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안과 겉이 구별되지 않는 곡면. 길쭉한 직사각형의 종이를 한 번 꼬아서 끝과 끝을 이으면 이것이 완성된다. 시작과 끝이 있고, 안과 겉이 분명하게 나뉘는 현실세계에서 ‘뫼비우스의 띠’는 일종의 아이러니지만 영화에서는 어떨까.
근래 보기 드문 ‘새로운’ 영화 한 편이 ‘뫼비우스의 띠’를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3차원 세계를 다루는 영화이니 당연히 평면(띠)이 아니라 입체다.
할리우드의 신예 감독 리처드 켈리의 ‘도니 다코(Donnie Darko)’. 켈리 감독은 이 호러 무비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어떤 거대한 힘, 신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우주의 비밀에 가까이 간 것처럼 ‘능청스럽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영화 제목은 주인공(제이크 길렌할) 이름이기도 하다. ‘도니’는 흔히 쓰이는 미국식 이름이지만, ‘다코’라는 성은 어두움을 연상케 한다. 미국에서 나온 원 포스터에도 ‘어둡고, 어두운, 다코(dark, darker, darko)’란 문구가 씌어 있다. 도니 다코는 암울하고 삐딱한 데다 정신분열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 고교생이다.
이 어둡고 공포스러운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한밤중 공중에서 난데없이 747비행기 엔진이 떨어져 주인공의 방을 덮쳤으나 주인공은 죽지 않았다. 그 직전에 그는 이상한 힘에 이끌려 바깥으로 나가 죽음을 모면한 것이다.
그 이상한 힘이란 어느 날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에게 나타난 ‘프랭크’라는 악마의 것이다. 토끼처럼 생긴 괴물 프랭크는 그에게 28일 6시간42분12초 뒤 세상이 거대한 미궁에 빠진다고 알려준다. 처음엔 프랭크의 말을 무시하지만 도니는 점점 기괴한 사건들에 휘말리고, 학교 친구들도 도니를 이상한 존재로 여긴다.
‘삐딱이’ 도니는 주로 기성세대의 모순을 꼬집는 행동을 보인다. 삶의 동기들이 모두 ‘사랑 혹은 공포’에서 비롯된다고 교육하는 윤리 선생에게나, 학생들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 정신개조 운동가 짐 커닝험(패트릭 스웨이지)에게 모욕적인 말들을 내뱉는다. 도니에겐 모든 것이 귀찮기만 하다. 이런 그 앞에 귀여운 그레첸(제나 말론)이 나타나면서 그는 구원될 것처럼 보인다. 소녀의 사랑으로 도니는 정상적인 새 사람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프랭크가 알려준 종말적인 상황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마침내 그 시각이 되었을 때 모든 상황은 갑자기 처음으로 돌아간다. 즉 하늘이 열리고,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거대한 유선형 우주(뫼비우스의 입체) 속으로 들어가자 비행기 한 대가 날아간다. 이 비행기가 추락하고, 도니의 방에 그 엔진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도니는 그 방에 있다가 죽어 나온다.
비행기 엔진의 추락으로 그 방에 있던 도니가 죽는 것은 이해하기 쉬운 현실적 이야기다. 반면 도니가 죽지 않고 다른 장소에서 살아 있는 것으로 나오는 영화 초·중반부의 전개는 비현실적이다. 이처럼 영화는 현실과 비현실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엉켜 있다. 복잡한 플롯, 비현실적인 인과관계 등을 생각하며 보려면 머리가 무거워질 정도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일부 평자들은 “오싹하고, 재미있으며, 신랄하고, 기절할 정도로 독창적이다”(미스터 브라운 무비) “이보다 더 새로울 순 없다”(엔터테인먼트 위클리)고 극찬하고, 또 다른 평자들은 “공포영화 ‘메멘토’와 ‘매그놀리아’를 섞어놓은 기묘한 영화”(시카고 선타임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영화”(국내 한 평론가)라고 혹평한다.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도니 다코’는 독창성을 인정받아 미국 SF영화제 특별상, 미국 판타스틱영화제 특별상, 독립영화제 대상 등을 받았다. 시작부터 지속되는 극도의 긴장감을 즐기기에는 손색 없는 영화다. 조폭·코미디·멜로 영화 등 정형화된 장르를 벗어나 새로운 영화를 맛보고자 한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살려주는 1980년대 팝들(‘The Killing Moon’ ‘Head over Heels’)도 인상적이다.
