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초 ‘주간동아’(268호)에서 한국-미국 그리운 얼굴 찾기 무료 캠페인을 벌인다는 사고(社告)를 내보낸 지 며칠 되지 않아 검정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동두천에 사는 박치원씨가 미국에 있는 여동생 박희자씨를 찾는다는 사연이었다. 박씨네는 박명원씨(60), 길자씨(57), 치원씨(54), 희자씨(50) 등 4남매로 위로 두 딸은 결혼 후 서울에 살고, 치원씨는 동두천에서 어머니 고학순씨(80)를 모시고 집수리 일을 하며 살고 있다.
미국으로 건너간 막내딸 희자씨가 10년 넘도록 소식이 없자 고할머니는 “미국에서는 총기사고도 많다는데, 이 애가 총을 맞았거나 교통사고가 났거나 죽었으니까 소식이 없는 것”이라며 아들에게 사망처리하자고 했단다. 하지만 박치원씨는 “산 사람을 어찌 죽었다 하느냐”며 화를 내고 여동생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우연히 ‘주간동아’ 캠페인을 본 그가 망설일 리 없었다. 곧바로 막내여동생을 찾아달라는 편지를 썼다.
10년 무소식 두 시간 만에 찾는 행운
‘주간동아’에 접수되는 사연은 곧바로 미국 시카고의 공인탐정 강효흔씨에게 보내진다.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사연이 애틋한 것부터 찾아준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기본적인 정보가 너무 부족하면 찾을 가능성이 아예 없거나 며칠이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찾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충분한 사연 중심으로 일을 착수했다. 박치원씨의 사연은 신상정보(박희자씨의 남편 미국이름 등)에서 부정확한 점이 있었지만 행운이 따라주었다.
▶1월 31일 : 강효흔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박희자씨를 찾았다는 낭보였다. 그것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지 단 두 시간 만에 당사자와 전화통화까지 마쳤다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강씨는 박희자씨의 연락처와 함께 1월31일에서 2월2일까지는 아들 브라이언(삼촌이 기억하는 이름은 잘못된 것이었다)의 대학졸업식 때문에 집에 없고, 그 이후가 돼야 전화통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도 보내왔다.
▶2월 5일 : 먼저 동두천의 박치원씨에게 전화를 걸어 여동생을 찾았다는 낭보를 전했다. 소식을 들은 박씨의 목소리는 의외로 무덤덤했다. 10년 이상 기다렸는데 너무 쉽게 찾았다는 말에 실감이 나지 않는 듯했다.
▶2월 6일 : 미국 콜로라도주에 살고 있는 박희자씨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 엘렌 세스씨가 받아 아내를 바꿔주었다. 강효흔 탐정을 통해 한국의 가족과 연락이 닿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박희자씨의 목소리는 훨씬 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미 3월 중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고 했다.
“72년 결혼해서 미국으로 갔다가 87년 한 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나 남편이 독일로 근무지를 옮기던 89년부터 연락이 끊겼습니다. 전화를 걸면 번호가 틀렸다고 나오고 한국으로 보낸 편지도 계속 반송되니 연락할 방법이 없더군요. 얼마나 마음이 답답했던지 김포공항으로 전화를 걸어 방법이 없겠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도 다 키웠으니 올해는 한국으로 가서 무작정 가족을 찾아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연락이 닿으니 뭐라고 감사를 전해야 할지….”
박희자씨는 현재 미공군 군무원으로 일하고 있고, 남편 엘렌 세스씨는 94년 26년 간 복무한 공군에서 은퇴하고 현재 미 국방부 소속 공군학교 통신기술자로 근무중이다. 자녀는 1남1녀. 브라이언(25)은 대학에서 경찰 행정학을 전공하고 라스베이거스 경찰이 됐으며, 딸 미셸(21)은 대학에서 간호원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2월 8일 : 한국-미국을 잇는 첫 통화는 한국 시간 정오, 콜로라도 시간으로 오후 8시께로 약속했다. 박희자씨가 퇴근 후 집에 있는 시간이다. 허리가 좋지 않아 보건소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던 고할머니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막내딸과의 통화를 기다렸다. 먼저 오빠 치원씨와 희자씨의 통화.
“가족들은 무고하고? … 아버님은 96년에 돌아가셨다. 연만하셨으니까. … 오빠는 먹고 살 만하다. … 큰애가 올 4월에 결혼한다….”
엊그제 만난 듯 담담하게 통화를 했지만 치원씨의 얼굴은 점점 상기돼 갔다. 옛집에서 이사를 한 것도 아니고 도시계획으로 통반이 바뀐 정도인데 왜 편지 연락이 안 됐는지 모르겠다며 이별의 세월을 안타까워하면서, 곧 서울에 온다는 여동생 말에 “선물 뭐 필요하냐, 술이나 한 병 사와라”며 여유도 부려본다. 이어 수화기를 받아든 고할머니는 딸에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너 못 보고 죽는 줄 알았다”는 말만 거듭했다.
