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순환도로와 언주로가 만나는 매봉터널 교차로 지점은 상습 교통혼잡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타워팰리스 입주로 인해 이 일대의 교통난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출퇴근 시간대에 이곳 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드는 ‘주범’은 타워팰리스를 중심으로 빽빽이 들어선 공룡 같은 건물군. 10월 하순 입주가 시작된 타워팰리스 1차 단지를 젖혀놓더라도 이 일대는 우성캐릭터빌(지상 26층 규모, 173가구), 우성캐릭터199(지상 23∼31층 규모, 633가구), 대림아크로빌(지상 46층 규모, 756가구), 현대비전21(지상 27층 규모, 394가구) 등 30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들이 앞다투어 들어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던 터다.
입주 대기중인 건물도 많아 교통난 악화 불 보듯
2000년을 기점으로 이곳에 일명 ‘마천루타운’이 형성되면서부터 이 일대 교통량이 증가했다는 것은 서울경찰청의 교통량 조사자료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서울 도심을 제외한 주요 간선도로(26개 주요 교통지점 대상) 중 2000년에 비해 교통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곳은 모두 4개 지점. 수서IC(39.0% 증가)가 교통량 증가율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신대방동 보라매타운 앞 상도터널(35.2%), 총신대 입구(21.7%), 그리고 도곡동 마천루타운 앞 매봉터널(16.2%)이 2~4위를 기록했다. 이들 교통지점의 교통량 증가의 주요 원인은 모두 아파트 재개발 혹은 건물 신축으로 인한 인구 증가다.
실제 매봉터널 교차로 부근에서만 19년째 구두를 닦고 있는 손모씨는 “마천루타운이 들어선 후부터 이 일대 교통이 더 혼잡해졌다”고 말한다. 손씨는 또 “타워팰리스 1차 단지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10월 말 현재까지는 교통 흐름이 특별히 더 나빠진 것 같지는 않지만, 입주가 완료되는 12월15일 이후에는 교통대란이 불 보듯 뻔하다”고 예측했다. 우성4차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인 우모씨(56)도 “아침 출근시간에는 이 도로의 차량속도가 시속 10~20km밖에 안 되는데, 앞으로 타워팰리스 주민들까지 가세하면 교통난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걱정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도곡동 일대에서 하루 중 교통 정체가 가장 심한 시간대는 오전 8~9시와 오후 6~7시 사이. 올 5월 강남구청이 시행한 교통영향평가 자료에 의하면 현재 이 지역 출퇴근 시간의 평균 주행속도는 10.1~33km/h. 게다가 주변이 개발되지 않더라도 2007년 8.7~32.2km, 2011년 8.0 ~30.5km, 2016년 7.2~27.1km로 앞으로 속도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대량 교통시설 유발물인 타워팰리스 1차 단지 1499가구(실입주자는 1469가구)가 들어서면 이곳 단지를 중심으로 교통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건물 시공사인 삼성물산측은 타워팰리스 입주 가구당 2.57대꼴로 차량 수를 계산해 모두 3695대의 주차공간을 마련해놓았다고 밝혔다. 이들 차량이 출퇴근 시간대에 한꺼번에 몰리고, 타워팰리스 주변에 이미 들어선 주상복합건물 2000여가구에서 쏟아져 나온 차량들까지 얽힐 경우 ‘단지 내 정체’로 주차장에서 빠져 나오기조차 힘들 수 있다고 교통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타워팰리스가 들어선 마천루타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적잖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천루타운을 마주보고 있는 도곡동 우성4차 아파트의 주민 김모씨(50대)의 말.
