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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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꿈틀’ 봄 숲으로 가고 싶네

  • 입력2004-03-19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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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 ‘꿈틀’ 봄 숲으로 가고 싶네
    봄 숲이 깨어나고 있다. 숲 탐방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도 많아지는 계절이다. 그러나 우리는 숲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봄 숲에서 야생화는 왜 꽃부터 피우는지, 숲의 흙은 왜 검고 축축한지, 숲에서는 왜 생물들의 시체를 보기 어려운지, 한 해 동안 숲은 얼마나 자라는지….

    숲 탐방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차윤정 경원대 겸임교수(38·조경학과·사진)가 최근 펴낸 ‘숲의 생활사’(웅진닷컴 펴냄)는 이런 의문들에 속시원하게 답해주고 있다. 봄 야생화가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이유는 키 큰 풀이 자라기 전 씨앗을 뿌려야 자손이 번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숲의 흙이 검고 축축한 이유는 생물들의 시체가 썩은 데다가 퇴비가 물기를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신갈나무 투쟁기’ ‘차윤정의 우리 숲 산책’ 같은 책들로 이미 우리를 신령스러운 숲의 세계로 안내했던 차씨가 이 책을 통해 계절에 따른 숲의 변화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생명의 탄생, 소멸, 부활의 과정을 역동적이며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숲의 사계는 계절마다 기후만큼이나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숲의 한해살이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은 여름에 벌어진다. 생존을 위한 전쟁터 같다. 폭풍우에 쓰러진 나무에 때를 놓치지 않고 번식하는 작은 생물들, 곤충의 몸에 균사를 뿌려 결국 숙주의 몸을 뚫고 자라는 동충하초에 이르기까지 숲의 여름은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투쟁의 장이다. 가을엔 식물들이 가진 것을 털어내고, 동물들은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그럼에도 그 안엔 여유가 있다. 다른 생명들에게 생활의 장을 제공하고, 다음해 봄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숲으로 들어갈 때는 반드시 헛기침을 하고 ‘숲의 정령들이여, 제가 들어갑니다. 받아주세요’라고 말합니다. 제가 들어감으로써 정령들의 생활이 깨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숲에서 채집하고 태우고 분석하는 경우가 많아 도와달라고 말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저자의 시원스러운 글은 180여컷의 숲 생태 사진으로 인해 더욱 두드러진다. ‘뿌리는 이른 봄에 가장 먼저 깨어나고 가을날 가장 늦게 정지한다. 지상의 눈들이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했을 때도 가장 섬세하고 부드러운 뿌리털이 차가운 땅을 헤집고 시린 물을 빨아들여 지상으로 옮겨준다.’

    새잎보다 먼저 활동을 시작하는 뿌리를 발견하는 눈이 있다면 이른 봄 숲 탐방은 충분히 새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이렇듯 숲은 미국의 자연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말했듯 “생명의 가장 소중한 진리를 전하는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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