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 주민’ 권노갑 민주당 전 최고위원의 이사 계획이 알려지자 서울 평창동의 풍수지리가 화제로 떠올랐다. 평창동의 ‘지세’가 나빠 특히 정치인들에게 ‘액운’이 잦다는 것이다. 물론 권 전 위원측은 “지난 겨울 눈이 올 때마다 차를 버리고 걸어 올라가야 하는 등 불편해서 이사하는 것”이라 말한다.
권 전 최고위원은 평창동에 사는 동안 한보사건으로 옥고를 치렀고, 요즘도 2선 퇴진, 정풍파동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소통령’으로 위세를 떨치다 구속된 김현철씨, 뇌졸중으로 쓰러진 최형우 전 의원, 설화(舌禍)로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등 불운에 시달리던 서석재 전 의원도 한때는 평창동에 적을 두고 있었다.
겉으로 보아도 호화스러운 저택들이 밀집한 한국판 ‘베벌리힐스’인 서울 종로구 평창동(‘평창동’과 ‘구기동’이 합쳐진 행정동)은 북한산 줄기인 보현봉과 ‘북악 스카이웨이’가 지나는 북악산 자락으로 남북이 둘러싸인 계곡 지대다. 면적 8920m2 에 인구는 약 2만 명(7000가구). 그 중 약 10%(700가구)의 주민이 보현봉 아래 풍치 좋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상류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평창동사무소에 따르면 박준규 전 국회의장, 정몽준 김기춘 박종웅 의원, 박세직 최재욱 박재홍 금진호 국창근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 20여 명과 이규호 전 건교부 장관 등 상당수 전·현직 관료들이 평창동에 살고 있다. 롯데 한진 기아 등 대기업 오너의 가족 100여 가구가 역시 평창동 주민이다. ‘물방울 작가’ 김창렬 화백 등 현역 화가가 100여 명, 박범신 양귀자씨 등 유명 소설가와 대학교수 300여 명도 이 동네 주민들이다. 요즘 평창동에선 상류층 가정을 무대로 한 TV 주말연속극 촬영이 한창이다.
유명인사 즐비한 ‘최고 상류사회’
풍수지리적으로 평창동의 지세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근거가 있는 말인지 서울 대동풍수지리연구원 고제희 원장(수원대 겸임교수)에게서 설명을 들어봤다. 고원장에 따르면 평창동은 산에 의해 사방이 가려져 ‘함지박’ 속에 들어 있는 형상인데 ‘안산’(집 앞으로 난 산을 뜻하며 여기서는 북악산)이 눈썹보다 높아 ‘혈장’(집터)의 기세를 누른다고 한다. 땅에 흙이 두꺼워야 기가 왕성해지지만 평창동의 경우 ‘주산’(북한산)이 석산(石山)이라 여기서 혈장으로 뻗은 ‘용맥’(산줄기)의 기세도 쇠약하다는 것. 고원장은 “평창동은 ‘수’(바람)가 잘 통하지 않고 ‘흙심’이 깊지 못해 땅의 기세가 약하므로 명당이라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평창동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기업인이나 일반인에게도 좋은 집터는 아니라는 것이 상당수 풍수지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치인에게는 특히 더 나쁘다는 것. 어떤 이들은 평창동이 ‘천옥(天獄)의 형상’이라고 극단적으로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문필가나 예술인 등에게는 평창동의 지세가 다른 영향을 준다는 것. 주산인 북한산의 산세는 ‘화산’(불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모습)에 속해 ‘문필봉’이라고도 하는데 이 경우 경치는 아름다울지 몰라도 ‘관운’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고원장의 해석이다. 주산이 ‘수성’(높이가 일정하게 물결 모양을 이루는 산)이어야 정치인들에게 ‘대길’(大吉)한데 평창동은 정반대라는 것. 정치인과 평창동이 ‘상극’이라는 소문에 대해 고원장은 조심스럽게 동의하는 셈이다. 그러나 문필봉은 문장가로 이름을 날리는 인물이 많이 날 형상이라 한다. 고원장은 “평창동에 작가 등 예술가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지세와 맞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한국풍수지리연구소 박재도 이사장(성균관대학원 강사)이 주장하는 평창동의 지세. “집터는 흙과 소나무가 수북이 쌓인 뒷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앞이 10리, 20리 훤히 내다보이는 자리가 좋다. 평창동은 돌로 된 뒷산이 급하게 뒤를 누르고 앞산이 꽉 막았으니 봄·여름의 기운이 작고 가을·겨울의 기운이 크다.”
