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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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입국 어렵게 더 어렵게

이민 및 유학 규제 강화 분위기 일색 … 2004년부터 생체인식형 여권 사용 요구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3-06-18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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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입국 어렵게 더 어렵게

    보수적인 이민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톰 리지 국토안보부 장관은 부시가(家)와 2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측근이다.

    미국 정부는 2월15일자로 유학비자(F, M)나 문화교류비자(J)로 미국에 들어오는 입국자들의 신원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학생 및 방문자 정보시스템(SEVIS)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미국 내 학교나 연수기관들은 비자 신청자의 등록정보를 SEVIS에 입력하고 이 정보는 국토안보부를 거쳐야만 국무부로 전달된다. 각국 대사관은 국무부로부터 비자 신청자의 등록정보를 받아 영사 업무를 처리하지만 사실상 국토안보부를 거쳐야만 비자가 발급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셈. 그동안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각 대학이 발급해왔던 입학허가서(I-20)도 국토안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체제로 변경된 것이다.

    국토안보부 거쳐야 비자 발급 시스템 구축

    이 때문에 유학생들은 SEVIS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국토안보부의 ‘유학생 감시 시스템’ 또는 ‘유학생 추적 시스템’이라고 부르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 내 이민단체나 이민변호사협회(AILA) 등도 이민 및 비자 업무가 국토안보부로 이관된 이후 업무 적체가 심각해졌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여전히 미국 내에서 극히 일부의 목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의회 쪽 상황 역시 이민 및 유학에 대해 보수적인 분위기 일색이다. 미 의회는 지난해 5월 ‘국토보안 강화와 비자개혁법’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미국과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한 27개국 에 한해 2004년 10월 말까지 지문이나 눈동자 등 생체인식정보를 입력한 여권을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생체인식형 여권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겠다는 엄포성(?) 발언도 덧붙였다. 우리나라처럼 비자를 발급받아야 미국에 들어갈수 있는 국가의 여행자들은 2004년 말부터는 아예 비자에 지문 등 생체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비자면제협정 체결 대상국은 아니지만 미국과 비자면제협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2005년을 목표로 생체정보가 담긴 신규 여권을 발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여권과 관계자는 “새로운 여권에 얼굴 윤곽선을 입력하는 방안(facial recognition), 지문 입력 방안, 홍채 입력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역시 올해 안에 생체인식 여권 표준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안이 시행될 경우 미국 방문자들은 지금처럼 공항에서 신발을 벗고 벨트를 풀러야 하는 수고를 덜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권에 있는 바코드나 IC칩만 갖다 대면 판독기가 알아서 보안검색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단순히 ‘편하다’고만 받아들일 외국인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인권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을 뿐더러 비용 문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이는 양극화와 다극화를 넘어서 유일 초강대국 미국 중심의 단극화(unipolar)로 치닫고 있는 국제질서를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교수는 “미국이 이민정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민주당이나 공화당 등 정파를 떠나서 미국 내 대다수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빗장이 질러지고 있는 ‘미국의 문’을 강제로 열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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