고학순 할머니와 박희자씨는 미국 공인탐정 강효흔씨와 ‘주간동아’가 공동 기획한 ‘한국-미국 그리운 얼굴 찾기 무료 캠페인’ 첫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미국으로 건너간 막내딸 희자씨가 10년 넘도록 소식이 없자 고할머니는 “미국에서는 총기사고도 많다는데, 이 애가 총을 맞았거나 교통사고가 났거나 죽었으니까 소식이 없는 것”이라며 아들에게 사망처리하자고 했단다. 하지만 박치원씨는 “산 사람을 어찌 죽었다 하느냐”며 화를 내고 여동생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우연히 ‘주간동아’ 캠페인을 본 그가 망설일 리 없었다. 곧바로 막내여동생을 찾아달라는 편지를 썼다.
10년 무소식 두 시간 만에 찾는 행운
‘주간동아’에 접수되는 사연은 곧바로 미국 시카고의 공인탐정 강효흔씨에게 보내진다.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사연이 애틋한 것부터 찾아준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기본적인 정보가 너무 부족하면 찾을 가능성이 아예 없거나 며칠이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찾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충분한 사연 중심으로 일을 착수했다. 박치원씨의 사연은 신상정보(박희자씨의 남편 미국이름 등)에서 부정확한 점이 있었지만 행운이 따라주었다.
▶1월 31일 : 강효흔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박희자씨를 찾았다는 낭보였다. 그것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지 단 두 시간 만에 당사자와 전화통화까지 마쳤다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강씨는 박희자씨의 연락처와 함께 1월31일에서 2월2일까지는 아들 브라이언(삼촌이 기억하는 이름은 잘못된 것이었다)의 대학졸업식 때문에 집에 없고, 그 이후가 돼야 전화통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도 보내왔다.
▶2월 5일 : 먼저 동두천의 박치원씨에게 전화를 걸어 여동생을 찾았다는 낭보를 전했다. 소식을 들은 박씨의 목소리는 의외로 무덤덤했다. 10년 이상 기다렸는데 너무 쉽게 찾았다는 말에 실감이 나지 않는 듯했다.
▶2월 6일 : 미국 콜로라도주에 살고 있는 박희자씨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 엘렌 세스씨가 받아 아내를 바꿔주었다. 강효흔 탐정을 통해 한국의 가족과 연락이 닿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박희자씨의 목소리는 훨씬 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미 3월 중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고 했다.
“72년 결혼해서 미국으로 갔다가 87년 한 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나 남편이 독일로 근무지를 옮기던 89년부터 연락이 끊겼습니다. 전화를 걸면 번호가 틀렸다고 나오고 한국으로 보낸 편지도 계속 반송되니 연락할 방법이 없더군요. 얼마나 마음이 답답했던지 김포공항으로 전화를 걸어 방법이 없겠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도 다 키웠으니 올해는 한국으로 가서 무작정 가족을 찾아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연락이 닿으니 뭐라고 감사를 전해야 할지….”
박희자씨는 현재 미공군 군무원으로 일하고 있고, 남편 엘렌 세스씨는 94년 26년 간 복무한 공군에서 은퇴하고 현재 미 국방부 소속 공군학교 통신기술자로 근무중이다. 자녀는 1남1녀. 브라이언(25)은 대학에서 경찰 행정학을 전공하고 라스베이거스 경찰이 됐으며, 딸 미셸(21)은 대학에서 간호원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2월 8일 : 한국-미국을 잇는 첫 통화는 한국 시간 정오, 콜로라도 시간으로 오후 8시께로 약속했다. 박희자씨가 퇴근 후 집에 있는 시간이다. 허리가 좋지 않아 보건소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던 고할머니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막내딸과의 통화를 기다렸다. 먼저 오빠 치원씨와 희자씨의 통화.
“가족들은 무고하고? … 아버님은 96년에 돌아가셨다. 연만하셨으니까. … 오빠는 먹고 살 만하다. … 큰애가 올 4월에 결혼한다….”
엊그제 만난 듯 담담하게 통화를 했지만 치원씨의 얼굴은 점점 상기돼 갔다. 옛집에서 이사를 한 것도 아니고 도시계획으로 통반이 바뀐 정도인데 왜 편지 연락이 안 됐는지 모르겠다며 이별의 세월을 안타까워하면서, 곧 서울에 온다는 여동생 말에 “선물 뭐 필요하냐, 술이나 한 병 사와라”며 여유도 부려본다. 이어 수화기를 받아든 고할머니는 딸에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너 못 보고 죽는 줄 알았다”는 말만 거듭했다.
고학순 할머니와 박희자씨는 미국 공인탐정 강효흔씨와 ‘주간동아’가 공동 기획한 ‘한국-미국 그리운 얼굴 찾기 무료 캠페인’ 첫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