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3일과 24일 형(구속) 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외부에 나와 있던 재소자 2명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0년 11월 청주교도소에 들어간 김혜자씨(34)와 지난해 11월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미결수 박명원씨(54)가 그 주인공.
부검 결과 밝혀진 사인은 김씨의 경우 자궁암, 박씨는 중증 폐질환이었다. 이처럼 사인이 명확한데도 인권단체들은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었다”며 그들의 ‘죽음’ 앞에 ‘억울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왜 그럴까?
인권실천시민연대 등 인권단체들은 “교정당국이 사경을 헤매는 환자를 교정 시설 내에 방치한 채 치료를 포기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재소자의 기본적 진료권조차 박탈했다”고 주장한다. 이들 단체가 동료 재소자와 관계자들로부터 녹취한 증언은 ‘설마’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다.
우선 김씨는 자궁암 진단과 수술 처방을 받고도 4개월 동안 교도소에 방치됐다가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풀려나 사망한 경우. 청주교도소에 미결수로 수감중이던 김씨는 지난해 2월 심한 하혈로 외부 병원으로 후송돼 자궁암 2기 판정을 받고 법무부로부터 한 달간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밖에 나간 김씨는 정작 수술을 받지 못했다. 재소자라는 신분 때문에 건강보험 대상에서 제외돼 한 달의 대부분을 보험증을 새로 만드는 데 허비했기 때문.
3월에 재수감된 김씨는 4년형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로 옮겨졌다. 4월 말 이 되자 김씨는 수술도 불가능한 말기 상태까지 악화됐다. 하지만 7월 퇴소할 때까지 김씨가 받은 진료는 단 두 번이었다. 그것도 진통제 투여가 고작이었고, 항암제 투여나 방사선 치료 등 적극적 치료는 전혀 없었다. 수술을 받게 해달라는 두 차례 요구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당했다.
김씨와 함께 복역했던 이모씨(지난해 6월 출소)는 “진통제가 없으면 해열제와 두통약을 30알씩 삼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4개월간 교도소에 대책 없이 갇혀 있던 김씨는 지난해 7월4일 복수가 가득 찬 배가 “남산만해질 정도”가 되자 형집행정지로 풀려 나왔다. 이씨는 “그렇게 내보내 달라고 해도 모른 체하던 교도소측이 김씨의 상태가 최악에 이르자 다급하게 (출소 후 후견인을 맡은 이씨에게) 인수를 제의했다”고 말한다. 이후 청주 꽃마을요양원에서 하루 50~60알의 진통제를 먹으며 간신히 생명을 연장해 오던 김씨는 지난 3월23일 숨을 거뒀다.
휴대폰 한 대를 훔쳐 구속된 박씨의 죽음은 동료 재소자들의 빗발치는 격리치료 요구를 구치소측이 묵살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인권실천시민연대의 병상일지 확인 결과 지난해 11월30일 입감 신체검사 당시 박씨는 이미 ‘만성 폐결핵’ 또는 ‘만성 기관지 폐쇄증’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한 달 후인 1월6일 외부 병원에 후송돼 뇌사 상태에 빠질 때까지 박씨가 구치소 의무과로부터 받은 진료는 12월10일 엑스레이 촬영 결과 통보와 1월4일 동상 연고 및 피부약 처방이 전부였다.
재소자들의 증언도 한결같다. “입감 때부터 심한 기침과 가래를 뱉어내고 피부를 긁어대 박씨를 병사로 옮겨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대·소변도 구별하지 못해 재소자들이 박씨의 대변이 묻은 옷을 사방 입구에 걸어놓고 항의시위까지 했지만 묵살당했다. 가래를 직접 받아 의무과에 보내 진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헛소리를 하던 박씨는 결국 1월6일 실신했고 병원으로 옮겼을 때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버티던 박씨는 3월24일 눈을 감았다.
대전교도소와 수원구치소 관계자들은 “교도소가 병을 치료해 주는 곳도 아니고, 모든 것을 법대로 처리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인권운동사랑방 유해정 간사는 “교정당국은 ‘질병에 걸린 수용자에 대해 병실 수용 및 기타 적당한 치료를 해야 한다’는 행형법 26조의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했다. 병세가 깊어져 사망 책임을 지게 될 상황이 돼서야 재소자를 내보낸 것은 지극히 비인도적인 행태”라고 비판한다. 유간사는 “박씨와 김씨의 사례 외에도 지난해 11월 호흡 곤란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서울구치소에 입감됐다가 지난 1월7일 사망한 조순원씨, 간질 증세를 보이며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됐다 숨진 황영환씨 등 지난 2년 동안 교정 시설 내 의료 처우 문제와 관련한 민원이 200여건이나 들어와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교정 시설이 이렇듯 의료 사각지대가 된 것은 시설 내 의료진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부추기는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비롯한다. 턱없이 모자라는 의료 인력과 예산, 보건지소보다 못한 의료 장비, 법 조항 미비 등이 바로 그것. 수원구치소의 한 관계자는 “하루 400명 이상의 재소자를 진료해야 한다. 박명원씨 사건 당시에는 설상가상으로 두 명이던 의무관 중 한 명이 사표를 낸 상태였다. 게다가 꾀병 환자가 많아 더욱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2001년 8월 현재 전국 교정 시설에 수감중인 수용자는 6만2000명. 그러나 의사는 단 53명뿐(공중보건의 23명)이고, 더욱이 유병률이 높은 치과나 정신과, 산부인과 전문인력은 배치조차 되어 있지 않다. 이것도 결원이 없을 때의 이야기고, 광주교도소의 경우는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의사가 단 한 명도 없는 의료 공백 상태였다. 심지어 제주교도소 등 일부 교도소는 일반 개업의가 의무관을 동시에 맡고 있다.
