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도 누구나 ‘햄릿’이 어떤 이야기인지는 잘 알고 있으며,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연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 같은 연극 속 대사쯤은 외우고 있으니 ‘햄릿’의 브랜드 파워는 실로 막강하다 하겠다. 그런데 이제 와 새삼스럽게 또 ‘햄릿’을 무대에 올리고 그걸 봐야 할 까닭이 있을까.
이번 국립극단의 ‘햄릿’이 새로운 건 그간의 ‘재해석’ 바람에서 벗어나 다시 고전으로 돌아간 ‘정통극’을 표방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연극계는 셰익스피어 등의 고전작품을 현대적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해 변용을 시도한 작품을 많이 선보여 왔다. 올 봄 무대에 오른 이윤택의 ‘햄릿’에는 한국적 색채를 덧입혔고, 각기 성격이 다른 세 명의 햄릿이 등장하는 ‘데포르마시옹 햄릿’이라는 작품도 있었다.
국립극장측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드라마틱하고 재해석의 여지가 많아 지금껏 다양한 형식으로 무대에 올렸지만, 정작 제대로 된 정통연극으로 만나기는 힘든 작품이다”고 ‘햄릿’을 설명한다. 따라서 이번 공연은 셰익스피어 정통연극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연출가 정진수씨는 이번 연극을 위해 ‘햄릿’을 직접 번역하면서, 셰익스피어가 살아서 오늘날의 한국 관객을 위해 작품을 썼다면 어떻게 썼을까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덕분에 자연스러운 구어체 대사들이 연극 보는 재미를 배가하고 배우들의 몸짓 또한 낭만적이면서도 역동적이다. 햄릿의 숙부 클로디우스역은 중견배우 이호재가, 탤런트 양금석이 왕비로 출연해 국립극단 단원들과 좋은 앙상블을 이룬다(9월7∼16일, 02-2274-3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