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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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지금 중국 유학중

조기유학생 10명 중 2, 3명꼴 동반유학 … 자녀 뒷바라지·중국어 공부 일석이조 “띵호와”

  • < 베이징=신혜선/ 중국 전문 프리랜서 > sun3331@empal.com

    입력2004-01-06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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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지금 중국 유학중
    최근 아이의 조기유학처로 중국을 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국 유학은 적어도 10년 후의 중국과 한국의 관계 변화 등을 내다보고 아이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누구나 한번쯤 떠올릴 법하다. 게다가 중국은 비교적 가깝고 비용 부담이 적은 탓에 아이와 함께 동반유학을 하며 뒷바라지에 공부까지 하는 ‘엄마 유학생’ 숫자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의 한국총유학생회가 파악한 한국 유학생 수는 1만5000여명. 한·중 수교 이전 베이징에서 공부하던 한국 유학생 수가 100여명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15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 가운데 조기유학생 비율은 최소 13% 이상을 차지한다. 베이징 현지 유학원 ‘에듀차이나컨설팅’에 따르면 8월 현재 베이징의 한국 조기유학생은 1000여명에 이르고, 상하이 역시 9월 신입생 기준으로 1000여명 수준이다. 지난해 조기유학생 각국 총계가 5700여명임을 감안할 때 전체에서 중국 조기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소 35% 선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엄마 유학생’ 수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중국 조기유학 전문유학원인 발해유학원 김훈희 원장(34)에 따르면 요즘 어머니와 아이가 동반유학을 떠나는 경우는 조기유학생 10명 가운데 2, 3명 정도라고.

    아이들 탈선 위험으로부터 보호



    엄마는 지금 중국 유학중
    조기유학은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한 유학으로, 대학생 이상의 일반유학과는 다른 독특한 면이 있다. 대부분 기숙사가 있는 학교를 선택해서 기숙사에서 생활하지만 해당 학교에 기숙사가 없는 경우 홈스테이(Homestay·외국 유학생이 일반 가정에서 지내기)를 한다. 주중에는 기숙사에서 지내고 주말에는 홈스테이를 하는 ‘혼합형’도 있다. 또 같은 홈스테이라 하더라도 중국인 가정에서 생활하는 경우, 한국인 가정에서 생활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중국인 가정 홈스테이는 대개 해당 학교 교사의 집인 예가 많다. 중국은 교사의 겸업이 불법이 아니므로 부업으로 홈스테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학교측에서 알선해주는데, 에어컨·전화·침대·책상 등이 딸린 방이 한 달에 우리돈 36만원 선. 컴퓨터와 TV가 추가되면 약 3만2000원을 더 낸다.

    한국인 가정 홈스테이는 유학원에서 알선해주는데, 한 달에 64만∼96만원으로 다양하다. 가격은 아파트의 수준과 시설, 주인과의 관계에 따라 정해진다. 베이징의 경우 최근 교회를 중심으로 유학생 보호 차원에서 범교민적으로 홈스테이에 나서기도 한다.

    엄마는 지금 중국 유학중
    기숙사 생활이나 홈스테이 대신 집을 얻어 혼자 지내는 조기유학생도 있다. 하지만 조기유학생의 독립생활이 오죽할까. 간혹 조기유학생들의 탈선 현장이 발견되기도 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와 달리 학기가 9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학생보다 평균 6개월 늦게 대학생이 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자칫 공부를 소홀히 하거나 학점관리를 잘 못할 경우 1년6개월 이상 늦기 일쑤다. 어머니들의 동반유학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시작됐다. 아이들을 탈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학제 차이 등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도 주자는 것.

    올해 9월 초 중앙미술학원에 입학한 윤모양은 한국의 또래 친구들보다 6개월 일찍 대학에 입학했다. “얘 오빠가 먼저 유학을 와서 베이징대에 다니고 있어요. 그 아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겪은 시행착오는 이루 말할 수 없지요. 그래서 딸은 제가 직접 데리고 왔어요. 학교 입학부터 미술공부하는 곳까지, 제가 직접 찾아다니고 알아봤더니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어요.” 윤양의 어머니 장모씨(48)의 말이다.

    한국에 있을 때 막연히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윤양은 중국에서 자신의 진로를 확실하게 찾은 경우다. 윤양이 입학한 중앙미술학원은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미술 단과대학이다. 윤양은 한국 동양화와 그 세계가 다르고 독특한 면이 있는 중국 동양화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윤양이 시행착오 없이 자신의 적성을 찾아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은 ‘동반유학’을 온 어머니 장씨의 공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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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용 면에서는 아이들 둘이서 생활하는 것과 저까지 셋이서 생활하는 게 비슷해요. 한국에서 혼자 지내는 남편이 힘들겠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더 효율적이에요.”

    장씨는 요즘 인근 청년정치학원 어학연수반에 다니고 있는데 중국어 중급 실력을 자랑한다. 아이들 뒷바라지가 우선이어서 낮시간에만 공부하지만 공부가 생활의 활력소라고 한다. 저녁시간에는 아이들과 인근 스포츠센터에 다니면서 수영과 헬스로 건강도 다진다.

    대신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외식이나 택시승차, 파출부 이용 등은 삼간다. 장씨의 목표는 중국어 실력을 높여서 한국에 돌아가면 문화센터 등의 강사로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그래서 그는 딸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중국에 체류하며 더 열심히 중국어 공부를 할 계획이라고.

