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를 통한 정계개편 문제가 돌연 정치권의 핵심 쟁점 사안으로 등장했다. 민주당 내 ‘중도개혁포럼’(이하 중개포·회장 정균환 의원)이 1월23일 오찬 간담회에서 내각제 공론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중개포는 의원 60여명이 속해 있는 민주당 내 최대 조직으로 이전부터 대통령의 직할부대로 불릴 만큼 당권파와 주류 쪽에 가까운 성향을 보여왔다. 따라서 이 모임이 이원집정부제를 포함한 내각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이제는 내각제에 대해 논의해 볼 때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정균환 의원은 이날 모임을 갖기 이전부터 민주당은 물론 자민련 인사들과도 두루 접촉하며 “내각제를 고리로 자민련 등과의 세를 규합해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온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욱 커졌다. 한때 자민련에 ‘임대 의원’으로 가 있던 송석찬 의원도 “외부세력을 결집해 내각제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히고, 모임 직후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방문하기도 했다.
중개포의 내각제 공론화 방침이 알려진 다음날인 24일에는 쇄신연대에서 활동해 온 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이 또 내각제 개헌을 들고 나왔다. 정고문은 “정균환 의원과 내각제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김원기 상임고문 등 개혁파 의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내각제 논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내각제 서명운동 등을 펼치며 내각제를 매개로 자민련, 민국당 등 여타 세력을 규합하는 문제를 검토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의 한 사람인 한화갑 상임고문도 25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선거에 앞서 (자민련과) 합당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처럼 갑작스레 쏟아지는 내각제 논의에 여야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진원지인 민주당의 경우 한광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당내 일부 계파의 주장이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유력 대선주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구도가 흐트러지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이인제 상임고문은 “분단국가로서 최소한 통일을 이룰 때까지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대통령제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로만 가면 이회창 대통령이 확실하다’고 기대하는 한나라당도 정계개편이란 돌발 변수가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내각제 개헌을 통한 신당 창당’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자민련은 “내각제 논의에 대해 주목한다”는 짤막한 논평을 내보냈으나 당내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된 상태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자민련이 내각제를 고리로 ‘한 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민주당과 자민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일단 지방선거 전에 정계개편을 이뤄야 양당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권을 재창출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데다 자민련도 ‘충청+TK권 정당’에서 TK와 충북이 떨어져 나가면서 ‘충남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는 만큼 정계개편에 대한 양측의 이해는 맞아떨어지는 상태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 차 때문에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다. 우선 민주당에서 내각제 개헌을 거론하는 인사들은 합당이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주장을 편다. 시간을 끌면 정략적 야합이란 국민 여론이 거세질 수 있고 한나라당의 방해 공작이 개입돼 협상 조건이 나빠질 수도 있다는 논리다. 당내 경선이 이뤄지기 전에 새로운 세력들이 들어와야 이들도 경선구도에 편입돼 자연스런 융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자민련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지방선거 직전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며 협상에 나서는 것이 한나라당의 구애를 유발하고 협상 조건도 유리한 쪽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자민련은 내각제 개헌 공조의 전제 조건으로 민주당의 내각제 실천 의지와 신당 창당 여부를 꼽고 있다. 지난 97년 대선 때처럼 내각제를 빙자해 단순한 정권재창출 도구로 자민련을 이용하려는 것이라면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한 사실상의 흡수 합병 형식이 아니라 범보수권 세력을 아우르는 신당 창당의 형식을 띠어야 한다는 점도 내걸고 있다. 이 속에는 ‘JP 대통령 후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민주당 개혁성향 의원 중 일부는 대체로 내각제를 매개로 한 자민련 등과의 세력 규합에 동조하는 분위기지만, JP가 당의 얼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양당간 내각제 논의가 무르익게 되면 JP의 역할에 대한 논란도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대국민 설득 문제도 만만치 않은 과제로 남는다. 벌써부터 양당의 내각제 논의가 ‘정략적 야합’이란 비판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해 대대적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이에 “대통령제에 대한 폐해를 반복적으로 경험했으므로 이제 내각제에 대해서도 검토해 봐야 한다”는 논리로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련 정진석 대변인이 “지금의 내각제 개헌 논의는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인 만큼 지난 97년 대선 때보다 실효성이 훨씬 클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중개포는 의원 60여명이 속해 있는 민주당 내 최대 조직으로 이전부터 대통령의 직할부대로 불릴 만큼 당권파와 주류 쪽에 가까운 성향을 보여왔다. 따라서 이 모임이 이원집정부제를 포함한 내각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이제는 내각제에 대해 논의해 볼 때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정균환 의원은 이날 모임을 갖기 이전부터 민주당은 물론 자민련 인사들과도 두루 접촉하며 “내각제를 고리로 자민련 등과의 세를 규합해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온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욱 커졌다. 한때 자민련에 ‘임대 의원’으로 가 있던 송석찬 의원도 “외부세력을 결집해 내각제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히고, 모임 직후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방문하기도 했다.
