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대를 지배하는 엘리트로서 ‘보보’(Bobo·부르주아 보헤미안)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데이비드 브룩스는 그들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영적인 삶’이라고 했다. 요즘 미국의 보보들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무대인 몬태나 주 빅블랙풋 강변으로 달려간다. 그곳에 앉아 시간이 멈추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신비스러운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브룩스는 이를 1850년대 금맥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몰려가던 골드러시에 비유해 ‘소울러시’(soul rush)로 명명했다.
21세기 한국 땅에서도 ‘소울러시’가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몬태나 강변 대신 깊은 산속의 수련원이나 도심의 선방으로 몰려간다. 그곳에 숨가쁜 도시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줄 청량제가 있고, 끊임없이 벌어들이고 그만큼 소비해야만 하는 현대 사회의 집착과 번뇌를 녹여버릴 해독제가 있다고 믿는다. 홍익요가연구원에서 2년째 요가수련을 하고 있는 형순호씨(31)는 “소설 ‘단’(丹)을 읽고 불교 수행법이나 선도수련, 명상법 등에 관심을 가졌지만 한 가지 수련도 계속하지 못했다”면서 “IMF사태 때 졸업을 앞두고 최악의 스트레스를 겪으며 요가와 인연을 맺었는데, 수련을 통해 부조화 속에 내팽개쳐진 몸 상태를 알게 되고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것도 느꼈다. 그런데 요가를 통해 몸이 변화한 것도 수확이지만 ‘진정한 배움의 시작은 자신이 아는 것이 없음을 확실히 깨달을 때’라고 하신 스승의 말씀을 듣고 ‘나는 아직도 아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더 큰 수확이었다”고 말한다.
21세기의 개막을 앞두고 열린 ‘새천년을 여는 수련문화 공개토론회’(1999년 9월)에서 이화여대 정재서 교수(중문학)는 “국내 수련 인구가 이미 100만명을 돌파해 이제 수련은 개인의 심신수련 차원을 넘어 중요한 시민문화, 대중문화로 정착될 단계에 왔다”고 했다.
그로부터 3년. 국내 최대 수련단체로 알려진 단학선원의 경우만 해도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수련장만 300군데다. 그 밖에 직장 및 시·군·구민회관 등 3000여곳에서 수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단학선원의 고영민 홍보팀장은 “정식 회원은 10만명이지만 단학을 거쳐간 사람은 100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단기 체험자를 포함해 국내 수련 인구는 이미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련문화가 대중화된 계기로는 1984년 정신세계사에서 나온 소설 ‘단’(丹)의 성공을 꼽는 이들이 많다. 이때부터 일반인들도 단전호흡이나 운기조식(運氣調息)과 같은 수련용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물론 1970년대에 ‘국선도’(당시는 정각도)가 대중 수련의 길을 열었으나 초기에는 신체 단련 위주의 외공에 머물렀다. 그 무렵 공중 부양으로 화제를 모았던 ‘초월명상’(TM)과 ‘잠재의식’을 강조한 마인드 컨트롤이 가세함으로써 전통 수련법과 외국에서 수입된 수련법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저변 확대에 나섰다. 여기에 1985년 ‘몸과 마음의 건강’을 표방한 단학선원이 등장, ‘기 신드롬‘을 일으키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수련 시대를 열었다.
수련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정신세계원 강좌들을 보면 최근 국내 수련계 동향이 한눈에 들어온다. 4~5월중 진행되는 강좌만 해도 영적 치유를 위한 최면교실, 심령정화 기수련, 영성 치유, 오라 리딩, 기공사 양성, 중국 민간요법 꽈샤, 기와 사랑의 약손요법, 염력, 시조 소리, 금연 소리선, 바디 리콜, 바른 자세, 리발란싱, 요가 니드라, 정인점혈, 기적의 천의선도, 신 탄트라, 소리기공과 유체 이탈, 기적의 손, 명상영어, 애니어그램, 타로카드 점, 점성학 등 제목만으로는 언뜻 내용을 알 수 없는 것들도 많다.