개봉: 11월29일/ 러닝 타임: 112분/ 등급: 15세 이상/ 제작자: 드류 배리모어
근래 보기 드문 ‘새로운’ 영화 한 편이 ‘뫼비우스의 띠’를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3차원 세계를 다루는 영화이니 당연히 평면(띠)이 아니라 입체다.
할리우드의 신예 감독 리처드 켈리의 ‘도니 다코(Donnie Darko)’. 켈리 감독은 이 호러 무비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어떤 거대한 힘, 신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우주의 비밀에 가까이 간 것처럼 ‘능청스럽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영화 제목은 주인공(제이크 길렌할) 이름이기도 하다. ‘도니’는 흔히 쓰이는 미국식 이름이지만, ‘다코’라는 성은 어두움을 연상케 한다. 미국에서 나온 원 포스터에도 ‘어둡고, 어두운, 다코(dark, darker, darko)’란 문구가 씌어 있다. 도니 다코는 암울하고 삐딱한 데다 정신분열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 고교생이다.
이 어둡고 공포스러운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한밤중 공중에서 난데없이 747비행기 엔진이 떨어져 주인공의 방을 덮쳤으나 주인공은 죽지 않았다. 그 직전에 그는 이상한 힘에 이끌려 바깥으로 나가 죽음을 모면한 것이다.
그 이상한 힘이란 어느 날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에게 나타난 ‘프랭크’라는 악마의 것이다. 토끼처럼 생긴 괴물 프랭크는 그에게 28일 6시간42분12초 뒤 세상이 거대한 미궁에 빠진다고 알려준다. 처음엔 프랭크의 말을 무시하지만 도니는 점점 기괴한 사건들에 휘말리고, 학교 친구들도 도니를 이상한 존재로 여긴다.
‘삐딱이’ 도니는 주로 기성세대의 모순을 꼬집는 행동을 보인다. 삶의 동기들이 모두 ‘사랑 혹은 공포’에서 비롯된다고 교육하는 윤리 선생에게나, 학생들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 정신개조 운동가 짐 커닝험(패트릭 스웨이지)에게 모욕적인 말들을 내뱉는다. 도니에겐 모든 것이 귀찮기만 하다. 이런 그 앞에 귀여운 그레첸(제나 말론)이 나타나면서 그는 구원될 것처럼 보인다. 소녀의 사랑으로 도니는 정상적인 새 사람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프랭크가 알려준 종말적인 상황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마침내 그 시각이 되었을 때 모든 상황은 갑자기 처음으로 돌아간다. 즉 하늘이 열리고,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거대한 유선형 우주(뫼비우스의 입체) 속으로 들어가자 비행기 한 대가 날아간다. 이 비행기가 추락하고, 도니의 방에 그 엔진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도니는 그 방에 있다가 죽어 나온다.
비행기 엔진의 추락으로 그 방에 있던 도니가 죽는 것은 이해하기 쉬운 현실적 이야기다. 반면 도니가 죽지 않고 다른 장소에서 살아 있는 것으로 나오는 영화 초·중반부의 전개는 비현실적이다. 이처럼 영화는 현실과 비현실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엉켜 있다. 복잡한 플롯, 비현실적인 인과관계 등을 생각하며 보려면 머리가 무거워질 정도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일부 평자들은 “오싹하고, 재미있으며, 신랄하고, 기절할 정도로 독창적이다”(미스터 브라운 무비) “이보다 더 새로울 순 없다”(엔터테인먼트 위클리)고 극찬하고, 또 다른 평자들은 “공포영화 ‘메멘토’와 ‘매그놀리아’를 섞어놓은 기묘한 영화”(시카고 선타임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영화”(국내 한 평론가)라고 혹평한다.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도니 다코’는 독창성을 인정받아 미국 SF영화제 특별상, 미국 판타스틱영화제 특별상, 독립영화제 대상 등을 받았다. 시작부터 지속되는 극도의 긴장감을 즐기기에는 손색 없는 영화다. 조폭·코미디·멜로 영화 등 정형화된 장르를 벗어나 새로운 영화를 맛보고자 한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살려주는 1980년대 팝들(‘The Killing Moon’ ‘Head over Heels’)도 인상적이다.
개봉: 11월29일/ 러닝 타임: 112분/ 등급: 15세 이상/ 제작자: 드류 배리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