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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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속에서 법의학 단서 찾았어요”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02-12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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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속에서 법의학 단서 찾았어요”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뱀에 물려 사망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여왕이 자살에 사용했다는 방울뱀은 한 사람밖에 죽이지 못하는데 여왕은 두 시녀와 함께 죽었어요. 어떻게 된 걸까요? 클레오파트라의 사망 장면을 담은 그림들을 보면 그 답이 나옵니다. 클레오파트라는 침대에 누워 있고 두 명의 시녀가 각각 침대 발치와 문 앞에 쓰러져 있습니다. 이것은 연탄가스, 즉 일산화탄소 중독자들의 사망 장면과 똑같아요. 클레오파트라는 뱀이 아니라 일산화탄소 가스로 자살한 겁니다.”

    마치 옛날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은 듯, 법의학자 문국진 박사(78)의 입에서는 재미있는 일화들이 술술 쏟아져 나온다. 모두 예술 속에서 법의학적 단서를 찾아낸 이야기들이다. 예수의 심장은 어느 쪽에 있었는지, 나폴레옹의 위장병은 어떤 것이었는지, 유럽 왕실의 근친상간이 낳은 결과는 무엇이었는지 등등.

    이 같은 이야기들은 법의학과 미술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담은 그의 책 ‘명화와 의학의 만남’에 담겨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는 책 출간에 이어 2월5일부터 13일까지 명동 롯데화랑에서 ‘명화와 의학의 만남’을 보여주는 전시회도 열었다.

    “법의학자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15년, 고려대 법의학교실에서 20년을 보냈습니다. 법의학은 인간의 생명뿐만이 아니라 권리까지도 옹호하는 귀중한 학문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법의학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경우가 많아요. 부검을 하다 유족이 휘두른 도끼에 맞을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동안 법의학을 그만둘까 고민했을 정도지요.”

    문박사는 ‘어떻게 하면 법의학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여줄 수 있을까’를 궁리하다 고대 교수직에서 은퇴한 1990년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다. “평소 음악과 미술 등을 즐기다 보니 이 분야와 전공인 법의학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죠.” 그는 차이코프스키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직접 러시아에 가서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 이 같은 열성으로 낸 책이 ‘모차르트의 귀’ ‘바흐의 두개골을 열다’ 등 30여권에 달한다. ‘명화와 의학의 만남’을 쓰기 위해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그 도시의 미술관에 들러 의학과 연관된 그림들을 수집했다.



    “책을 통해 법의학이 예술, 문화는 물론 한 나라 국민들의 역사와 정서까지 연관된 학문임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후배 법의학자들에게 내 나름의 방식으로 지원사격을 해주는 셈이죠.” 70대 후반이라는 나이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정한 문박사는 영원한 ‘현역’ 법의학자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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