올 1월30일 2년 형량을 마치고 제주교도소를 나온 설모씨(여·29)는 “의무관이 점심시간에 잠시 와 진료하고 돌아가곤 한다. 지난 1년 동안 여섯 차례나 온몸이 마비되는 증상과 함께 실신을 했지만 단 한 번 외부의 산부인과 의원에 데려갔다. 심지어 의무관은 자신이 경영하는 개인의원(내과)에 데려가 감기몸살 약을 지어줬다”고 털어놓았다. 설씨는 출소 후 대학병원에서 CT와 MRI 촬영을 거쳐 뇌종양 3기 판정을 받고 최근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몸이 불편한 상태. 설씨는 “외부 종합병원의 정확한 검진을 요구했지만 영치금이 없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교도소측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설씨처럼 일반인이 봐도 이상 증세가 분명한 재소자가 정밀 진단을 받을 수 없는 실질적 이유는 재소자 의료비용이 1인당 연간 5만9000원에 불과한 데다 교도소 내에 의료 시설도 부족하기 때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종명씨(의사)는 “미국 주립교도소의 경우 재소자 1인당 연간 의료비가 많게는 3200달러가 넘고, 재소자 의료예산이 전체 교정예산의 15%를 차지한다. 또 교도소 내에 웬만한 준 종합병원에 해당하는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엑스레이 시설조차 없는 교도소도 있다”고 말한다. 교정당국이 교도소 내 의료 장비로 감당이 안 되는 질환에 걸린 재소자가 진료비 지불 능력이 없는 경우 외부 병원 진료를 극히 꺼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인권단체의 비판에도 법무부 입장은 단호하다. “죄를 지은 사람이 일반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 질병에 걸린 재소자들의 사망 사건은 우리 책임이 아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법무부 A교정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교정당국은 “재소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인권단체와 재소자의 항변에 귀기울여야 할 듯하다.
부검 결과 밝혀진 사인은 김씨의 경우 자궁암, 박씨는 중증 폐질환이었다. 이처럼 사인이 명확한데도 인권단체들은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었다”며 그들의 ‘죽음’ 앞에 ‘억울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왜 그럴까?
인권실천시민연대 등 인권단체들은 “교정당국이 사경을 헤매는 환자를 교정 시설 내에 방치한 채 치료를 포기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재소자의 기본적 진료권조차 박탈했다”고 주장한다. 이들 단체가 동료 재소자와 관계자들로부터 녹취한 증언은 ‘설마’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다.
우선 김씨는 자궁암 진단과 수술 처방을 받고도 4개월 동안 교도소에 방치됐다가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풀려나 사망한 경우. 청주교도소에 미결수로 수감중이던 김씨는 지난해 2월 심한 하혈로 외부 병원으로 후송돼 자궁암 2기 판정을 받고 법무부로부터 한 달간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밖에 나간 김씨는 정작 수술을 받지 못했다. 재소자라는 신분 때문에 건강보험 대상에서 제외돼 한 달의 대부분을 보험증을 새로 만드는 데 허비했기 때문.
3월에 재수감된 김씨는 4년형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로 옮겨졌다. 4월 말 이 되자 김씨는 수술도 불가능한 말기 상태까지 악화됐다. 하지만 7월 퇴소할 때까지 김씨가 받은 진료는 단 두 번이었다. 그것도 진통제 투여가 고작이었고, 항암제 투여나 방사선 치료 등 적극적 치료는 전혀 없었다. 수술을 받게 해달라는 두 차례 요구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당했다.
김씨와 함께 복역했던 이모씨(지난해 6월 출소)는 “진통제가 없으면 해열제와 두통약을 30알씩 삼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4개월간 교도소에 대책 없이 갇혀 있던 김씨는 지난해 7월4일 복수가 가득 찬 배가 “남산만해질 정도”가 되자 형집행정지로 풀려 나왔다. 이씨는 “그렇게 내보내 달라고 해도 모른 체하던 교도소측이 김씨의 상태가 최악에 이르자 다급하게 (출소 후 후견인을 맡은 이씨에게) 인수를 제의했다”고 말한다. 이후 청주 꽃마을요양원에서 하루 50~60알의 진통제를 먹으며 간신히 생명을 연장해 오던 김씨는 지난 3월23일 숨을 거뒀다.