중개포의 내각제 공론화 방침이 알려진 다음날인 24일에는 쇄신연대에서 활동해 온 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이 또 내각제 개헌을 들고 나왔다. 정고문은 “정균환 의원과 내각제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김원기 상임고문 등 개혁파 의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내각제 논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내각제 서명운동 등을 펼치며 내각제를 매개로 자민련, 민국당 등 여타 세력을 규합하는 문제를 검토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의 한 사람인 한화갑 상임고문도 25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선거에 앞서 (자민련과) 합당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처럼 갑작스레 쏟아지는 내각제 논의에 여야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진원지인 민주당의 경우 한광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당내 일부 계파의 주장이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유력 대선주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구도가 흐트러지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이인제 상임고문은 “분단국가로서 최소한 통일을 이룰 때까지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대통령제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로만 가면 이회창 대통령이 확실하다’고 기대하는 한나라당도 정계개편이란 돌발 변수가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내각제 개헌을 통한 신당 창당’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자민련은 “내각제 논의에 대해 주목한다”는 짤막한 논평을 내보냈으나 당내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된 상태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자민련이 내각제를 고리로 ‘한 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민주당과 자민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일단 지방선거 전에 정계개편을 이뤄야 양당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권을 재창출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데다 자민련도 ‘충청+TK권 정당’에서 TK와 충북이 떨어져 나가면서 ‘충남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는 만큼 정계개편에 대한 양측의 이해는 맞아떨어지는 상태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 차 때문에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다. 우선 민주당에서 내각제 개헌을 거론하는 인사들은 합당이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주장을 편다. 시간을 끌면 정략적 야합이란 국민 여론이 거세질 수 있고 한나라당의 방해 공작이 개입돼 협상 조건이 나빠질 수도 있다는 논리다. 당내 경선이 이뤄지기 전에 새로운 세력들이 들어와야 이들도 경선구도에 편입돼 자연스런 융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자민련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지방선거 직전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며 협상에 나서는 것이 한나라당의 구애를 유발하고 협상 조건도 유리한 쪽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자민련은 내각제 개헌 공조의 전제 조건으로 민주당의 내각제 실천 의지와 신당 창당 여부를 꼽고 있다. 지난 97년 대선 때처럼 내각제를 빙자해 단순한 정권재창출 도구로 자민련을 이용하려는 것이라면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한 사실상의 흡수 합병 형식이 아니라 범보수권 세력을 아우르는 신당 창당의 형식을 띠어야 한다는 점도 내걸고 있다. 이 속에는 ‘JP 대통령 후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민주당 개혁성향 의원 중 일부는 대체로 내각제를 매개로 한 자민련 등과의 세력 규합에 동조하는 분위기지만, JP가 당의 얼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양당간 내각제 논의가 무르익게 되면 JP의 역할에 대한 논란도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대국민 설득 문제도 만만치 않은 과제로 남는다. 벌써부터 양당의 내각제 논의가 ‘정략적 야합’이란 비판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해 대대적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이에 “대통령제에 대한 폐해를 반복적으로 경험했으므로 이제 내각제에 대해서도 검토해 봐야 한다”는 논리로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련 정진석 대변인이 “지금의 내각제 개헌 논의는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인 만큼 지난 97년 대선 때보다 실효성이 훨씬 클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