단전호흡이나 참선이 전부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심신수련 강좌(대체요법 포함)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중요 무형문화재 가사 이수자인 박종순씨의 시조강좌는 심신수련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교육 내용을 보면 평시조를 통한 수직호흡, 사설시조를 통한 수평호흡, 지름시조를 통한 바른 뇌호흡을 배운다. 국선도 지도자인 김호언씨는 소리선 수련을 통해 금연법을 지도하고 있으며, 영어강사인 박인수씨는 명상기법을 이용한 ‘깨달음 영어’를 개발했다. 이 방법은 두뇌 속의 한국어 방을 꺼짐 모드로 전환하고 영어를 집어넣는 방식인데 특히 청취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2000년대 들어 수련의 목적은 인간을 스트레스나 분노, 욕망의 굴레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거나 폭넓은 의미의 건강 회복 차원에 머물지 않고, 학습능력을 높이고 담배를 끊고 다이어트를 하는 등 구체적이고 단기적인 효과인 경우가 많다. 개중에는 암과 같은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수련을 병행하거나 기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심신수련은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정신과 진료 과정에 명상과 도덕경 토론시간을 마련한 이정호 교수(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정신과)는 “결코 논리적이라고 할 수 없는 명상을 통해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분명하다. 특히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는 대인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며 명상의 치유 효과를 인정했다. 명상을 통해 각종 약물치료를 끊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는 체험은 이제 새로울 게 없다.
199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건강의 정의를 바꾸어 ‘영적 건강’의 중요성을 인정함으로써 종교적 생활과 대체의학의 영역을 인정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건강의 개념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로 단순히 질병이나 장애 부재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고 규정해 왔으나, 이후 “육체뿐 아니라 영혼까지 맑고 역동적인 상태”로 바뀌었다. 이제 심신수련은 종교적 수행자들이나 하는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현대인들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반적인 체험이 되었다.
국내 심신수련 문화의 특징은 국적 불문에다 종교적 배경도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불교의 참선이나 선도(仙道) 수련 등 전통적 방식을 중심으로 이를 변형한 각종 수련법이 경쟁하고 있지만, 수련계에 불고 있는 ‘해외 바람’도 만만치 않다. 초월명상, 마인드 컨트롤 외에도 오쇼명상, 아난다 마르가, 산트마트 명상, 라자요가, 아봐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수십개의 수련단체가 활동중이다. 대부분 인도의 힌두식 수련법이 미국과 유럽으로 건너가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완성돼 한국으로 수입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파륜궁처럼 기공의 원조를 내세우는 중국의 수련법이 직수입된 경우도 있다. 목사님이 단전호흡을 하거나, 신부님이 참선 수련에 몰두하는 모습이 더 이상 이상할 게 없는 현실이다.
과거에는 일 대 일 지도나 단체 강습을 통해 프로그램이 보급되었으나 최근 들어 출판물과 비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 자가 수련을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또한 해외의 새로운 수련 동향을 가장 먼저 수입해서 소개해 온 ‘정신세계사’ 외에도 ‘물병자리’ ‘아름드리미디어’ ‘나무심는사람’ 등 신생 출판사들이 이 분야를 개척해 가고 있다. 명진출판은 정민영씨의 ‘침장공’ 수련법을 책과 비디오로 동시 출간해 자가 수련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기세계닷컴(www.gisege.com)은 아예 국내 심신수련 전문강좌를 인터넷에 개설해 놓고 상시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나무심는사람’ 편집부의 박정은씨는 “미국의 뉴에이지 서적이 무분별하게 수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국내 실정은 수련의 깊이에 비해 이론적인 토대가 약한 것이 흠이다. 아직도 영성 관련 서적들이 서점의 건강·레저 코너에 꽂히고 있는 실정에서 다양한 해외 서적들의 수입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수련문화의 폭발적인 확산 뒤에는 문파의 난맥상, 신비주의, 상업주의, 종교화, 우상화라는 위험성이 있다. 99년 열린 ‘새천년을 여는 수련문화 토론회’는 바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여기서 경상대 안동준 교수(국어교육)는 “수련문화가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그친다면 그보다 좋을 것이 없다. 그러나 수련을 하다 보면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 같고, 계속 다른 경지를 접하게 되는데 그 순간 조그만 욕심이 생겨도 위험하다”고 했다.