휴대폰 한 대를 훔쳐 구속된 박씨의 죽음은 동료 재소자들의 빗발치는 격리치료 요구를 구치소측이 묵살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인권실천시민연대의 병상일지 확인 결과 지난해 11월30일 입감 신체검사 당시 박씨는 이미 ‘만성 폐결핵’ 또는 ‘만성 기관지 폐쇄증’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한 달 후인 1월6일 외부 병원에 후송돼 뇌사 상태에 빠질 때까지 박씨가 구치소 의무과로부터 받은 진료는 12월10일 엑스레이 촬영 결과 통보와 1월4일 동상 연고 및 피부약 처방이 전부였다.
재소자들의 증언도 한결같다. “입감 때부터 심한 기침과 가래를 뱉어내고 피부를 긁어대 박씨를 병사로 옮겨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대·소변도 구별하지 못해 재소자들이 박씨의 대변이 묻은 옷을 사방 입구에 걸어놓고 항의시위까지 했지만 묵살당했다. 가래를 직접 받아 의무과에 보내 진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헛소리를 하던 박씨는 결국 1월6일 실신했고 병원으로 옮겼을 때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버티던 박씨는 3월24일 눈을 감았다.
대전교도소와 수원구치소 관계자들은 “교도소가 병을 치료해 주는 곳도 아니고, 모든 것을 법대로 처리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인권운동사랑방 유해정 간사는 “교정당국은 ‘질병에 걸린 수용자에 대해 병실 수용 및 기타 적당한 치료를 해야 한다’는 행형법 26조의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했다. 병세가 깊어져 사망 책임을 지게 될 상황이 돼서야 재소자를 내보낸 것은 지극히 비인도적인 행태”라고 비판한다. 유간사는 “박씨와 김씨의 사례 외에도 지난해 11월 호흡 곤란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서울구치소에 입감됐다가 지난 1월7일 사망한 조순원씨, 간질 증세를 보이며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됐다 숨진 황영환씨 등 지난 2년 동안 교정 시설 내 의료 처우 문제와 관련한 민원이 200여건이나 들어와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교정 시설이 이렇듯 의료 사각지대가 된 것은 시설 내 의료진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부추기는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비롯한다. 턱없이 모자라는 의료 인력과 예산, 보건지소보다 못한 의료 장비, 법 조항 미비 등이 바로 그것. 수원구치소의 한 관계자는 “하루 400명 이상의 재소자를 진료해야 한다. 박명원씨 사건 당시에는 설상가상으로 두 명이던 의무관 중 한 명이 사표를 낸 상태였다. 게다가 꾀병 환자가 많아 더욱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2001년 8월 현재 전국 교정 시설에 수감중인 수용자는 6만2000명. 그러나 의사는 단 53명뿐(공중보건의 23명)이고, 더욱이 유병률이 높은 치과나 정신과, 산부인과 전문인력은 배치조차 되어 있지 않다. 이것도 결원이 없을 때의 이야기고, 광주교도소의 경우는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의사가 단 한 명도 없는 의료 공백 상태였다. 심지어 제주교도소 등 일부 교도소는 일반 개업의가 의무관을 동시에 맡고 있다.
올 1월30일 2년 형량을 마치고 제주교도소를 나온 설모씨(여·29)는 “의무관이 점심시간에 잠시 와 진료하고 돌아가곤 한다. 지난 1년 동안 여섯 차례나 온몸이 마비되는 증상과 함께 실신을 했지만 단 한 번 외부의 산부인과 의원에 데려갔다. 심지어 의무관은 자신이 경영하는 개인의원(내과)에 데려가 감기몸살 약을 지어줬다”고 털어놓았다. 설씨는 출소 후 대학병원에서 CT와 MRI 촬영을 거쳐 뇌종양 3기 판정을 받고 최근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몸이 불편한 상태. 설씨는 “외부 종합병원의 정확한 검진을 요구했지만 영치금이 없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교도소측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설씨처럼 일반인이 봐도 이상 증세가 분명한 재소자가 정밀 진단을 받을 수 없는 실질적 이유는 재소자 의료비용이 1인당 연간 5만9000원에 불과한 데다 교도소 내에 의료 시설도 부족하기 때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종명씨(의사)는 “미국 주립교도소의 경우 재소자 1인당 연간 의료비가 많게는 3200달러가 넘고, 재소자 의료예산이 전체 교정예산의 15%를 차지한다. 또 교도소 내에 웬만한 준 종합병원에 해당하는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엑스레이 시설조차 없는 교도소도 있다”고 말한다. 교정당국이 교도소 내 의료 장비로 감당이 안 되는 질환에 걸린 재소자가 진료비 지불 능력이 없는 경우 외부 병원 진료를 극히 꺼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인권단체의 비판에도 법무부 입장은 단호하다. “죄를 지은 사람이 일반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 질병에 걸린 재소자들의 사망 사건은 우리 책임이 아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법무부 A교정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교정당국은 “재소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인권단체와 재소자의 항변에 귀기울여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