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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氣… 仙… 그들만의 열린 세상

  • 입력2003-04-16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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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氣…  仙… 그들만의 열린 세상
    ‘조국의 평화통일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인 최선웅씨(58)는 자신을 ‘장기수’라고 소개한다. 최씨는 스물두 살 되던 1967년 10월 통일운동을 위해 남북한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열정을 품고 일본을 거쳐 북한에 들어갔다. 평양에서 사회민주주의청년연합을 결성, 남쪽 대표로 활약하다 7개월 만에 서울로 돌아왔다. 그를 기다리는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죄명과 10년간의 옥살이였다. 만기 출소했으나 교도소 인권탄압을 고발하는 책을 출간하려다 다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1년을 복역했다. 96년 출소 후 자신의 고단한 인생을 담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감옥에서 나와 보니’ ‘바람보다 빨리 눕는 풀’ 등의 책을 펴낸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그가 새로 들고 온 ‘천기를 움직이는 사람들’(책만드는공장 펴냄)은 정신과학과 기의 세계를 다룬다. 최씨는 1차 출옥 후 알게 된 한 기공사와의 인연을 통해 생활기공이 널리 인간을 복되게 할 ‘홍익인간’ 사상의 실천도구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소설에서 기공은 침 뜸 수술 등 인위적 방법을 대신할 대체요법에 머물지 않고, 군사적 목적의 정찰위성과 전투기를 격추하거나 핵 탑재 원자력 잠수함 격납고를 물로 채워버리는 등 ‘구국기공’이라는 이름으로 강력한 초능력의 세계를 보여준다. 최씨는 한국이 세계평화운동의 중심국가가 되려면 생활기공을 태권도처럼 대중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구국기공을 수련한 사람들이 일제히 힘을 모아 세상의 모든 무기를 녹여버린다는 다소 ‘황당하지만 즐거운 상상’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사람들은 왜 수행을 할까. ‘서울대 동문들의 삶과 수행 이야기’(홍익미디어플러스 펴냄)는 ‘하늘수행’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된 송호봉, 방해란, 김성일, 유대기, 김원재, 한승권 6인의 이야기다. 저자들은 19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초반 서울대를 다닌 동문이라는 끈으로 연결돼 있으며 이중에는 학생운동의 선봉에서 독재정권에 항거하다 옥고를 치른 이도 있다. 이들은 하늘수행을 하면서 물 위에 드러난 섬들의 근본은 지구이듯이 개개인이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근원에서는 연결돼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송호봉씨는 “깨달음은 없다. 자신의 본성을 깨쳐서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어 참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삶과 수행 이야기가 이상주의자의 잠꼬대에 지나지 않을까.

    내친김에 ‘소설 선(仙)’(수선재 펴냄)을 만나보자. 저자인 문화영씨는 한국여성개발원 창립멤버이며 국제협력 책임연구원을 지내는 등 30대까지 ‘잘나가던 커리어우먼’으로 지내다(한동안 방송작가로 활약하기도 했다) 돌연 ‘숨쉬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 선계수련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선인들’ ‘선계이야기’ ‘선계에 가고 싶다’ 등 선수련 관련 책들을 펴냈지만 팬터지 명상 소설은 처음 시도한 것이다.

    ‘소설 선’은 1980년대 초 우리를 달뜨게 했던 ‘소설 단’을 연상시킨다. 당시 ‘단’은 한국 고대사와 선도 수련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호흡법, 명상, 기 수련 열풍을 몰고 왔다. ‘소설 단’은 ‘토정비결’의 저자 토정 이지함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즉 대선인(大仙人)으로서의 삶을 복원했다. 최근 초능력 검증으로 인기를 모은 TV프로그램 ‘도전! 10만 달러 초능력자를 찾아라’에서 미국의 마술사 랜디는 “눈에 보인다고 다 믿지 말라”는 말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모두 부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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