불교계 한 수련 지도자도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너무 독한 약을 쓰면 몸 전체가 망가지는 법이다. 지금 국내 수련계의 모습이 그러하다. 한국인처럼 수련을 하면서 자신이 몇 단계인지에만 집착하는 사람들도 없다. 그러다 보니 더 쉽고 빠른 방법을 찾아다닌다. 일부 수련 중에는 정신을 비우고 거기에 갑자기 심한 자극을 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에는 편안한 듯 느끼지만 일상생활에 적응을 못할 수도 있다. 여러 수련 중에서 이것이 전부고 내가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5개월 동안 한 수련단체에서 호흡수련을 배우다 중단한 김모씨(39)는 “처음에는 하루 일과를 차분히 명상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가끔 사범이 기를 넣어주어 일종의 기 체험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수련과는 관계없이 스승을 하늘처럼 모신다거나 명상중 ‘무엇무엇을 보았다’ ‘어떤 메시지를 들었다’는 식의 신비체험을 너무 강조해 개인적인 믿음(가톨릭)에 위배되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불교계에서는 많은 불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아봐타나 마음수련 등 소위 ‘제3수행법’이 과연 불교 수행이냐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련단체의 종교화 문제 외에도 일부에서는 피라미드식 조직운영이나 수련 외의 물품 강매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문화센터 등에서 하는 일반강좌 자리를 놓고 단체간에 정통성 시비가 벌어지거나 지도자의 자격을 문제 삼는 등 혼탁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깨달음’도 상품이 된 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왜 수련을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번뇌를 지우고 집착을 떨치기 위해 시작한 심신수련이 어떤 경지에 오르겠다는 또 다른 욕망을 낳고 있는 것은 아닌가.
21세기 한국 땅에서도 ‘소울러시’가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몬태나 강변 대신 깊은 산속의 수련원이나 도심의 선방으로 몰려간다. 그곳에 숨가쁜 도시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줄 청량제가 있고, 끊임없이 벌어들이고 그만큼 소비해야만 하는 현대 사회의 집착과 번뇌를 녹여버릴 해독제가 있다고 믿는다. 홍익요가연구원에서 2년째 요가수련을 하고 있는 형순호씨(31)는 “소설 ‘단’(丹)을 읽고 불교 수행법이나 선도수련, 명상법 등에 관심을 가졌지만 한 가지 수련도 계속하지 못했다”면서 “IMF사태 때 졸업을 앞두고 최악의 스트레스를 겪으며 요가와 인연을 맺었는데, 수련을 통해 부조화 속에 내팽개쳐진 몸 상태를 알게 되고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것도 느꼈다. 그런데 요가를 통해 몸이 변화한 것도 수확이지만 ‘진정한 배움의 시작은 자신이 아는 것이 없음을 확실히 깨달을 때’라고 하신 스승의 말씀을 듣고 ‘나는 아직도 아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더 큰 수확이었다”고 말한다.
21세기의 개막을 앞두고 열린 ‘새천년을 여는 수련문화 공개토론회’(1999년 9월)에서 이화여대 정재서 교수(중문학)는 “국내 수련 인구가 이미 100만명을 돌파해 이제 수련은 개인의 심신수련 차원을 넘어 중요한 시민문화, 대중문화로 정착될 단계에 왔다”고 했다.
