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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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짚어본 한국인 소비 트렌드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4-10-11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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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꼼꼼히 짚어본 한국인 소비 트렌드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글이 이메일을 통해 전 세계에 퍼지자 이 책의 제목이나 형식을 빌린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인 가자키 시게루가 쓴 ‘축구 제전에 모인 32개국 친구들’이다. 이 책의 광고 카피는 “참가국을 100명의 마을이라고 한다면 친구의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고 적고 있다.

    조은정의 ‘한국이 15명의 시장이라면?’은 ‘세계가 만일…’에서 제목을 빌리고, 페이스 팝콘의 ‘팝콘 리포트’(한국어판 제목은 ‘클릭 미래 속으로’)에서 내용과 형식을 빌린 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15명의 소비자가 있다면 그들이 나타내는 15가지의 전형적인 소비 트렌드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먼저 디지털시대 소비자의 특성을 ‘감성표현’ ‘합리성 회복’ ‘행복 추구’의 세 가지 축으로 분류하고 오늘날 대표적인 소비자를 “합리적으로 소비생활을 하지만 감성표현 욕구를 감추지 못하며 기술과 경제 발전 속에서 개인의 행복을 갈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저자가 찾아낸 15가지 소비 트렌드를 정답부터 말하면, 1 끼리끼리 커뮤니티, 2 옛날이 좋았지, 3 뭐 재밌는 거 없니? 4 나도 부자이고 싶다, 5 나는 나, 6 예쁘게 더 예쁘게, 7 오염된 지구를 지켜라, 8 방콕 스타일, 9 누가 진정한 위인인가, 10 이젠 너무 똑똑한 소비자, 11 바쁘다 바빠, 12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게, 13 이제 더 이상 무기력한 노인은 없다, 14 키드 짱, 15 여자 세상이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은 페이스 팝콘이 만든 17가지 분석 틀에 빚을 지고 있다. 그러나 팝콘의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는 대신, ‘우리나라도 정말 그런가’라는 질문에 충실히 답하고자 해서 남의 이야기 같은 불편함이나 거부감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팝콘이 ‘마음의 안식처’라고 표현한 트렌드를 조은정씨는 ‘옛날이 좋았지’로 표현했다. 키티 인형이나 로봇 장난감에 열광하는 ‘철이 안 든 어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와 뽑기와 쫀드기, 뽕짝이 재등장하는 등 복고 유행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또 팝콘의 대명사이기도 한 ‘코쿠닝’(소비자들이 위험한 외부를 피해 안전하고 포근한 가정 같은 환경을 선호한다는 것)을 순 우리식 표현인 ‘방콕 스타일’로 바꾸었다.



    꼼꼼히 짚어본 한국인 소비 트렌드
    이 책의 장점은 트렌드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활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가족관계는 붕괴되고 있지만 가치관이나 취미가 같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이 ‘끼리끼리 커뮤니티’ 문화인데, 만약 기업이 이 트렌드를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고자 한다면 고객과 우정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나 새턴 자동차를 사는 고객들은 제품을 산다고 생각하지 않고 공동체에 가입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 반면 자로 잰 듯 지나치게 깍듯한 서비스는 오히려 기업과 고객 간의 친밀감을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옛날이 좋았지’라는 컨셉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과거 방식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재래시장에 잘 가지 않는 이유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현대적 시설을 갖춘 대규모 할인매장에서 재래시장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면 그쪽을 선호할 것이다. 또 과거에 대한 향수란 반드시 그 시절을 경험한 나이 든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님도 분명하다. 젊은 사람들에게 과거는 향수가 아닌 새로운 문화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연구소 소속인 만큼, 이 책은 생산자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어떤 물건 혹은 서비스를, 어떻게 팔 것인가 도와주는 마케팅 기초 자료다. 그러나 소비 패턴의 변화를 읽어냄으로써 우리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의 변화까지 가늠해 볼 기회가 된다. ‘소비자도 모르는 소비자의 마음’을 따라잡는 일이 얼마나 흥미로운가.

    조은정 지음/ 지식공작소 펴냄/ 368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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