그러나 고원장은 집터 하나하나마다 기운이 천차만별이므로 동네 전체를 풍수지리적 운명공동체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풍수지리에선 용(산줄기의 모양새), 사(산봉우리의 모양새), 수(바람·물의 기운), 혈(집터의 기운), 향(집이 들어앉은 방향) 등 5가지 판단기준이 있는데 개별 가옥의 ‘혈’과 ‘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 또한 ‘방살’ ‘비보’ 등 터의 기를 인위적으로 북돋우는 여러 방법이 있다고 한다.
드라마 ‘태조 왕건’에 등장한 ‘도선대사’의 풍수지리학을 계승했다는 풍수지리연구소의 박민천 소장은 좀더 적극적인 반론을 폈다. “같은 아파트라도 동에 따라, 층에 따라 풍수가 다르다. 동네의 지세가 나쁘다고 이사를 간다면 그런 엉터리가 어디 있는가. 운명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인데 집터는 그 중 한 가지일 뿐 집터에만 집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일부 평창동 정치인들은 풍수에 괘념치 않는다. 이들은 평창동의 장점으로 주거환경과 교통을 꼽는다. 평창동에서 ‘내부순환도로’를 따라 ‘서강대교’를 지나는 코스를 이용할 경우 출근시간대에도 막힘 없이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갈 수 있다. 박종웅 의원은 10여 년째 평창동에서 살고 있다. 1년 여간의 미국 체류를 마치고 지난 6월13일 귀국한 김현철씨는 평창동에 다시 거처를 마련했다. 상당수 평창동 주민은 “우리 나라 정치인들에겐 속설이나 예언에 너무 집착하는 관행이 있는데, 그것은 정치를 사욕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보기 때문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박봉순 사무총장은 서양 건축학에서도 ‘풍수’(fengshui) 개념을 응용한다고 설명했다. 햇볕과 바람, 습기, 좋은 경관을 잘 활용해 자연과 사람이 동화해 산다면 그게 좋은 풍수라는 것. 박총장은 “ 집터가 나쁘다는 속설에 휘둘려 이사간다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면서 “우리가 정치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런 나약한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
권 전 최고위원은 평창동에 사는 동안 한보사건으로 옥고를 치렀고, 요즘도 2선 퇴진, 정풍파동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소통령’으로 위세를 떨치다 구속된 김현철씨, 뇌졸중으로 쓰러진 최형우 전 의원, 설화(舌禍)로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등 불운에 시달리던 서석재 전 의원도 한때는 평창동에 적을 두고 있었다.
겉으로 보아도 호화스러운 저택들이 밀집한 한국판 ‘베벌리힐스’인 서울 종로구 평창동(‘평창동’과 ‘구기동’이 합쳐진 행정동)은 북한산 줄기인 보현봉과 ‘북악 스카이웨이’가 지나는 북악산 자락으로 남북이 둘러싸인 계곡 지대다. 면적 8920m2 에 인구는 약 2만 명(7000가구). 그 중 약 10%(700가구)의 주민이 보현봉 아래 풍치 좋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상류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평창동사무소에 따르면 박준규 전 국회의장, 정몽준 김기춘 박종웅 의원, 박세직 최재욱 박재홍 금진호 국창근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 20여 명과 이규호 전 건교부 장관 등 상당수 전·현직 관료들이 평창동에 살고 있다. 롯데 한진 기아 등 대기업 오너의 가족 100여 가구가 역시 평창동 주민이다. ‘물방울 작가’ 김창렬 화백 등 현역 화가가 100여 명, 박범신 양귀자씨 등 유명 소설가와 대학교수 300여 명도 이 동네 주민들이다. 요즘 평창동에선 상류층 가정을 무대로 한 TV 주말연속극 촬영이 한창이다.