그로부터 3년. 국내 최대 수련단체로 알려진 단학선원의 경우만 해도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수련장만 300군데다. 그 밖에 직장 및 시·군·구민회관 등 3000여곳에서 수련이 이루어지고 있다. 단학선원의 고영민 홍보팀장은 “정식 회원은 10만명이지만 단학을 거쳐간 사람은 100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단기 체험자를 포함해 국내 수련 인구는 이미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련문화가 대중화된 계기로는 1984년 정신세계사에서 나온 소설 ‘단’(丹)의 성공을 꼽는 이들이 많다. 이때부터 일반인들도 단전호흡이나 운기조식(運氣調息)과 같은 수련용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물론 1970년대에 ‘국선도’(당시는 정각도)가 대중 수련의 길을 열었으나 초기에는 신체 단련 위주의 외공에 머물렀다. 그 무렵 공중 부양으로 화제를 모았던 ‘초월명상’(TM)과 ‘잠재의식’을 강조한 마인드 컨트롤이 가세함으로써 전통 수련법과 외국에서 수입된 수련법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저변 확대에 나섰다. 여기에 1985년 ‘몸과 마음의 건강’을 표방한 단학선원이 등장, ‘기 신드롬‘을 일으키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수련 시대를 열었다.
수련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정신세계원 강좌들을 보면 최근 국내 수련계 동향이 한눈에 들어온다. 4~5월중 진행되는 강좌만 해도 영적 치유를 위한 최면교실, 심령정화 기수련, 영성 치유, 오라 리딩, 기공사 양성, 중국 민간요법 꽈샤, 기와 사랑의 약손요법, 염력, 시조 소리, 금연 소리선, 바디 리콜, 바른 자세, 리발란싱, 요가 니드라, 정인점혈, 기적의 천의선도, 신 탄트라, 소리기공과 유체 이탈, 기적의 손, 명상영어, 애니어그램, 타로카드 점, 점성학 등 제목만으로는 언뜻 내용을 알 수 없는 것들도 많다.
단전호흡이나 참선이 전부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심신수련 강좌(대체요법 포함)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중요 무형문화재 가사 이수자인 박종순씨의 시조강좌는 심신수련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교육 내용을 보면 평시조를 통한 수직호흡, 사설시조를 통한 수평호흡, 지름시조를 통한 바른 뇌호흡을 배운다. 국선도 지도자인 김호언씨는 소리선 수련을 통해 금연법을 지도하고 있으며, 영어강사인 박인수씨는 명상기법을 이용한 ‘깨달음 영어’를 개발했다. 이 방법은 두뇌 속의 한국어 방을 꺼짐 모드로 전환하고 영어를 집어넣는 방식인데 특히 청취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2000년대 들어 수련의 목적은 인간을 스트레스나 분노, 욕망의 굴레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거나 폭넓은 의미의 건강 회복 차원에 머물지 않고, 학습능력을 높이고 담배를 끊고 다이어트를 하는 등 구체적이고 단기적인 효과인 경우가 많다. 개중에는 암과 같은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수련을 병행하거나 기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심신수련은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정신과 진료 과정에 명상과 도덕경 토론시간을 마련한 이정호 교수(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정신과)는 “결코 논리적이라고 할 수 없는 명상을 통해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분명하다. 특히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는 대인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며 명상의 치유 효과를 인정했다. 명상을 통해 각종 약물치료를 끊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는 체험은 이제 새로울 게 없다.
199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건강의 정의를 바꾸어 ‘영적 건강’의 중요성을 인정함으로써 종교적 생활과 대체의학의 영역을 인정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건강의 개념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로 단순히 질병이나 장애 부재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고 규정해 왔으나, 이후 “육체뿐 아니라 영혼까지 맑고 역동적인 상태”로 바뀌었다. 이제 심신수련은 종교적 수행자들이나 하는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현대인들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반적인 체험이 되었다.
