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대상으로 한 성생활 교육 만화책 ‘러브 다이어리’가 홈페이지 오픈 두 달 만에 서비스 조회 수 600만 건을 돌파해 화제다. 1월 말 홈페이지(www.ilovediary.co.kr)와 만화 포털 사이트를 통해 작품 소개와 만화책 판매에 들어간 ‘러브 다이어리’는 짧은 시간에 기록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서점 판매가 아닌 온라인 유통망으로 단행본 1000세트(각 10권)를 판매했다.
‘러브 다이어리’가 이처럼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만화로서는 ‘최초의 부부 성생활 지침서’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제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23권까지 발행돼 이미 1700만부가 팔려나갔고,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의 만화잡지에도 연재 중이다.
만화의 주인공은 25살 동갑내기 신혼부부 유라와 마코토. 둘 다 내성적인 성격에 모범생인지라 맞선 보고 결혼을 하는데, 문제는 두 사람 모두 ‘천연기념물’인 100% 처녀 총각이라는 것. 결국 두 사람은 신혼 첫날밤을 그냥 보내고, A부터 Z까지 섹스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우기 시작한다.
섹스에 눈떠 가는 신혼부부 그려
그들을 가르치는 사람은 마코토의 형 아키라와 형수 사나에, 마코토의 여동생 준과 유라의 여동생 리카, 마코토의 회사 동료들, 그리고 신혼부부가 사는 아파트 이웃 등이다. 섹스의 ‘달인’이라 자부하며 신혼부부에게 나름의 비법을 전수하는 이들이 제공하는 성지식이란 상당 부분 오해와 편견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동생과 달리 마코토의 형은 섹스의 이론과 실천에서 ‘고수’임을 자부하며 끊임없이 동생 부부의 침실에 끼어든다. 그러나 남성의 능력을 섹스와 동일시하고 남편이 원하면 언제든 아내와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초’맨의 전형이기도 하다. 언니와 달리 30명의 남자와 사귀어본 화려한 경력의 여동생 리카도 형부의 사이즈와 발기 시간에 관심을 가질 만큼 적극적이다.
반면 마코토의 여동생 준은 이제 막 성에 관심을 갖는 시기에 접어들어 모처럼 시댁을 방문한 마코토 부부의 모습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기 시작하고, 유부남 킬러로 ‘가정파괴’ 전과가 있는 마코토의 회사 동료 마키에는 호시탐탐 마코토를 유혹할 기회를 노린다.
원래 섹스에 대해 부끄러움과 저항감을 가진 유라와 자신감 부족과 조루로 고민하고 있는 마코토가 ‘완전한 섹스’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은 마치 ‘초밥왕’의 쇼타가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해보면서 완벽한 초밥을 찾아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러브 다이어리’의 장점은 만화판 ‘킨제이 보고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자료와 설문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프렌치 키스를 하는 방식이 해부학적으로 그려져 있고, 성교 횟수 및 지속시간 등에 관한 통계 등의 자료가 풍부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선 금기시된 상상에 빠진 등장인물의 모습을 통해 묘한 동질감과 카타르시스를 얻기도 한다.
사실 일본 만화에서 성은 어린이 만화와 학원물에서도 빠지지 않는 보편적 소재지만 섹스 그 자체를 소재로 한 성인 만화들도 꽤 많다. 특히 섹스와 일본 만화 특유의 비관적 세계관을 섞어놓은 작품들이 적지 않다. 자동차충돌시험에 쓰이는 인형 ‘더미’ 제작자가 섹스 기계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끔찍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스타일의 만화 ‘실험인형 오스카’나 매춘 여성을 통해 야쿠자와 기업 비리를 폭로하는 ‘도쿄 카르멘’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보다 좀 가벼운 섹스 이야기로는 일본판 선데이서울이라 할 수 있는 잡지사 ‘포테토’ 기자 료헤이가 여성들의 누드 사진을 찍기 위해 벌이는 해프닝을 그린 ‘정크 보이’가 있다. 신입사원에게 발기 여부로 모델 사진을 고르게 하는 음담패설류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밤낮이 다른 일본의 성 풍속도도 간접 경험해볼 수 있는 만화.
