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는 1909년생이다. 92세. 그런 그가 여전히 교수, 저술가, 컨설턴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국내에 드러커 전문가로 알려진 이재규 교수(대구대 경영학)가 지난해 초 드러커에게 “박사님의 친구들은 대부분 은퇴하셨는데, 박사님은 언제 은퇴하시렵니까?”고 질문하자, 그는 “나는 은퇴할 욕심이 생기지 않네”고 대답했다고 한다.
드러커는 60여 년에 걸쳐 집필한 30여권의 저서에서 핵심만 모아 ‘피터 드러커의 21세기 비전’(전3권)을 집필했다. 그중 첫번째 ‘프로페셔널의 조건’이 국내에 출간됐다.
드러커가 60년대부터 주장해 온 지식사회, 지식근로자라는 말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드러커에 따르면 지식근로자는 스스로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것을 휴대하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또 지식근로자는 어떤 고용기간보다도 더 오래 살 것이다. 지식사회의 도래는 노동의 형태에만 변화를 가져온 게 아니라 평균 근로수명(일할 수 있는 기간)까지도 크게 늘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또다시 지식사회에 대한 지루한 일장 연설을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4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원고에서 흥미를 끄는 부분은 드러커가 어떻게 그 긴 세월 동안 스스로 효과적인 지식 근로자가 될 수 있었는지 경험담을 소개한 3부(이 책은 총 5부 18장으로 구성돼 있다) ‘프로페셔널로서의 자기관리’다. 그는 여기서 과거의 노예가 되는 일 없이 나이를 먹는 법을 가르쳐준 인생의 일곱 가지 경험(3부 6장)을 들려준다.
첫째, 베르디의 교훈.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 오스트리아 빈을 떠난 드러커는 독일 함부르크 법과대학에 적을 두고, 면제품 수출회사 견습생으로 일했다. 오후 4시에 업무가 끝나면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오페라를 관람했다. 그때 베르디 최후의 오페라 ‘팔스타프’를 관람한 것은 그에게 충격이었다. 80세에 이 곡을 작곡한 베르디는 “완벽하게 작곡하려 애썼지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았다. 때문에 나에게는 분명 한 번 더 도전해 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드러커는 베르디의 오페라를 통해 평생 완벽을 추구하면서 살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둘째, 신들이 보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 페이디아스의 일화에서 얻은 교훈이다. 페이디아스가 만든 파르테논 신전 지붕의 조각에 대해 아테네 재무관이 “사람들은 조각의 전면밖에 볼 수 없는데 아무도 볼 수 없는 조각의 뒷면 작업에 들어간 비용까지 지불할 수 없다”고 하자 페이디아스는 “틀렸어. 하늘의 신들이 볼 수 있지”라고 했다는 것이다.
셋째,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로 공부하라. 그는 스무 살에 프랑크푸르트 한 신문사에서 금융 및 외교담당 기자로 일했다. 신문기자는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글을 써야 했기 때문에 그는 국제관계와 국제법, 사회제도와 법률제도의 역사, 일반역사, 재무, 통계학, 중세역사, 일본미술, 경제학 등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3년 또는 4년마다 주제를 바꿔가며 공부하는 법을 터득했다. 이런 식으로 60년 이상 공부했다면 그 결과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라.
넷째, 자신의 일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라. 역시 기자로 일하면서 얻은 교훈으로 여름이 되면 2주일간의 시간을 할애해 지난 1년 동안 한 일을 검토하고 잘했지만 더 잘할 수 있었던 일, 다음은 잘 못한 일, 마지막으로 내가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일을 차례로 검토한다.
다섯째, 새로운 일이 요구하는 것을 배워라. 증권 금융가에서 일하면서 터득한 것으로 그는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스스로 이렇게 질문한다. “새로운 일을 맡은 지금 내가 효과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필요가 있는가?”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번 달라야 한다.
여섯째, 피드백 활동을 하라. 예수회 신부나 칼뱅파 목사로부터 배운 방법으로 어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자신이 예상하는 결과를 기록해두었다가 9개월 뒤 실제 결과와 자신이 예상했던 결과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새로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또 가장 소질이 없는 분야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일곱째,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 바라는가.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와의 대화에서 얻은 교훈이다.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로 의기양양했던 슘페터가 죽기 닷새 전에 “나는 대여섯 명의 우수한 학생을 일류 경제학자로 키운 교사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드러커는 우리는 항상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하며, 늙어가면서(성숙해 가면서) 세상의 변화에 맞춰 그 대답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가치 있는 일이란 사는 동안 다른 사람의 삶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읽을 때 3부부터 읽을 것을 제안해 본다. 그리고 거꾸로 1부 ‘새로운 사회의 거대한 변화’ 2부 ‘지식노동과 지식 근로자의 생산성’ 등 이론편으로 넘어가거나, 3부에서 시작해 구체적인 실천법을 제시한 4부 ‘프로페셔널을 위한 몇 가지 기초지식’과 5부 ‘자기 실현을 향한 도전’으로 갔다가 마지막으로 1, 2부 이론편을 읽는 것도 방법이다.
