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철폐를 위한 전국의사 궐기대회.
대한의사협회가 시민단체 소속 의사를 자체 징계한 것과 관련, 시민단체가 강력한 ‘설욕전’을 예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건강보험공단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사회보험노조(위원장 박표균)는 최근 각 지부와 의료 관련 시민단체에서 수집한 의사들의 진료비 부당·허위 청구 자료 60건을 의협에 전달, 관련 의사들의 징계를 요구키로 했다.
이는 10월9일 의협 윤리위원회가 서울대 의대 김용익 교수(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와 울산대 의대 조홍준 교수(건강연대 정책위원장)에게 각각 2년과 1년의 회원자격정지 징계를 결정한 데 대한 맞대응의 성격이 짙다. 김교수는 2000년 상반기 보건의료시민단체의 연합체인 건강연대 정책위원장으로서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통합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인물. 조교수도 김교수의 후임으로 현재 시민단체 진영에서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입안에 관여해왔다.
이들 교수들에 대한 의사협회의 징계 사유는 “실패한 의약분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데 깊이 관여함으로써 국민에게 피해를 준 데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것. 이에 맞서 보건의료 및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윤리위의 징계 결정은 의협이 의약분업의 파행에 대해 스스로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두 회원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아 전가하려는 행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의협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극약 처방으로 풀이된다. 보험 급여를 지급하는 공단의 특성을 이용해 비리 의사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고 의사들의 징계를 요구한 것이 바로 그 증거. 즉 다수와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의협이 ‘양심불량 의사’는 왜 처벌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주수호 의협 대변인은 “사회보험노조의 이 같은 태도는 잘못된 의약분업을 수정하려는 의사 그룹에 대한 반발일 뿐 전혀 재고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며 “한 단체의 회원 자격에 대한 문제를 왜 외부 단체가 간섭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사회보험노조의 명단과 사례가 공개될 경우, 사회적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복지부의 각 의원에 대한 감사는 일회성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들의 자료는 해당 의원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의협 위상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회보험노조 송상호 선전국장은 “법적 절차에 대한 심의를 거쳐 조만간 의사의 명단과 위법 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료수가 인하문제를 두고 복지부와 끝없는 쟁의를 벌이고 있는 의협이 이제는 시민단체로부터 강공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