를 확실히 하는 게 우선이고, 몬트리올의 김선우(27)는 송승준(24)이라는 경쟁 상대는 제쳤으나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 시애틀에서 유망주로 꼽히고 있는 외야수 추신수(22)와 투수 백차승(24)은 빨라야 올 시즌 중반 이후에나 출전 기회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박찬호(31·텍사스)로 인해 국내 팬들에게 성큼 다가선 메이저리그는 이제 김병현(24·보스턴) 최희섭(24·플로리다) 서재응(27·뉴욕 메츠) 등이 활약하면서 국내 인기 스포츠 못지않은 관심과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2003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플레이오프 명승부로 전 세계 야구 팬들을 사로잡은 메이저리그는 올해 과연 어떤 볼거리를 제공할까. 올 시즌 메이저리그를 전망해본다.
공룡을 잡아라
뉴욕 양키스는 올 시즌 더욱 강해졌다. 마운드의 ‘텍사스 듀오’ 로저 클레멘스와 앤디 페티트가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했지만, LA 다저스의 에이스 케빈 브라운과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에이스 하비에르 바스케스를 영입해 기존의 마이크 무시나, 호세 콘트라레스, 존 리버와 함께 막강한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게다가 2루수 알폰소 소리아노를 텍사스에 주고 ‘2억5200만 달러의 사나이’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받아들였고 자유계약선수 개리 셰필드마저 사들여 그야말로 빈틈없는 타선을 짰다.
선발 투수 5명의 평균 연봉을 합치면 5000만 달러가 넘는다. 이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플로리다 말린스의 총 연봉 4900여만 달러를 뛰어넘는 액수다. 양키스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가 세운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인 116승도 넘볼 만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양키스 구단주 조지 스타인 브레너가 이처럼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이유는 정규시즌에서 거둘 116승 때문이 아니다. 바로 포스트시즌에서 거둘 11승, 즉 디비전 시리즈 3승, 리그 챔피언십 4승, 월드시리즈 4승 때문이다. 단기전을 예상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양키스는 선발 투수 5명이 모두 오른손 투수로 왼손 타선이 강한 상대를 만나면 어이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저주‘를 풀어라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제패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팀은 역시 디비전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가 꼽힌다. 비록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영입을 추진하다 실패, 양키스한테 일격을 당했지만 결코 전력이 만만치 않다.
특히 페드로 마르티네스-커트 실링-데릭 로우-팀 웨이크필드로 이어지는 선발 마운드는 오히려 양키스를 압도하는 느낌이다. 거기에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받은 마무리에 키스 폴크를 데려와 그야말로 허점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5선발로 예정된 김병현의 갑작스런 부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브론슨 아로요로 공백을 메울 수 있지만 아로요가 선발로 들어오며 생긴 중간계투 공백을 다시 메워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아메리칸리그 최후의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보스턴 레드삭스가 양키스에 뚫린다면 내셔널리그에선 시카고 컵스가 양키스 타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 6차전에서 다 잡은 승리를 놓치며 7차전에서 허무하게 울어버린 컵스는 올해 전열을 다시 가다듬었다. 우선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그레그 매덕스를 사들여 케리 우드-매덕스-마크 프라이어로 이어지는 막강 마운드를 구축했고 주전 1루수로 지난해 플로리다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 데릭 리를 들여놓았다.
1986년 컵스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데뷔, 93년 애틀랜타로 이적한 후 11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매덕스는 혈기방장한 ‘쌍두마차’ 우드(27)와 프라이어(24)의 동료이자 스승으로서 지난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새미 소사-모이세스 알루-데릭 리로 이어지는 타선은 지난해보다 더욱 안정됐다는 평이다. 보스턴은 1918년 이후, 컵스는 190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카고 컵스와 보스턴에도 역시 만만치 않은 디비전 라이벌들이 있고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우선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나름대로 정상을 꿈꾸는 후보들이다.
휴스턴은 뉴욕 양키스의 ‘텍사스 듀오’ 로저 클레멘스와 앤디 페티트를 영입해 심혈을 기울여 키운 젊은 에이스 로이 오스왈트와 트로이카 체제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4선발로 나설 웨이드 밀러 역시 다른 팀이라면 1, 2선발을 다툴 재목이다.
