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한국의 극장가에서는 1억 달러짜리 진주만 공습(‘진주만’)도, 이집트의 무덤을 뚫고 나온 미이라(‘미이라2’)도 섹시한 라라 크로포드(‘툼 레이더’)도, 무시무시한 쥬라기공원의 공룡들(‘쥬라기공원3’)도 하나같이 힘을 쓰지 못했다. 그들은 토종깡패와 선생님(‘신라의 달밤’), 그리고 어설프지만 귀여운 엽기녀(‘엽기적인 그녀’) 앞에 일찌감치 무릎을 꿇었다.
요즘 우리 영화계는 잔칫집 마당처럼 떠들썩하고 신나는 분위기다. 거의 모든 업종의 기업들이 불황으로 신음하는 상황에서 영화공장의 불빛만은 어느 때보다 환하다. 올해는 지난 1988년 할리우드 영화 직배 이후 처음으로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선 첫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38.3%(6월30일 현재).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성적을 반영하는 9월 초가 되면 점유율은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하반기에도 흥행 가능성을 점치는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는 만큼(상자 기사 참조) 연말까지는 50%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한국영화 제작편수가 111편에 달한 10년 전(90년) 시장점유율은 20.2%에 지나지 않았다. 올해 말까지 예상 제작편수는 50편 정도. 영화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점유율은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영화를 본 관객수 또한 작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서울 관객 기준 296만 명에서 571만 명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외화 관객수는 8% 정도 증가에 그쳤다.
예전엔 ‘한국영화니까 봐주자’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젠 ‘한국영화가 재미있으니까 본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일단 개봉했다 하면 30만 명은 기본, 전국 관객 200만 명은 들어야 흥행작 대접을 받을 수 있다.
편당 제작비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제작자들은 “적어도 20억 원은 들여야 웬만한 영화 한편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반기에 개봉할 영화 중 ‘화산고’ ‘흑수선’ 등의 영화가 50억 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제작비 100억 원을 예상한다.
이제 한국영화는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 튼실한 중소기업 수준으로 성장했다. 영화 관련 투자조합만도 20여 개나 되어 전체적으로 2000억 원이 넘는 자본을 형성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적 기틀을 어느 정도 마련하였다. 자본의 힘과 함께 배급력도 막강해 시네마서비스, CJ엔터테인먼트, 튜브엔터테인먼트 등의 메이저 배급사들이 직배사인 UIP나 디즈니에 대적할 만큼의 파워를 가지게 되었다. 이와 함께 치밀한 기획력과 마케팅, 생활 근거지를 중심으로 속속 들어선 초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우리의 영화산업과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분명 한국영화는 ‘황금광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거품논쟁이 일고, 축배를 들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영화평론가 유지나씨는 “두세 편의 영화가 싹쓸이한 시장에서 그 영화들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쳐 나름대로 존재 의미가 있는 영화들이 제대로 주목 받지 못한 채 사라진다면 한국영화의 황금광 시대가 지속되긴 힘들 것이다”고 경고한다. 다양한 작품보다 한 장르가 터지면 우르르 몰리는 기획성 영화가 봇물을 이루는 상황으로 인해 “아직도 볼 만한 영화가 없다”고 말하는 관객도 있다. “지나치게 상업적인 영화 일색이다.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영화들은 극장에 걸렸다가도 금방 막을 내린다. 상영관이 10개가 훨씬 넘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도 상영하는 영화는 오락영화 몇 편뿐이다. 모든 관객이 ‘친구’나 ‘엽기적인 그녀’ 같은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김승기·회사원).
영화계로 모이는 자본 또한 제작사 자체의 돈이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만 몰리는 OPM(Other People’s Money)이어서, 할리우드 영화가 강세를 보이면 금세 빠질 수 있는 ‘핫머니’라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영화산업이 이렇게 시장논리로만 치달을 경우, 상업영화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는 반면, 예술영화의 기반은 점점 취약해져 ‘반쪽짜리’ 경쟁력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의 김현수씨는 “예술성 있는 작은 영화들은 관객과 만나는 것이 예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힘의 우위식 배급논리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1개관에서 40∼50일 개봉해 4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프랑스 영화 ‘타인의 취향’ 같은 영화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산업은 커졌지만 아직도 영화현장에서는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라”는 70년대식 구호가 흘러나온다. ‘영화인회의’의 안영진씨는 “그동안의 비현실적 임금 수준을 정상화하고 제작시스템을 합리화하는 것은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고 강조한다.