    고등학생 딸,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역시 베이징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모씨(41)는 한국의 유명한 시인 안모씨(42)의 아내다. 고등학생인 딸이 너무 내성적이어서 “한 1년 까먹는 셈 치고” 문화관광이나 하자는 차원에서 중국에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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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가족은 처음에 한국인이 거의 없는 타이옌[太源]에 살았다. 하루 24시간을 중국인하고 부딪치다 보니 어머니, 딸, 아들의 중국어 실력이 날로 늘었다. 그렇게 생활한 지 1년이 채 안 돼 외국인 대상 중국어실력고사인 한어수평고사(HSK)에서 어머니는 5급, 딸은 7급의 성적을 얻었다.

    “원래는 1년만 살다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아이들이 의외로 적응을 잘해 아예 베이징대 진학을 목표로 정하고 베이징으로 옮기게 됐어요.”

    베이징대 신문방송학과나 역사학과를 지망할 계획을 갖고 있는 딸은 지난 학기 세청(世靑)고교 3학년 1반에서 7등을 했다. 1반은 베이징대 입시반이라는 별칭이 붙은 반. 박씨는 딸이 전학온 ‘시골 학생’ 치곤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기뻐했다.

    “딸뿐 아니라 아들도 중국생활이 재미있다고 해요. 한국에서는 쉴새없이 여러 학원을 오갔는데 이제는 숨통이 트여서 그런지 키도 15cm나 훌쩍 컸어요.”

    공과금 납부, 카드 결제일 등 전에는 한 번도 챙기지 않았던 일을 하면서 외롭게(?) 사는 아빠 안씨는 그런 아들이 여간 대견하지 않다. 그는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중국에 들러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돌아온다.

    “한 달에 한 번 중국을 오가며 여행하는 비용 외엔 그리 많이 들지 않습니다. 전화카드를 이용해서 하루에 한 번 전화통화는 기본이고, 가족이 함께 만든 홈페이지(www.freechal. com/ ahnsland)를 통해 각각 서울과 중국 생활을 적고 가끔 채팅도 하면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박씨는 중국에서 처음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경제관리간부학원 어학연수반 중급반에 다니고 있다.

    “딸 또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니 자극이 많이 돼요. 또 언니로서, 아줌마로서 해주고 싶은 얘기도 많구요.”

    박씨와 같은 반에서 공부하는 강소희양(22)은 “아줌마가 굉장히 적극적이어서 HSK시험도 보고, 수업에 빠지는 애들이 있으면 야단도 치고, 식사초대도 자주 해준다”면서 “우리 반에 같은 처지의 아줌마가 올해 초 서너 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경제관리간부학원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관리하며 유학생부를 담당하는 왕위씨(汪鈺·36)는 “아줌마 유학생들이 느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공부도 열심히 하고 수업도 빠지지 않아 학습 분위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간부학원에는 올 9월만 해도 약 30명의 한국인 아줌마 신입생이 입학했으며, 인근 청년정치학원에도 약 40명의 아줌마 학생이 입학했다.

    각각 초등학교 2학년, 1학년인 아들들을 데리고 역시 동반유학중인 최씨(45)도 비슷한 처지다. 동인천 화교촌 가까이 살았던 그는 일찍부터 중국인들과 접하면서 중국을 친숙하게 여기게 됐다.

    “우리 부부는 돈도 없고 힘도 없어요. 아이들에게 물려줄 거라곤 ‘지식’밖에 없다는 생각에 남편과 상의해서 오게 되었죠.”

    인천에서 작은 사업을 하는 남편이 보내주는 생활비로 빠듯하게 생활한다는 최씨는 “공부하면서 새롭게 얻는 게 많아 결코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 근처 회가사립(匯家私立) 기숙학교에 다니는 큰아들은 지난 학기 전교에서 2등을 했다. 인천 화교학교 안의 유치원을 다닌 덕분에 중국어를 잘하고 피아노·수영·서예 등의 특별활동에도 취미가 있어 열심히 하고 있다. 아이는 기숙학교에서 지내다 금요일 오후 4시에 집으로 돌아오고, 다시 일요일 저녁 7시에 학교로 돌아간다.

    최씨는 멀리 중국까지 와서 한 주에 5일씩 떨어져 지내는 게 마음 아프지만 “자식이 하나인 중국 어머니들도 아이는 독립적으로 씩씩하게 키워야 한다며 기숙학교에 많이 보내는 추세라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이 중국어를 공부하느라 애를 먹고 있지만 공부와 씨름하면서 보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보람을 찾는다고.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온 김씨(48)는 경제관리간부학원 초급반에 다니는데 ‘적지 않은 나이에’ 공부하자니 병이 날 정도라며 엄살이다. 하지만 아들이 즐겁게 생활하는 걸 보면서 위안을 찾는다고.

    역시 회가사립 기숙학교에 다니는 아들 서군은 “중국애들이 순진해서 좋고, 영어실력이 뛰어나 굉장히 놀랐다”면서 “중국애들도 한국에 관심이 많아 연예인이나 축구 얘기를 하다보면 금세 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발해유학원 김훈희 원장은 “각 유학원마다 어머니들의 진로 상담까지 하고 있다”면서 “어머니와 아이의 동반유학을 결심하기 전에 먼저 전문가를 찾아 상의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동반유학은 아이들에게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어머니들에게는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일거양득이 될 수 있다. 외화낭비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도 있지만 ‘가까운 이웃’ 중국으로의 동반유학은 새로운 기회의 시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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