유명인사 즐비한 ‘최고 상류사회’
풍수지리적으로 평창동의 지세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근거가 있는 말인지 서울 대동풍수지리연구원 고제희 원장(수원대 겸임교수)에게서 설명을 들어봤다. 고원장에 따르면 평창동은 산에 의해 사방이 가려져 ‘함지박’ 속에 들어 있는 형상인데 ‘안산’(집 앞으로 난 산을 뜻하며 여기서는 북악산)이 눈썹보다 높아 ‘혈장’(집터)의 기세를 누른다고 한다. 땅에 흙이 두꺼워야 기가 왕성해지지만 평창동의 경우 ‘주산’(북한산)이 석산(石山)이라 여기서 혈장으로 뻗은 ‘용맥’(산줄기)의 기세도 쇠약하다는 것. 고원장은 “평창동은 ‘수’(바람)가 잘 통하지 않고 ‘흙심’이 깊지 못해 땅의 기세가 약하므로 명당이라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평창동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기업인이나 일반인에게도 좋은 집터는 아니라는 것이 상당수 풍수지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치인에게는 특히 더 나쁘다는 것. 어떤 이들은 평창동이 ‘천옥(天獄)의 형상’이라고 극단적으로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문필가나 예술인 등에게는 평창동의 지세가 다른 영향을 준다는 것. 주산인 북한산의 산세는 ‘화산’(불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모습)에 속해 ‘문필봉’이라고도 하는데 이 경우 경치는 아름다울지 몰라도 ‘관운’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고원장의 해석이다. 주산이 ‘수성’(높이가 일정하게 물결 모양을 이루는 산)이어야 정치인들에게 ‘대길’(大吉)한데 평창동은 정반대라는 것. 정치인과 평창동이 ‘상극’이라는 소문에 대해 고원장은 조심스럽게 동의하는 셈이다. 그러나 문필봉은 문장가로 이름을 날리는 인물이 많이 날 형상이라 한다. 고원장은 “평창동에 작가 등 예술가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지세와 맞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한국풍수지리연구소 박재도 이사장(성균관대학원 강사)이 주장하는 평창동의 지세. “집터는 흙과 소나무가 수북이 쌓인 뒷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앞이 10리, 20리 훤히 내다보이는 자리가 좋다. 평창동은 돌로 된 뒷산이 급하게 뒤를 누르고 앞산이 꽉 막았으니 봄·여름의 기운이 작고 가을·겨울의 기운이 크다.”
그러나 고원장은 집터 하나하나마다 기운이 천차만별이므로 동네 전체를 풍수지리적 운명공동체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풍수지리에선 용(산줄기의 모양새), 사(산봉우리의 모양새), 수(바람·물의 기운), 혈(집터의 기운), 향(집이 들어앉은 방향) 등 5가지 판단기준이 있는데 개별 가옥의 ‘혈’과 ‘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 또한 ‘방살’ ‘비보’ 등 터의 기를 인위적으로 북돋우는 여러 방법이 있다고 한다.
드라마 ‘태조 왕건’에 등장한 ‘도선대사’의 풍수지리학을 계승했다는 풍수지리연구소의 박민천 소장은 좀더 적극적인 반론을 폈다. “같은 아파트라도 동에 따라, 층에 따라 풍수가 다르다. 동네의 지세가 나쁘다고 이사를 간다면 그런 엉터리가 어디 있는가. 운명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인데 집터는 그 중 한 가지일 뿐 집터에만 집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일부 평창동 정치인들은 풍수에 괘념치 않는다. 이들은 평창동의 장점으로 주거환경과 교통을 꼽는다. 평창동에서 ‘내부순환도로’를 따라 ‘서강대교’를 지나는 코스를 이용할 경우 출근시간대에도 막힘 없이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갈 수 있다. 박종웅 의원은 10여 년째 평창동에서 살고 있다. 1년 여간의 미국 체류를 마치고 지난 6월13일 귀국한 김현철씨는 평창동에 다시 거처를 마련했다. 상당수 평창동 주민은 “우리 나라 정치인들에겐 속설이나 예언에 너무 집착하는 관행이 있는데, 그것은 정치를 사욕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보기 때문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박봉순 사무총장은 서양 건축학에서도 ‘풍수’(fengshui) 개념을 응용한다고 설명했다. 햇볕과 바람, 습기, 좋은 경관을 잘 활용해 자연과 사람이 동화해 산다면 그게 좋은 풍수라는 것. 박총장은 “ 집터가 나쁘다는 속설에 휘둘려 이사간다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면서 “우리가 정치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런 나약한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