‘10, 20 그리고 30’은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연상시킨다. 10대 소녀 강애와 딸을 키우며 험한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30대의 엄마 여린, 그리고 결혼 대신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기는 20대 이모 아미 세 여자의 성과 사랑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일본 못지않게 다양하고 신비한 전통을 가진 중국의 성을 음식과 연결해 문화 체험서 형식으로 소개하는 만화로 ‘약선선녀 마담 밍’도 출판, 번역돼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에도 성을 소재로 한 만화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장편의 스토리를일관된 소재로 엮어나가는 힘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박수동과 배금택이라는 뛰어난 성애만화작가가 있지만 각각 ‘원시시대’와 ‘말과 여자’라는 배경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노골적이고 엽기적인 성적 상상력을 풀어낸 ‘누들누드’로 인기를 얻은 양영순의 최근작 ‘아색기가’는 ‘역시 양영순’이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은유라는 간접적 표현을 쓰면서도 억압된 성적 욕망을 폭발적으로 드러내는 데 성공해 평단과 대중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 “단지 섹스가 이혼의 동기인 경우는 2.1% 정도지만, 실제 상담을 해보면 성적 갈등이 이혼의 중요한 원인인 경우는 그 수십 배에 이른다”라고 말한다. 사회가 복잡하게 변화할수록 성의 의미도 점점 복잡해지고 무거워지는 것이다.
‘러브 다이어리’를 비롯하여 성을 소재로 한 만화에는 모두 19세 미만 구독불가란 빨간 딱지가 붙어 있다. 그것이 어른을 위한 ‘올바른’ 교육서든, 사회적 부조리를 비판하든 포르노그래피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러브 다이어리’ 역시 여기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성을 소재로 한 만화를 통해 세상을 보면 인간의 행동 동기는 섹스이고, 우주는 마치 개인의 오르가슴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성을 소재로 한 만화와 담론들은 오랫동안 억압돼 있던 만큼 개인의 욕망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매력을 갖고 있는 반면 ‘완전한 섹스(?)’에 대한 또 다른 콤플렉스로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고 억압하는 기제가 되기도 한다. 성을 소재로 한 만화에 함정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이 될 것이다.
‘러브 다이어리’가 이처럼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만화로서는 ‘최초의 부부 성생활 지침서’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제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23권까지 발행돼 이미 1700만부가 팔려나갔고,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의 만화잡지에도 연재 중이다.
만화의 주인공은 25살 동갑내기 신혼부부 유라와 마코토. 둘 다 내성적인 성격에 모범생인지라 맞선 보고 결혼을 하는데, 문제는 두 사람 모두 ‘천연기념물’인 100% 처녀 총각이라는 것. 결국 두 사람은 신혼 첫날밤을 그냥 보내고, A부터 Z까지 섹스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우기 시작한다.
섹스에 눈떠 가는 신혼부부 그려
그들을 가르치는 사람은 마코토의 형 아키라와 형수 사나에, 마코토의 여동생 준과 유라의 여동생 리카, 마코토의 회사 동료들, 그리고 신혼부부가 사는 아파트 이웃 등이다. 섹스의 ‘달인’이라 자부하며 신혼부부에게 나름의 비법을 전수하는 이들이 제공하는 성지식이란 상당 부분 오해와 편견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동생과 달리 마코토의 형은 섹스의 이론과 실천에서 ‘고수’임을 자부하며 끊임없이 동생 부부의 침실에 끼어든다. 그러나 남성의 능력을 섹스와 동일시하고 남편이 원하면 언제든 아내와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초’맨의 전형이기도 하다. 언니와 달리 30명의 남자와 사귀어본 화려한 경력의 여동생 리카도 형부의 사이즈와 발기 시간에 관심을 가질 만큼 적극적이다.
