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7일 국제투명성기구는 ‘2003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서 4.3점을 받아 이번에 발표된 133개국의 청렴도 순위에서 50위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40위보다 10계단이나 하락한 것이다. 청렴도 순위 발표에 때맞춰(?) 지난 대통령선거 무렵에 있었던 재벌과 정치권 사이의 뒷거래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이 다시 확인됐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오는 중이다.
지난해 102개국 중 청렴도 순위 40위를 기록했던 우리나라가 1년 새 10계단이나 추락한 까닭은 무엇인가. 이번 발표에서 추가된 31개국 중 우리나라보다 청렴한 9개 나라가 40위보다 윗 순위를 차지했다. 따라서 지난해 기준으로 따져보면 41위이기 때문에 급격히 추락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일리는 있다. 물론 점수가 4.5에서 4.3으로 0.2점 떨어진 것은 유감이지만 말이다.
부패인식지수 10계단 하락 … 근본·장기적 대책 절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청렴한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는가. 읍·면·동사무소에서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담배값’을 건넸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길거리 교통단속에 걸리면 으레 경찰관에게 만원짜리 한두 장 건네며 선처를 부탁했던 ‘습관적 부패’도 이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10, 20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 사회가 보다 청렴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청와대 주변인사가 10억원 규모의 뇌물을 수뢰한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며 국민들에게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고 선언했다. 야당 쪽에서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 아니다. 이런 정도라면 정말 달라진 모습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라는 비아냥거림에 자신 있게 ‘아니오’라고 말할 사람이 거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주창해온 ‘CPI 20위 수준의 청렴국가’라는 비전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회의를 품는 이들이 많다. 여전히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 군 간부들의 수뢰 사건이나 대기업들의 회계부정을 통한 비자금 조성, 뇌물 제공 사건 등이 매일 신문 지상을 장식한다. 진정 대한민국은 부패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일까?
거꾸로 생각해보자. ‘반부패’라는 주제가 우리 사회의 우선적 과제 목록에 들어가 있는가?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에는 부패 문제가 이른바 윗물이 맑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며, 적발과 처벌 또는 법률과 제도를 통해 근절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따라서 반부패는 검찰이나 감사원이 처리할 문제, 또는 대통령이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도 부패 문제를 일소할 수 있는 묘약이나 ‘전능자(Almighty)’는 없다.
지난해 반부패국민연대가 전국의 중·고등학생 3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도 27.3%가 “뇌물을 써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응답이 16.8%나 나오는 등 윤리·준법 의식이 박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년이 흘러 이 청소년들이 자라서 기업인, 정치인, 공직자가 됐을 때 과연 우리나라의 CPI가 핀란드 등 북유럽 나라들처럼 9점대로 올라설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공직사회의 합책임성 부족, 기업인의 윤리의식 부족, 부패친화적 사회문화 등 근원적 문제점은 도외시한 채 몇몇 사람을 감옥에 넣는 것으로 부패가 ‘발본색원’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 식의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반부패 교육과 윤리 인프라 구축, 공직사회와 기업의 합책임성 증진 등 예방요법에 대한 고려가 결여된 대증요법 중심의 부패 척결은 부패 문제에 대한 오해 또는 무지의 소산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부패 문제가 일회적, 단기적, 일면적 처방만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부패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한민국 반부패 20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전체 시스템, 즉 의식과 제도, 관행 등에 물들어 있는 부패문화를 극복해내기 위한 지속적, 장기적이고도 종합적인 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공직사회, 기업, 시민사회 등 국가 구성원 다수의 참여와 합의를 근거로 국가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우리 사회의 ‘반부패 20년 실행계획’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운동이 수십년 지속된다면 그때 가서야 우리는 청렴사회라는 열매를 거두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라고 ‘헐뜯는’ 자들에게 웃통을 벗고 덤벼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
지난해 102개국 중 청렴도 순위 40위를 기록했던 우리나라가 1년 새 10계단이나 추락한 까닭은 무엇인가. 이번 발표에서 추가된 31개국 중 우리나라보다 청렴한 9개 나라가 40위보다 윗 순위를 차지했다. 따라서 지난해 기준으로 따져보면 41위이기 때문에 급격히 추락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일리는 있다. 물론 점수가 4.5에서 4.3으로 0.2점 떨어진 것은 유감이지만 말이다.
부패인식지수 10계단 하락 … 근본·장기적 대책 절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청렴한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는가. 읍·면·동사무소에서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담배값’을 건넸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길거리 교통단속에 걸리면 으레 경찰관에게 만원짜리 한두 장 건네며 선처를 부탁했던 ‘습관적 부패’도 이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10, 20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 사회가 보다 청렴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청와대 주변인사가 10억원 규모의 뇌물을 수뢰한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며 국민들에게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고 선언했다. 야당 쪽에서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 아니다. 이런 정도라면 정말 달라진 모습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라는 비아냥거림에 자신 있게 ‘아니오’라고 말할 사람이 거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주창해온 ‘CPI 20위 수준의 청렴국가’라는 비전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회의를 품는 이들이 많다. 여전히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 군 간부들의 수뢰 사건이나 대기업들의 회계부정을 통한 비자금 조성, 뇌물 제공 사건 등이 매일 신문 지상을 장식한다. 진정 대한민국은 부패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일까?
거꾸로 생각해보자. ‘반부패’라는 주제가 우리 사회의 우선적 과제 목록에 들어가 있는가?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에는 부패 문제가 이른바 윗물이 맑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며, 적발과 처벌 또는 법률과 제도를 통해 근절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따라서 반부패는 검찰이나 감사원이 처리할 문제, 또는 대통령이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도 부패 문제를 일소할 수 있는 묘약이나 ‘전능자(Almighty)’는 없다.
지난해 반부패국민연대가 전국의 중·고등학생 3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도 27.3%가 “뇌물을 써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응답이 16.8%나 나오는 등 윤리·준법 의식이 박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년이 흘러 이 청소년들이 자라서 기업인, 정치인, 공직자가 됐을 때 과연 우리나라의 CPI가 핀란드 등 북유럽 나라들처럼 9점대로 올라설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공직사회의 합책임성 부족, 기업인의 윤리의식 부족, 부패친화적 사회문화 등 근원적 문제점은 도외시한 채 몇몇 사람을 감옥에 넣는 것으로 부패가 ‘발본색원’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 식의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반부패 교육과 윤리 인프라 구축, 공직사회와 기업의 합책임성 증진 등 예방요법에 대한 고려가 결여된 대증요법 중심의 부패 척결은 부패 문제에 대한 오해 또는 무지의 소산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부패 문제가 일회적, 단기적, 일면적 처방만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부패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한민국 반부패 20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전체 시스템, 즉 의식과 제도, 관행 등에 물들어 있는 부패문화를 극복해내기 위한 지속적, 장기적이고도 종합적인 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공직사회, 기업, 시민사회 등 국가 구성원 다수의 참여와 합의를 근거로 국가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우리 사회의 ‘반부패 20년 실행계획’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운동이 수십년 지속된다면 그때 가서야 우리는 청렴사회라는 열매를 거두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라고 ‘헐뜯는’ 자들에게 웃통을 벗고 덤벼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