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7일 열린 의약분업 철폐를 위한 전국 의사 궐기대회.
난타전에 먼저 불을 지핀 곳은 의사협회(회장 신상진). 의사협회는 10월27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대운동장에서 열린 ‘실패한 의약분업 철폐를 위한 전국 의사 궐기대회’ 현황보고를 통해 “정부가 지난해 7월 보험재정 안정화 대책을 강행함으로써 진료비의 12.6%를 삭감했는데, 이는 의원당 세전 실제 순소득의 최소 30% 이상이 삭감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마당에 올 4월 건강보험 역사상 ‘최초로’ 단행된 수가 인상 폭은 2.9%에 불과했다”며 정부에 대한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다음날인 28일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의약분업(2000년 7월1일) 이후 집단 시위 때마다 수가가 다섯 차례에 걸쳐 무려 48.9%나 인상됐다. 이는 2000년 상반기 대비 64%나 증가한 것”이라고 반박한 후, ‘의약분업 이후 의원급 의료기관 소득 변화’라는 자료를 내놓으며 의사협회를 다시 한번 압박했다. 자료의 내용은 “분업 실시 이후 의원이 3200개나 늘어났는데도 의원당 요양급여비(본인부담금 포함, 약품비 제외)는 2000년 상반기에 비해 올 상반기가 39.7%나 증가했다”는 것. 즉 의원급의 수입이 그만큼 폭증했다는 이야기다.
복지부의 이런 맞대응에 의사협회는 “강아지가 감기에 걸려 진료 한 번 받는 데 2만원이 넘게 드는데 의사가 ‘신중히’ 진찰한 결과에 따라 고혈압 약을 30일간 처방하는 진료비가 고작 8000원인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하고 나섰다.
의사협회가 사람의 진료비를 강아지의 감기 진료비와 비교하는 데 ‘격분한’ 복지부는 10월30일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단순 감기를 기관지염 등 중증 질환으로 둔갑시켜 허위, 부당 진료를 일삼은 의료기관 1개소를 형사 고발하고, 15개 의원에 대해서는 업무정지 등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년도 수가를 인하하면 시·도 의사회장단이 모두 사퇴하고 총파업에 들어가겠다.”
10월31일 의사협회가 내린 마지막 결단은 역시 ‘물리력 동원’이었다.
과연 이들의 싸움 속에는 진정 환자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도 모르고 보고 있는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