‘러브 다이어리’중 일부.
원래 섹스에 대해 부끄러움과 저항감을 가진 유라와 자신감 부족과 조루로 고민하고 있는 마코토가 ‘완전한 섹스’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은 마치 ‘초밥왕’의 쇼타가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해보면서 완벽한 초밥을 찾아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러브 다이어리’의 장점은 만화판 ‘킨제이 보고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자료와 설문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프렌치 키스를 하는 방식이 해부학적으로 그려져 있고, 성교 횟수 및 지속시간 등에 관한 통계 등의 자료가 풍부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선 금기시된 상상에 빠진 등장인물의 모습을 통해 묘한 동질감과 카타르시스를 얻기도 한다.
사실 일본 만화에서 성은 어린이 만화와 학원물에서도 빠지지 않는 보편적 소재지만 섹스 그 자체를 소재로 한 성인 만화들도 꽤 많다. 특히 섹스와 일본 만화 특유의 비관적 세계관을 섞어놓은 작품들이 적지 않다. 자동차충돌시험에 쓰이는 인형 ‘더미’ 제작자가 섹스 기계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끔찍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스타일의 만화 ‘실험인형 오스카’나 매춘 여성을 통해 야쿠자와 기업 비리를 폭로하는 ‘도쿄 카르멘’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보다 좀 가벼운 섹스 이야기로는 일본판 선데이서울이라 할 수 있는 잡지사 ‘포테토’ 기자 료헤이가 여성들의 누드 사진을 찍기 위해 벌이는 해프닝을 그린 ‘정크 보이’가 있다. 신입사원에게 발기 여부로 모델 사진을 고르게 하는 음담패설류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밤낮이 다른 일본의 성 풍속도도 간접 경험해볼 수 있는 만화.
‘누들누드’로 인기를 얻은 양영순의 후속작 ‘아색기가’. 인간관계를 성적 코드로 절묘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일본 못지않게 다양하고 신비한 전통을 가진 중국의 성을 음식과 연결해 문화 체험서 형식으로 소개하는 만화로 ‘약선선녀 마담 밍’도 출판, 번역돼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에도 성을 소재로 한 만화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장편의 스토리를일관된 소재로 엮어나가는 힘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박수동과 배금택이라는 뛰어난 성애만화작가가 있지만 각각 ‘원시시대’와 ‘말과 여자’라는 배경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노골적이고 엽기적인 성적 상상력을 풀어낸 ‘누들누드’로 인기를 얻은 양영순의 최근작 ‘아색기가’는 ‘역시 양영순’이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은유라는 간접적 표현을 쓰면서도 억압된 성적 욕망을 폭발적으로 드러내는 데 성공해 평단과 대중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 “단지 섹스가 이혼의 동기인 경우는 2.1% 정도지만, 실제 상담을 해보면 성적 갈등이 이혼의 중요한 원인인 경우는 그 수십 배에 이른다”라고 말한다. 사회가 복잡하게 변화할수록 성의 의미도 점점 복잡해지고 무거워지는 것이다.
‘러브 다이어리’를 비롯하여 성을 소재로 한 만화에는 모두 19세 미만 구독불가란 빨간 딱지가 붙어 있다. 그것이 어른을 위한 ‘올바른’ 교육서든, 사회적 부조리를 비판하든 포르노그래피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러브 다이어리’ 역시 여기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성을 소재로 한 만화를 통해 세상을 보면 인간의 행동 동기는 섹스이고, 우주는 마치 개인의 오르가슴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성을 소재로 한 만화와 담론들은 오랫동안 억압돼 있던 만큼 개인의 욕망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매력을 갖고 있는 반면 ‘완전한 섹스(?)’에 대한 또 다른 콤플렉스로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고 억압하는 기제가 되기도 한다. 성을 소재로 한 만화에 함정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