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을 내며 달리는 차들은 순간속도가 시속 250km에 달한다.
유럽에서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빅 스포츠로 자동차경주대회를 꼽는다. 자동차경주대회는 자동차의 발달사와 함께할 만큼 역사가 오래되었는데, 최초의 자동차경주는 1900년에 미국의 뉴욕헤럴드 신문사 사주였던 제임스 고든 베네트가 유럽 지역의 신문 보급과 선전을 위해서 파리에서 열었다. 현재 가장 권위 있는 자동차대회는 1950년대부터 국제대회로 승인되어 90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F1 그랑프리 대회다. 이 대회는 전 세계 16개국을 한 차례씩 돌면서 1년에 14∼17번 게임을 치른다. 여기서 세계 챔피언이 되면 핸들 재벌이 되고, 챔피언이 탄 자동차를 제조한 업체는 브랜드 가치를 한껏 올려 높은 매출을 기록한다.
그런데 F1 대회는 세계 순회 대회라 한 해에 한 나라에서 한 번씩만 개최된다. 그러다 보니 국내 챔피언전이 열리는 F3 대회가 훨씬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F3 대회는 10월까지 각국에서 국내 대회를 통해 챔피언을 선발하고, 11월 셋째 주에 마카오에서 1차로 세계 챔피언을 가린 뒤, 곧바로 경남 창원에서 최종 세계 챔피언을 가리면서 시즌을 마감한다. 그러다 보니 창원 F3 대회에서는 각국의 자동차경주 마니아들과 자동차 제조업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명예와 부를 걸고 각축을 벌이게 됐다. 30여개국의 200여개 미디어 매체에서 몰려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속 250km … 눈 깜짝할 새 저만치
자동차경주에서는 한순간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11월10일 2002 한국모터챔피언십 최종 결승전이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경기장에서 열렸다. 올해 7차례의 한국모터챔피언십 대회가 모두 그곳에서 열렸다. 이 밖에 오프로드 랠리가 춘천·평창·화성에서, 사륜지프대회가 인제에서 열리고 있다. 태백시에서는 내년 개장을 목표로 자동차경주장이 건설중이다. 그리고 창원에 F3 세계 대회를 열 수 있는 경주장이 있다. 이 정도가 우리나라 자동차 경주장의 현주소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경주장은 에버랜드 정문 주차장 맞은편에 있다. 에버랜드를 찾아온 손님들이 언덕 위에다 차를 대놓고 구경하고, 참가 선수들의 지인과 후원사 사람들이 경기장 안에 모여 경기를 즐긴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의 일사불란한 분위기와는 다르다. 응원하는 선수가 볼 수 있도록 멀리서 깃발을 흔들거나 플래카드를 내걸어두고, 경주용 차들이 출발선에 서면 레이싱걸들과 감독, 응원단들이 차로 다가와 격려의 말을 건넨다. 그리고 출발 5분 전, 30초 전, 5초 전의 카운트다운이 이뤄지고, 곧이어 차들이 굉음을 내며 맹렬하게 내달린다.
환송을 받고 있는 출발선 위의 카레이서들.
기계의 딱딱함을 완화하려는 듯, 자동차 팀들은 레이싱걸을 대동하고 등장한다.
우리는 자동차 생산 5위국이다. 그러나 자동차 문화는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과속과 음주운전, 그리고 높은 사고 사망률….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수단으로만 생각했지 자동차의 복합적인 기능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단적으로 자동차경주가 없는 나라는 자동차 문화가 없는 나라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자동차경주 대회장에 가면, 누가 왜 어떻게 속도를 내는지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다. 그런 경주 한번 보고 나면 내가 잡는 핸들이 사뭇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22일 열리는 창원 F3대회는 모든 카레이서들이 참여하고 싶어하는 꿈의 경기다. 그런 꿈의 대회가 우리 가까이에서 열린다니, 주말 시간을 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