노대가의 인생경험을 듣고 나면 그가 역설하는 지식경영이 책상머리에서 나온 이론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드러커의 말이 60년 이상 설득력을 갖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프로페셔널의 조건/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청림 펴냄/ 386쪽/ 1만2000원
드러커는 60여 년에 걸쳐 집필한 30여권의 저서에서 핵심만 모아 ‘피터 드러커의 21세기 비전’(전3권)을 집필했다. 그중 첫번째 ‘프로페셔널의 조건’이 국내에 출간됐다.
드러커가 60년대부터 주장해 온 지식사회, 지식근로자라는 말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드러커에 따르면 지식근로자는 스스로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것을 휴대하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또 지식근로자는 어떤 고용기간보다도 더 오래 살 것이다. 지식사회의 도래는 노동의 형태에만 변화를 가져온 게 아니라 평균 근로수명(일할 수 있는 기간)까지도 크게 늘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또다시 지식사회에 대한 지루한 일장 연설을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4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원고에서 흥미를 끄는 부분은 드러커가 어떻게 그 긴 세월 동안 스스로 효과적인 지식 근로자가 될 수 있었는지 경험담을 소개한 3부(이 책은 총 5부 18장으로 구성돼 있다) ‘프로페셔널로서의 자기관리’다. 그는 여기서 과거의 노예가 되는 일 없이 나이를 먹는 법을 가르쳐준 인생의 일곱 가지 경험(3부 6장)을 들려준다.
첫째, 베르디의 교훈.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 오스트리아 빈을 떠난 드러커는 독일 함부르크 법과대학에 적을 두고, 면제품 수출회사 견습생으로 일했다. 오후 4시에 업무가 끝나면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오페라를 관람했다. 그때 베르디 최후의 오페라 ‘팔스타프’를 관람한 것은 그에게 충격이었다. 80세에 이 곡을 작곡한 베르디는 “완벽하게 작곡하려 애썼지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았다. 때문에 나에게는 분명 한 번 더 도전해 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드러커는 베르디의 오페라를 통해 평생 완벽을 추구하면서 살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둘째, 신들이 보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 페이디아스의 일화에서 얻은 교훈이다. 페이디아스가 만든 파르테논 신전 지붕의 조각에 대해 아테네 재무관이 “사람들은 조각의 전면밖에 볼 수 없는데 아무도 볼 수 없는 조각의 뒷면 작업에 들어간 비용까지 지불할 수 없다”고 하자 페이디아스는 “틀렸어. 하늘의 신들이 볼 수 있지”라고 했다는 것이다.
셋째,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로 공부하라. 그는 스무 살에 프랑크푸르트 한 신문사에서 금융 및 외교담당 기자로 일했다. 신문기자는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글을 써야 했기 때문에 그는 국제관계와 국제법, 사회제도와 법률제도의 역사, 일반역사, 재무, 통계학, 중세역사, 일본미술, 경제학 등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3년 또는 4년마다 주제를 바꿔가며 공부하는 법을 터득했다. 이런 식으로 60년 이상 공부했다면 그 결과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라.
넷째, 자신의 일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라. 역시 기자로 일하면서 얻은 교훈으로 여름이 되면 2주일간의 시간을 할애해 지난 1년 동안 한 일을 검토하고 잘했지만 더 잘할 수 있었던 일, 다음은 잘 못한 일, 마지막으로 내가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일을 차례로 검토한다.
다섯째, 새로운 일이 요구하는 것을 배워라. 증권 금융가에서 일하면서 터득한 것으로 그는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스스로 이렇게 질문한다. “새로운 일을 맡은 지금 내가 효과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필요가 있는가?”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번 달라야 한다.
여섯째, 피드백 활동을 하라. 예수회 신부나 칼뱅파 목사로부터 배운 방법으로 어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자신이 예상하는 결과를 기록해두었다가 9개월 뒤 실제 결과와 자신이 예상했던 결과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새로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또 가장 소질이 없는 분야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일곱째,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 바라는가.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와의 대화에서 얻은 교훈이다.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로 의기양양했던 슘페터가 죽기 닷새 전에 “나는 대여섯 명의 우수한 학생을 일류 경제학자로 키운 교사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드러커는 우리는 항상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하며, 늙어가면서(성숙해 가면서) 세상의 변화에 맞춰 그 대답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가치 있는 일이란 사는 동안 다른 사람의 삶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읽을 때 3부부터 읽을 것을 제안해 본다. 그리고 거꾸로 1부 ‘새로운 사회의 거대한 변화’ 2부 ‘지식노동과 지식 근로자의 생산성’ 등 이론편으로 넘어가거나, 3부에서 시작해 구체적인 실천법을 제시한 4부 ‘프로페셔널을 위한 몇 가지 기초지식’과 5부 ‘자기 실현을 향한 도전’으로 갔다가 마지막으로 1, 2부 이론편을 읽는 것도 방법이다.
노대가의 인생경험을 듣고 나면 그가 역설하는 지식경영이 책상머리에서 나온 이론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드러커의 말이 60년 이상 설득력을 갖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프로페셔널의 조건/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청림 펴냄/ 386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