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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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단어’ 문장과 함께 외워라

  • < 정철/정철언어연구소 소장 www.jungchul.com >

    입력2005-01-12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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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 바로 “단어만 알면 어떻게 해볼 텐데…”다. 그래서 서점에 가보면 ‘단어 암기장’이라는 조그만 책자가 수없이 많고, 심지어는 하루에 몇 백 단어씩 암기하는 비법을 알려준다고 선전하는 광고도 많다.

    그런데도 그런 방법으로 성공했다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어휘력이라는 것이 그렇게 무턱대고 외우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어가 잘 안 될 때는, 마치 단어를 몰라 영어가 안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해마다 연초가 되면, 단어집이나 숙어집 등을 한 권씩 사서 “이번에야말로 하루에 백 단어씩 외워 몽땅 암기해 버리겠다”며 굳은 결심으로 달려들지만, 희한하게도 그렇게 암기한 단어들은 며칠 못 가 모두 까먹고 만다.

    나도 옛날에 한창 열심히 공부할 때 비슷한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 책을 읽을 때마다 걸리적거리는 단어들에 짜증이 나 아예 ‘사전 몽땅 외우기’를 해본 적이 있었다. 매일같이 사전 열 장씩을 뜯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보며 외웠다. 워낙 열심히 한 결과 거의 다 외우기는 했지만, 얼마 안 가 도로 다 까먹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뜻만 외운 단어들이 실제 영어를 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어휘력 공부라 해서 단어나 숙어의 뜻만 외워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 영어의 각 어휘들은 문장 속에서 독립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고, 다른 요소들과 어울려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낱개로 뜻만 외워서는 쓸모가 없다.

    동사 ‘look’ 하나만 봐도 ‘보다’ ‘보이다’는 뜻만 알고 있어서는 제대로 할 수 있는 말이 거의 없다. 쓰인 문형에 따라 뜻이 달라지고, 그 뒤에 어떤 전치사가 오느냐에 따라 뜻과 느낌이 수없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좀 하는 사람은 한결같이 ‘단어는 문장 속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들을 한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 있는 단어집 중에는 단어마다 예문을 달아놓은 책도 있다. 그러나 그 예문 역시 낱개의 문장을 모아놓은 것이어서 단어의 쓰임새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그것들을 머릿속의 기억 파일로 정착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렇게 단어가 잘 외워지지 않으니까, 시중에는 ‘단어 암기비법’이라고 주장하는 희한한 방법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 중 하나를 예로 들면, 영어 발음과 비슷한 우리말을 이용해 암기하는 것이 있다. “에그, 달걀이 깨졌구나 이지지(egg)” 하는 식으로 외우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금방 단어가 외워지는 희한한 비법같이 보인다. 그래서 나도 어렸을 때 그런 방법으로 단어를 외워본 경험이 있는데, 처음 몇 단어는 그런 대로 기억을 하는 것 같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기억 파일 자체에 혼란을 일으키는 아주 위험한 방법이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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