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친구’ 덕분에 잊고 지내던 친구와 오랜 만에 다시 만나는 사회적 붐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 이런 ‘친구찾기’는 인터넷 세상의 눈으로 보면 작년에 ‘아이러브스쿨’ ‘다모임’ 등 동창회 사이트의 폭발적 성공과 함께 이미 휩쓸고 지나간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인터넷은 인간관계라는 측면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는 인터넷이 새롭고 독특한 온라인 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더욱 그렇다.
영화 ‘친구’에 나오는 네 명의 친구들이 어린 시절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즐기며 함께 어울려 영화구경을 하고, 담배를 피우며 우정을 키우면서 평생을 함께 하는 벗이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인터넷에서 만나 알게 된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진한 우정이 생길 수 있을까?
친구를 처음 만나 사귀는 과정을 처음부터 짚어보다 보면 이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을 처음 만나면 먼저 그가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친해질 수 있는지 구별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는 경우에 따라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주는 작업이다. 그래서 이 첫 단계를 힘들어하는 경우 친구를 사귀기는커녕 기본적 관계 형성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자폐적인 성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의 인간관계에서는 이러한 첫번째 실마리를 푸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마음먹기에 따라 거리두기가 가능하고, 어느 정도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처음 만날 때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가진 여러 가지 성격 가운데 보이고 싶은 일부만 노출하거나 자신이 머릿속에서 그리던 존재로 변형하여 자신을 나타낼 수도 있기 때문에 외모나 사회적 관계에 자신이 없던 사람들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관계는 동호회와 같이 비슷한 취미나 기호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을 통해서다. 이들은 새로운 사람에게 친근감을 쉽게 표시하고, 현실 공간보다 상대방을 따뜻하게 응대한다. 특히 특이한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회의 경우에는 그동안 다른 사람과 나누지 못했던 자신의 기호를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쉽게 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상상 속의 관계를 증진하는 것이 우정의 척도인 신뢰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필자가 진행한 연구에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기록이 있다. 인터넷 중독이 의심되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사용자 집단에 비해 인터넷에서 친구를 사귀는 경험을 많이 하며, 또 여기서 사귄 친구를 기존의 친구관계보다 더 신뢰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약 30%에 이르렀다. 이는 일반 사용자의 9%보다 약 3배나 되는 것이었다. 즉 처음 관계를 맺는 것도 쉽고, 일단 한번 맺은 관계는 현실공간에서보다 가상공간에서 더욱 강한 신뢰감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만남의 장소보다는 마음이 중요
그런데 이 신뢰도를 얼마나 지속할지, 실제 서로 만나서 얼굴을 마주보고 지내면서도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동호회 게시판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해 ‘워밍업’한 후 그것을 확인하는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왜 우리가 이제야 만났지”라는 탄성과 아쉬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상대방의 아이디와 게시판에 올린 글만을 통해 형성한 이미지가 현실 세계의 실제 이미지와 부딪치고 깨지면 사람들은 당황하고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터넷상의 우정은 모두 허상이라고 단정짓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친구라는 것은 결국 내 마음 안에서 어떻게 상대방에 대한 이미지를 간직하고, 이를 신뢰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친구를 어디서 어떻게 만났든지, 남녀노소를 떠나 일단 신뢰를 쌓고 우정을 느끼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서로의 마음속에는 분명히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싹트게 마련이다. 물론 2020년쯤 영화 ‘친구’를 새로 만든다면 롤라장이나 영화관이 아니라 채팅방, 인터넷 카페, 문자 메시지 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친구’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영화 ‘친구’에 나오는 네 명의 친구들이 어린 시절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즐기며 함께 어울려 영화구경을 하고, 담배를 피우며 우정을 키우면서 평생을 함께 하는 벗이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인터넷에서 만나 알게 된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진한 우정이 생길 수 있을까?
친구를 처음 만나 사귀는 과정을 처음부터 짚어보다 보면 이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을 처음 만나면 먼저 그가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친해질 수 있는지 구별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는 경우에 따라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주는 작업이다. 그래서 이 첫 단계를 힘들어하는 경우 친구를 사귀기는커녕 기본적 관계 형성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자폐적인 성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의 인간관계에서는 이러한 첫번째 실마리를 푸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마음먹기에 따라 거리두기가 가능하고, 어느 정도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처음 만날 때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가진 여러 가지 성격 가운데 보이고 싶은 일부만 노출하거나 자신이 머릿속에서 그리던 존재로 변형하여 자신을 나타낼 수도 있기 때문에 외모나 사회적 관계에 자신이 없던 사람들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관계는 동호회와 같이 비슷한 취미나 기호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을 통해서다. 이들은 새로운 사람에게 친근감을 쉽게 표시하고, 현실 공간보다 상대방을 따뜻하게 응대한다. 특히 특이한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회의 경우에는 그동안 다른 사람과 나누지 못했던 자신의 기호를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쉽게 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상상 속의 관계를 증진하는 것이 우정의 척도인 신뢰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필자가 진행한 연구에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기록이 있다. 인터넷 중독이 의심되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사용자 집단에 비해 인터넷에서 친구를 사귀는 경험을 많이 하며, 또 여기서 사귄 친구를 기존의 친구관계보다 더 신뢰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약 30%에 이르렀다. 이는 일반 사용자의 9%보다 약 3배나 되는 것이었다. 즉 처음 관계를 맺는 것도 쉽고, 일단 한번 맺은 관계는 현실공간에서보다 가상공간에서 더욱 강한 신뢰감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만남의 장소보다는 마음이 중요
그런데 이 신뢰도를 얼마나 지속할지, 실제 서로 만나서 얼굴을 마주보고 지내면서도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동호회 게시판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해 ‘워밍업’한 후 그것을 확인하는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왜 우리가 이제야 만났지”라는 탄성과 아쉬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상대방의 아이디와 게시판에 올린 글만을 통해 형성한 이미지가 현실 세계의 실제 이미지와 부딪치고 깨지면 사람들은 당황하고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터넷상의 우정은 모두 허상이라고 단정짓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친구라는 것은 결국 내 마음 안에서 어떻게 상대방에 대한 이미지를 간직하고, 이를 신뢰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친구를 어디서 어떻게 만났든지, 남녀노소를 떠나 일단 신뢰를 쌓고 우정을 느끼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서로의 마음속에는 분명히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싹트게 마련이다. 물론 2020년쯤 영화 ‘친구’를 새로 만든다면 롤라장이나 영화관이 아니라 채팅방, 인터넷 카페, 문자 메시지 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친구’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