영화의 생산에서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점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했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거품논쟁을 해소하려면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국영화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한국영화가 볼 만하다’라는 식으로 일반 대중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은 가장 고무적 사실이다. 이런 인식을 더 확대시킬 작은 영화, 작가주의 영화가 필요한 때다”(영화평론가 심영섭씨).
한국영화가 갈 길은 아직 멀고, 할 일도 많다.
요즘 우리 영화계는 잔칫집 마당처럼 떠들썩하고 신나는 분위기다. 거의 모든 업종의 기업들이 불황으로 신음하는 상황에서 영화공장의 불빛만은 어느 때보다 환하다. 올해는 지난 1988년 할리우드 영화 직배 이후 처음으로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선 첫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38.3%(6월30일 현재).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성적을 반영하는 9월 초가 되면 점유율은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하반기에도 흥행 가능성을 점치는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는 만큼(상자 기사 참조) 연말까지는 50%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한국영화 제작편수가 111편에 달한 10년 전(90년) 시장점유율은 20.2%에 지나지 않았다. 올해 말까지 예상 제작편수는 50편 정도. 영화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점유율은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영화를 본 관객수 또한 작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서울 관객 기준 296만 명에서 571만 명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외화 관객수는 8% 정도 증가에 그쳤다.
예전엔 ‘한국영화니까 봐주자’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젠 ‘한국영화가 재미있으니까 본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일단 개봉했다 하면 30만 명은 기본, 전국 관객 200만 명은 들어야 흥행작 대접을 받을 수 있다.
편당 제작비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제작자들은 “적어도 20억 원은 들여야 웬만한 영화 한편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반기에 개봉할 영화 중 ‘화산고’ ‘흑수선’ 등의 영화가 50억 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제작비 100억 원을 예상한다.
이제 한국영화는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 튼실한 중소기업 수준으로 성장했다. 영화 관련 투자조합만도 20여 개나 되어 전체적으로 2000억 원이 넘는 자본을 형성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적 기틀을 어느 정도 마련하였다. 자본의 힘과 함께 배급력도 막강해 시네마서비스, CJ엔터테인먼트, 튜브엔터테인먼트 등의 메이저 배급사들이 직배사인 UIP나 디즈니에 대적할 만큼의 파워를 가지게 되었다. 이와 함께 치밀한 기획력과 마케팅, 생활 근거지를 중심으로 속속 들어선 초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우리의 영화산업과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분명 한국영화는 ‘황금광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거품논쟁이 일고, 축배를 들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영화평론가 유지나씨는 “두세 편의 영화가 싹쓸이한 시장에서 그 영화들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쳐 나름대로 존재 의미가 있는 영화들이 제대로 주목 받지 못한 채 사라진다면 한국영화의 황금광 시대가 지속되긴 힘들 것이다”고 경고한다. 다양한 작품보다 한 장르가 터지면 우르르 몰리는 기획성 영화가 봇물을 이루는 상황으로 인해 “아직도 볼 만한 영화가 없다”고 말하는 관객도 있다. “지나치게 상업적인 영화 일색이다.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영화들은 극장에 걸렸다가도 금방 막을 내린다. 상영관이 10개가 훨씬 넘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도 상영하는 영화는 오락영화 몇 편뿐이다. 모든 관객이 ‘친구’나 ‘엽기적인 그녀’ 같은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김승기·회사원).
영화계로 모이는 자본 또한 제작사 자체의 돈이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만 몰리는 OPM(Other People’s Money)이어서, 할리우드 영화가 강세를 보이면 금세 빠질 수 있는 ‘핫머니’라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영화산업이 이렇게 시장논리로만 치달을 경우, 상업영화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는 반면, 예술영화의 기반은 점점 취약해져 ‘반쪽짜리’ 경쟁력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의 김현수씨는 “예술성 있는 작은 영화들은 관객과 만나는 것이 예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힘의 우위식 배급논리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1개관에서 40∼50일 개봉해 4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프랑스 영화 ‘타인의 취향’ 같은 영화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산업은 커졌지만 아직도 영화현장에서는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라”는 70년대식 구호가 흘러나온다. ‘영화인회의’의 안영진씨는 “그동안의 비현실적 임금 수준을 정상화하고 제작시스템을 합리화하는 것은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고 강조한다.
영화의 생산에서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점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했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거품논쟁을 해소하려면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국영화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한국영화가 볼 만하다’라는 식으로 일반 대중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은 가장 고무적 사실이다. 이런 인식을 더 확대시킬 작은 영화, 작가주의 영화가 필요한 때다”(영화평론가 심영섭씨).
한국영화가 갈 길은 아직 멀고, 할 일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