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의 세월을 어찌 피해갈 수 있으랴. 1984년 첫 작품이 나온 이래 ‘터미네이터2’(1991)를 거쳐 마침내 공개된 ‘터미네이터3’(2003)의 주역들의 면면은 할리우드의 세대교체를 상징한다. 카메론 감독이 물러난 자리를 조나단 모스토우(‘U-571’을 만들었다)가 메웠고, 여전사 린다 해밀튼은 사망했으며 존 코너는 청년이 다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공식은 여전하다. 남자 T-1000에서 여자 T-X로 업그레이드된 악당 로봇이 타임머신을 타고 존 코너를 죽이러 오고, 이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구식 모델 T-101이 존 코너를 구출하러 온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존 코너는 살아남는다.
그 식상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동원된 것이 더 큰 스케일, 더 긴 액션 시퀀스, 그리고 약간의 위트인데 ‘수확체감의 법칙’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은 정말이지 기형적이다. 원인과 결과가 뒤얽힌 복잡한 SF(공상과학)영화의 재미는 포기한 채 거리를 온통 쑥밭으로 만들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출마를 앞둔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나는 단종된 모델”이라고 떠벌리며 유례없이 많은 대사를 쏟아놓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독일 잠수함에 갇힌 미군의 탈출기를 다룬 감독의 전작 ‘U-571’에서의 긴장감과 T1, T2가 보여준 철학적 단상이나 매력적인 캐릭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미덕이라면 블록버스터 시리즈다운 상업적 일관성이 있다는 점이다. 아무런 희망도 주지 않는 암울한 결말은 일반적으로 블록버스터에서는 금기 사항이기에 언뜻 의외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제 더는 써먹기 어려운 ‘미래에서 온 암살자’라는 틀거지를 벗어나기 위한 근거를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 말하자면 이제 다음 시리즈(T4)의 줄거리는 핵전쟁 이후 폐허가 되어버린 지구상에서 벌어질 기계와 인간의 일대 결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매트릭스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공략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이 지점이 아쉬움의 근원이다. 묵시록과도 같은 비관적인 SF영화 계열에 속하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로서는, 모든 정보가 집중된 네트워크(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는 한국판 교육계의 ‘스카이넷’이다)가 지구를 ‘절단낸다’는 결정적인 모티브를 소중하게 다룸으로써 비로소 스스로 짊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셈인데, ‘터미네이터3’는 그런 결정적인 국면을 그저 훌쩍 뛰어넘어버린다. 우리가 워낙 앞선 IT(정보기술) 강국이라 그들의 상상력이 미처 우리의 현실을 쫓아오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니 기계문명의 내부 모순을 강렬한 캐릭터 혹은 색채로 담아내길 기대하지 않고, 화끈하게 파괴 본능을 충족시켜줄 볼거리를 찾는다면 ‘터미네이터3’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현실에 가미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터치를 넘어서서 아예 기계가 그려준 동화상을 맛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선택하기를 주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이상을 기대한다면, 몇 년 뒤가 될지 알 수 없는 ‘터미네이터4’의 개봉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거나, 아니면 현실에서 지금 막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는 정보화 전시 상황을 추적하길 바란다.
하지만 공식은 여전하다. 남자 T-1000에서 여자 T-X로 업그레이드된 악당 로봇이 타임머신을 타고 존 코너를 죽이러 오고, 이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구식 모델 T-101이 존 코너를 구출하러 온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존 코너는 살아남는다.
그 식상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동원된 것이 더 큰 스케일, 더 긴 액션 시퀀스, 그리고 약간의 위트인데 ‘수확체감의 법칙’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은 정말이지 기형적이다. 원인과 결과가 뒤얽힌 복잡한 SF(공상과학)영화의 재미는 포기한 채 거리를 온통 쑥밭으로 만들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출마를 앞둔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나는 단종된 모델”이라고 떠벌리며 유례없이 많은 대사를 쏟아놓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독일 잠수함에 갇힌 미군의 탈출기를 다룬 감독의 전작 ‘U-571’에서의 긴장감과 T1, T2가 보여준 철학적 단상이나 매력적인 캐릭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미덕이라면 블록버스터 시리즈다운 상업적 일관성이 있다는 점이다. 아무런 희망도 주지 않는 암울한 결말은 일반적으로 블록버스터에서는 금기 사항이기에 언뜻 의외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제 더는 써먹기 어려운 ‘미래에서 온 암살자’라는 틀거지를 벗어나기 위한 근거를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 말하자면 이제 다음 시리즈(T4)의 줄거리는 핵전쟁 이후 폐허가 되어버린 지구상에서 벌어질 기계와 인간의 일대 결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매트릭스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공략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이 지점이 아쉬움의 근원이다. 묵시록과도 같은 비관적인 SF영화 계열에 속하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로서는, 모든 정보가 집중된 네트워크(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는 한국판 교육계의 ‘스카이넷’이다)가 지구를 ‘절단낸다’는 결정적인 모티브를 소중하게 다룸으로써 비로소 스스로 짊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셈인데, ‘터미네이터3’는 그런 결정적인 국면을 그저 훌쩍 뛰어넘어버린다. 우리가 워낙 앞선 IT(정보기술) 강국이라 그들의 상상력이 미처 우리의 현실을 쫓아오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니 기계문명의 내부 모순을 강렬한 캐릭터 혹은 색채로 담아내길 기대하지 않고, 화끈하게 파괴 본능을 충족시켜줄 볼거리를 찾는다면 ‘터미네이터3’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현실에 가미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터치를 넘어서서 아예 기계가 그려준 동화상을 맛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선택하기를 주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이상을 기대한다면, 몇 년 뒤가 될지 알 수 없는 ‘터미네이터4’의 개봉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거나, 아니면 현실에서 지금 막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는 정보화 전시 상황을 추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