“우리 집에서 회사가 있는 여의도까지 출근하는 데 평균 40~50분 걸린다. 그러나 어쩌다가 정체 시간대에 걸리면 매봉터널 교차로에서 양재역까지 가는 데만 30분 정도 걸릴 때도 있다. 보통 때는 1분이면 가는 가까운 거리인데도 말이다. 게다가 타워팰리스까지 들어서면 교통 사정이 더 나빠질 것 같아 아예 여의도로 이사할까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강남구는 타워팰리스 시공사측과 협의를 거쳐 도곡동 타운과 인근 전철역·버스정류장을 순환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출퇴근 시간대에 타워팰리스 주변의 2개 교차로에 경찰관을 집중 배치해 신호기를 조작하는 등 차량소통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또 타워팰리스 1차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유광석 전무는 교통문제가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매봉터널에서 분당으로 가는 도로에 서 있는 차량들. 멀리 왼쪽으로 대림아크로빌과 타워 팰리스 등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마천루 타운'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타워팰리스 1차 입주로만 단지 조성이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타워팰리스 1차 입주와 함께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이 1차 단지 바로 앞에 들어섰고, 내년 2월에는 타워팰리스 2차 단지(55층 규모 2개 동·957가구)가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 그 다음해인 2004년 5월경에는 타워팰리스 3차 단지(69층 규모 1개 동·610가구)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게다가 타워팰리스 인근에 아카데미 스위트, 도곡동 현대빌딩(구 현대체육관 부지)이 현재 건설중이고, 도곡동 재건축 주공아파트도 2005년까지 20층 규모의 고층아파트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모두 매봉터널과 구룡터널을 잇는 1.1km 도로변에 집중돼 있어, 자칫하면 이 도로가 ‘인도(人道)’로 변할 판이다.
삼성측이 타워팰리스 건설을 위해 자체 의뢰한 교통영향평가 자료(‘도곡단지 개발계획에 따른 유발 교통량’)에도 경고음 일색이다. 마천루타운으로 대표되는 도곡동 단지는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2005년까지 모두 12개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 12개 건물 중 6개가 현재 준공된 상태고, 나머지 6개는 건설중이거나 준공 예정 상태에 있다.
2005년 유발 교통량 조사자료에 의하면 이들 건물 전체에서 일으킬 수 있는 교통량은 첨두시간(peak time)대인 오후 6시에서 7시를 기준으로 할 경우 시간당 4239대(pcu/h, 이하 단위 생략). 기존 6개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건물 중 타워팰리스(1∼3차)만 2992대로 전체의 70.6%를 차지한다.
흥미로운 점은 2005년까지 새 건물들이 들어서지 않았을 경우와 새 건물들이 완전히 들어섰을 경우의 ‘교통 소통 수준’ 분석 결과다. 먼저 건물신축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을 경우(자연 증가)의 2005년 교통량 상황은 매봉터널 교차로(구 현대체육관 앞)의 경우 총 차량 1만2660대에 차 한 대당 지체시간은 161.9초. 가로구간으로 따질 경우 남부순환로인 숙명여고 앞에서 매봉터널 교차로까지(550m)의 평균 주행속도는 12.9km/h, 언주로인 구룡초등학교에서 매봉터널 교차로까지(900m)는 15.7km/h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2005년에 모두 12개 건물이 입주됐을 경우 교통량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매봉터널 교차로의 유발 교통량은 총 차량 1만4740대에 차량 지체시간은 273.8초로 자연 증가에 비해 무려 2분이나 더 서 있어야 한다. 또 가로구간의 경우 숙명여고에서 매봉터널 교차로까지 평균 주행속도는 7.3km/h, 구룡초등학교에서 매봉터널 교차로까지는 8.0km/h로 계산된다. 정체가 심한 구간에서는 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셈.
교통전문가들은 이 정도 계산이 나올 정도면 마천루타운 일대는 서울 강남지역에서 최악의 정체 지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 교통전문가는 “이 지역의 경우 도로를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는 등 교통대란에 대한 대안을 전혀 마련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교통영향평가로만 따진다면 서울시가 도곡2동에 지속적으로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도록 허가했다는 게 무리수였다”고 말했다.
아무튼 저층 아파트 지역 한복판에 우뚝 솟은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숲 마천루타운에 대한 인근지역 아파트 주민들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도 붉은 글씨로 쓴 현수막을 내걸고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 심각해진 교통난 등을 호소하며 삼성측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바로 타워팰리스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그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