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업체가 크게 늘어나면서 주말여행 상품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각 여행업체들이 내놓는 주말여행 상품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이 시리즈에서는 주말여행 상품을 일반 여행객의 입장에서 직접 이용해보고 비용, 일정, 서비스 등의 장·단점을 짚어볼 예정이다. 보다 넉넉해진 주말시간을 활용해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여행상품을 선택하거나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한 시리즈다.
봇재의 다향각에서 바라본 보성 차밭.
70여년 역사의 보성 차밭이 요즘 들어 갑자기 사계절 여행지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TV 드라마와 CF의 영향이 크다. 곧게 자란 삼나무에 둘러싸인 푸른 차밭을 배경으로 촬영된 TV 드라마나 CF는 보성 차밭의 아름다운 풍경과 정취를 순식간에 널리 알렸다. 물론 콜레스테롤과 혈당의 저하, 당뇨병 억제, 암 예방 등의 효능을 가진 녹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녹차 재배단지인 보성 차밭에 대한 인지도가 함께 높아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 덕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여행에도 40인승 버스 한 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참가자 중에는 미혼의 20대 직장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나머지도 30, 40대의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남성은 연인이나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선 네댓 명이 전부였다. 동반자 없이 혼자 따라나선 필자는 꼬박 23시간 동안 그야말로 ‘꽃’에 둘러싸인 채 ‘군중 속의 고독’을 감내해야 했다.
이번 여행의 첫 경유지는 보성 율포해변의 녹차해수탕. 제법 서늘한 가을비가 오락가락하는 밤길을 꼬박 여섯 시간 동안이나 달려온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수탕을 이용하는 시간은 1시간 30분쯤 주어졌다. 뜨거운 욕탕에 있기를 워낙 싫어해서 간단히 샤워만 하고 나왔는데도 피곤하던 심신이 날아갈 듯 가뿐해졌다.
화사한 단풍숲에 둘러싸인 선암사 승선교.
예정된 시간은 거의 정확하게 지켜졌다. 다행히도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는 바람에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한 주라도 바깥바람을 쐬지 않으면 답답해서 못 산다”는 젊은 여성 가이드는 빠듯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남들보다 훨씬 더 부지런히 뛰고 살피면서 일행을 인솔했다. 그리고 버스가 다시 출발할 때마다 마이크를 잡고 다음 일정과 행선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빼놓지 않았다. 사실 패키지 여행의 성패는 가이드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곳을 여행한다고 해도 가이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이용객들은 뭔가 불편하거나 불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날의 일정을 이끈 가이드는 사명감과 책임의식이 투철해 보였고, 웃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제 9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열리는 낙안읍성 민속마을의 인파.
비탈진 차밭을 오르내린 탓에 보성 차밭에서 낙안읍성 민속마을까지의 약 1시간 동안은 눈을 붙였다. 마침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는 ‘제9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 탓에 이 마을 특유의 향토적 정취를 음미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남도의 풍성하고 맛깔스런 음식을 한자리에서 보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나주의 유명한 맛집인 하얀곰탕집(061-333-4292) 코너에서 곰탕 한 그릇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남도음식문화큰잔치에 출품된 갖가지의 남도 음식을 구경하는 관광객들.
귀경길은 열차를 이용했다. 선암사에서 약 1시간 거리인 남원역까지 버스로 이동한 다음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전체적인 일정과 코스가 거의 비슷한 다른 업체의 패키지여행상품에 비해 1만원쯤이 더 비싼 것도 열차를 귀경 교통편으로 삼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그 돈을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했다. 아무리 버스전용선을 타고 간다고 해도 고속도로에서의 정체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여행은 아침식사가 부실했다는 점과 후반부의 일정이 좀 빠듯했다는 점말고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