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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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혈 현실 몰라” 수능 문제 오류 있다?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04-11-24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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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혈 현실 몰라” 수능 문제 오류 있다?
    다음 문제의 정답은 무엇일까. 문항내용은 이렇다.

    ‘ABO식 혈액형을 조사할 때, 혈액이 항A혈청에만 응집반응을 나타내면 A형, 항B혈청에만 응집반응을 나타내면 B형, 항A혈청과 항B혈청에 모두 응집반응을 나타내면 AB형으로 판정한다. 다음은 철수네 가족의 혈액형에 대한 응집반응 결과를 가계도에 표시한 것이다(가계도는 철수 A형, 누나 B형, 어머니 O형, 아버지는 AB형임을 나타낸다). 철수 아버지가 수술을 받게 돼 가족 중에서 수혈을 하기로 했다. 수혈이 가능한 사람은? ①철수만 가능 ②누나만 가능 ③어머니만 가능 ④철수와 누나만 가능 ⑤세 사람 모두 가능’

    이는 지난 11월7일 치러진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인문계 과학탐구영역 17번 문항. 배점은 2점이다. 물론 정답은 ⑤다. 이는 1900년 K. 란트슈타이너가 발견한 ABO식 혈액형에 근거한 것.

    문제는 실제 수혈에선 이 원칙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 임상에서는 가족간 수혈을 금한다. 또 병·의원에선 같은 혈액형끼리만 수혈하므로 AB형인 아버지는 사실상 가족들로부터 수혈받지 못한다. 즉 ‘세 사람 모두 수혈 가능’이란 정답과 배치된다.

    이는 수혈 부작용으로 이식편대 숙주병(移植片對 宿主病·Graft vs Host Disease)이 발병할 수 있기 때문. 이 병은 수혈된 살아 있는 림프구가 유발하는 면역반응 때문에 피부발진, 발열, 간기능 저하, 황달, 설사 등의 증상이 생기는 것으로 심한 경우 사망 원인이 될 수 있어 반드시 예방이 필요하다.



    대한적십자사 중앙혈액원측은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환자 것과 다른 혈액형의 혈액을 수혈하지 않는 게 의료상식”이라고 말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혈액은행 김현옥 교수는 “전시(戰時) 또는 가족들이 굳이 고집할 경우에만 가족간 수혈을 한다. 이 경우에도 3촌 이내 혈연관계가 있는 혈액에 대해선 방사선을 쬐어 예방처리한 후 수혈한다”며 “이식편대 숙주병 때문에 일본에선 10여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4~5년 전부터 가족간 수혈이나 다른 혈액형의 수혈을 금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고사기획부 관계자는 “현실이 그런 줄 몰랐다”면서도 “출제의도는 교과서적 이론을 묻는 데 있으므로 출제상 오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연 이론과 실제 간 괴리를 교과과정에선 어느 선까지 줄이는 게 바람직할까.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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