단점이라면 마무리 빌리 와그너를 필라델피아에 내주고 마무리 경험이 없는 ‘셋업 전문’ 옥타비오 도텔에게 마무리 중책을 맡겼다는 점이다. 뉴욕 메츠 마이너리그 시절 서재응과 함께 팀내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였던 도텔은 팔꿈치 부상을 당한 서재응 대신 2000년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돼 내셔널리그 정상급 셋업맨으로 활약해왔다.
휴스턴의 또 다른 단점은 이미 노쇠기에 접어든 ‘킬러B’(비지오-벡웰-버크만)의 대안이 없다는 점. 올해 39세의 크레이그 비지오가 여전히 선두타자로 나서야 할 형편이고 제프 벡웰도 지난해 39홈런에 100타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이제 나이 36세로 서서히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있다.
애틀랜타의 내셔널리그 동부조 장기 집권에 주눅이 든 필라델피아도 이제는 어깨를 펼 만하다. 짐 토미가 이끄는 타선에 케빈 밀우드-랜디 울프-비센테 파디야로 이어지는 수준급 선발진을 갖췄다. 게다가 휴스턴에서 영입한 마무리 투수 빌리 와그너는 천군만마와도 같은 존재다. 미네소타에서 영입한 에릭 밀턴이 얼마나 해줄지가 관건.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영건 3인방’의 존재만으로 영원한 ‘신데렐라’가 될 수 있다. ‘죽음의 디비전’으로 꼽히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도 모두 그들 덕분이다. ‘신데렐라’가 12시의 종소리를 극복하지 못한 것처럼 오클랜드는 결정적인 순간 발목을 잡혀 월드시리즈에는 단 한차례도 오르지 못했지만, 아무리 양키스라 해도 단기전에서 오클랜드를 만난다면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선발 투수 바톨로 콜론과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 가운데 최대어로 꼽힌 블라디미르 게레로를 차지한 애너하임 에인절스도 ‘웨스트 코스트’의 뉴 리더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밖에 랜디 존슨이 부상에서 회복하고 브랜든 웹이라는 신예를 발굴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거포 리치 섹슨을 영입해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또 91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내셔널리그 동부조 패권을 차지한 애틀랜타와 최근 내셔널리그 서부조의 간판 노릇을 해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여전히 강팀이기는 하지만 이미 기울기 시작한 태양이다.
주목! 한국인 메이저리거
박찬호에 대한 현지 언론의 올 시즌 기대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2승만 해준다면’이다. 텍사스 레인저스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텍사스가 워낙 강한 아메리칸리그 서부조에 속해 있는 데다 팀 전력은 지난해보다 약해져 박찬호가 12승만 해준다면 충분히 제 몫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오클랜드 시애틀 애너하임과 같은 조에 속한 텍사스가 70승 이상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포스트 시즌 진출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다. 이는 내셔널리그 동부조 소속의 서재응도 마찬가지. 서재응으로서는 팀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이 없는 대신 4선발의 실속을 챙기며 10승 이상에 도전하는 것이 첫째 목표다.
또 최희섭이나 봉중근(24ㆍ신시내티)은 일단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는 게 급선무다. 최희섭은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플로리다의 주전 1루수로 꼽히고 있으나 상황이 언제 변할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처럼 팀이 포스트 시즌 진출을 다투는 상황에서 슬럼프에 빠진다면 구단은 장래보다 당장 전력에 보탬이 될 선수를 기용할 수밖에 없다. 플로리다가 윌 코르데로를 영입해 가능성을 엿보는 것도 그 같은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도 선발 확보가 힘들어 보였던 봉중근은 신시내티로 이적함으로써 선발 진입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신시내티의 선발 투수진이 약하기 때문. 에이스인 코리 라이틀과 폴 윌슨이 시원치 않은 데다 4.5 선발 후보인 호세 아세베도와 애런 하랄 역시 빅리그에서 선발 투수를 해본 경험이 없다.
그밖에 시즌 개막을 부상자 명단에서 시작하는 김병현은 부상 치료를 확실히 하는 게 우선이고, 몬트리올의 김선우(27)는 송승준(24)이라는 경쟁 상대는 제쳤으나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 시애틀에서 유망주로 꼽히고 있는 외야수 추신수(22)와 투수 백차승(24)은 빨라야 올 시즌 중반 이후에나 출전 기회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