국내 심신수련 문화의 특징은 국적 불문에다 종교적 배경도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불교의 참선이나 선도(仙道) 수련 등 전통적 방식을 중심으로 이를 변형한 각종 수련법이 경쟁하고 있지만, 수련계에 불고 있는 ‘해외 바람’도 만만치 않다. 초월명상, 마인드 컨트롤 외에도 오쇼명상, 아난다 마르가, 산트마트 명상, 라자요가, 아봐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수십개의 수련단체가 활동중이다. 대부분 인도의 힌두식 수련법이 미국과 유럽으로 건너가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완성돼 한국으로 수입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파륜궁처럼 기공의 원조를 내세우는 중국의 수련법이 직수입된 경우도 있다. 목사님이 단전호흡을 하거나, 신부님이 참선 수련에 몰두하는 모습이 더 이상 이상할 게 없는 현실이다.
과거에는 일 대 일 지도나 단체 강습을 통해 프로그램이 보급되었으나 최근 들어 출판물과 비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 자가 수련을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또한 해외의 새로운 수련 동향을 가장 먼저 수입해서 소개해 온 ‘정신세계사’ 외에도 ‘물병자리’ ‘아름드리미디어’ ‘나무심는사람’ 등 신생 출판사들이 이 분야를 개척해 가고 있다. 명진출판은 정민영씨의 ‘침장공’ 수련법을 책과 비디오로 동시 출간해 자가 수련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기세계닷컴(www.gisege.com)은 아예 국내 심신수련 전문강좌를 인터넷에 개설해 놓고 상시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나무심는사람’ 편집부의 박정은씨는 “미국의 뉴에이지 서적이 무분별하게 수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국내 실정은 수련의 깊이에 비해 이론적인 토대가 약한 것이 흠이다. 아직도 영성 관련 서적들이 서점의 건강·레저 코너에 꽂히고 있는 실정에서 다양한 해외 서적들의 수입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수련문화의 폭발적인 확산 뒤에는 문파의 난맥상, 신비주의, 상업주의, 종교화, 우상화라는 위험성이 있다. 99년 열린 ‘새천년을 여는 수련문화 토론회’는 바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여기서 경상대 안동준 교수(국어교육)는 “수련문화가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그친다면 그보다 좋을 것이 없다. 그러나 수련을 하다 보면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 같고, 계속 다른 경지를 접하게 되는데 그 순간 조그만 욕심이 생겨도 위험하다”고 했다.
불교계 한 수련 지도자도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너무 독한 약을 쓰면 몸 전체가 망가지는 법이다. 지금 국내 수련계의 모습이 그러하다. 한국인처럼 수련을 하면서 자신이 몇 단계인지에만 집착하는 사람들도 없다. 그러다 보니 더 쉽고 빠른 방법을 찾아다닌다. 일부 수련 중에는 정신을 비우고 거기에 갑자기 심한 자극을 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에는 편안한 듯 느끼지만 일상생활에 적응을 못할 수도 있다. 여러 수련 중에서 이것이 전부고 내가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5개월 동안 한 수련단체에서 호흡수련을 배우다 중단한 김모씨(39)는 “처음에는 하루 일과를 차분히 명상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가끔 사범이 기를 넣어주어 일종의 기 체험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수련과는 관계없이 스승을 하늘처럼 모신다거나 명상중 ‘무엇무엇을 보았다’ ‘어떤 메시지를 들었다’는 식의 신비체험을 너무 강조해 개인적인 믿음(가톨릭)에 위배되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불교계에서는 많은 불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아봐타나 마음수련 등 소위 ‘제3수행법’이 과연 불교 수행이냐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련단체의 종교화 문제 외에도 일부에서는 피라미드식 조직운영이나 수련 외의 물품 강매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문화센터 등에서 하는 일반강좌 자리를 놓고 단체간에 정통성 시비가 벌어지거나 지도자의 자격을 문제 삼는 등 혼탁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깨달음’도 상품이 된 시대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왜 수련을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번뇌를 지우고 집착을 떨치기 위해 시작한 심신수련이 어떤 경지에 오르겠다는 또 다른 욕망을 낳고 있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